▲원래 검은색의 지붕이 서리로 하여 하얗게 변했다정판수
서리가 내리면 아직 거둬들이지 않은 밭작물은 치명타를 입는다. 당장 아랫집에 한 달 정도 사람이 없더니 밭에 아직도 캐지 않고 남아 있는 고구마 줄기가 완전히 시들해졌다. 꼭 시래기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놓은 꼴이다.
길 아래 산음댁 할머니 배추밭을 보니 배추 잎사귀도 많이 일그러졌다. 다행히 우리집 배추는 엊그저께 뽑아다 놓았다. 아내가 다음 주 월요일쯤 김장 담근다고 미리 뽑아놓은 게 잘된 일인 듯싶다.
서리에는 몇 개의 접두사가 붙는다. 무서리, 된서리, 늦서리 등이다. 무서리는 ‘물서리’에서 ‘물’의 ‘ㄹ’이 탈락하여 무서리가 됐는데, 그해의 가을 들어 처음 내리는 물처럼 묽은 서리를 말한다.
된서리는 무서리의 반대로 늦가을에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를 말한다. 이 된서리는 아직 거둬들이지 않은 밭작물에 타격을 준다. 우리가 가끔 ‘된서리를 맞다’는 말을 쓰는데 이는 바로 된서리 맞은 뒤의 농작물의 모습처럼 큰 타격을 받았을 때 쓰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