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으로 쿠데타가 무산된 뒤 복귀하고 있는 차베스 대통령출처:venezuelanalysis.com
베네수엘라에서 지난 8년간 진행되고 현재도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는 혁명은 왜곡되고 뒤틀린 채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혁명의 역동성, 신자유주의를 넘어서고자 하는 총체적 시도, 핵심 동력을 이루고 있는 국민들의 자주적인 참여, 수차례에 걸친 반혁명 기도에 맞서 혁명을 수호한 간고한 투쟁, 이전 시기에는 찾아지지 않는 새로운 혁명의 특징에 대해 국내 대부분의 언론은 아무 것도 전하지 않는다.
대신 차베스는 감당하기 어려운 돌출 정치인이거나 국제무대의 돈키호테로, 베네수엘라인들은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몽매한 국민으로 묘사되기 일쑤다. 신자유주의와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반기를 드는 일에 호의적인 언론이 드물기는 한국이나 베네수엘라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언론이 혁명을 보도하든 그렇지 않든 지금 이 순간에도 현실은 변화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의 투쟁은 멈추지 않는다.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과 베네수엘라
한국은 1997년 환란을 계기로 사회 전체가 송두리째 신자유주의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미FTA는 지난 10년간 국민들이 체험한 것보다 더 크고 가혹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베네수엘라는 한국보다 이미 10년 앞서 그 과정을 실컷 겪었고 이제는 의연히 정치, 경제, 사회 제 분야에서 신자유주의를 제압하는 단계를 향하고 있다. 일부 정치적 리더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민 다수가 함께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베네수엘라를 눈여겨보아야 할 까닭이다.
베네수엘라 혁명은 현재 진행형이고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기에 지금 그 전망을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다. 2005년 1월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 세계사회포럼에서 차베스는 '우리는 사회주의를 재창조해야 합니다. 그것은 옛 소련과 같은 사회주의가 아닙니다'라며 사회주의를 선언했다. 그리고 2006년 5월 노동절 집회에서는 지향해야 할 사회주의를 '21세기 사회주의'라고 정의했다. 베네수엘라가 가야 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았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차베스와 베네수엘라의 최종 귀착지가 어디인지 판명되기까지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베네수엘라의 실험이 무엇을 지향했고 어떤 성과를 남겼는지, 역사가들의 해석이 나오기를 한가로이 기다리고 있을 여유가 없다. 한국의 현실 또한 베네수엘라 못지않게 팍팍하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혁명이 아직 미완이라 해도 거기서 발견되는 시대적 보편성과 과학적 원리를 탐구하는 작업은 한국사회가 신자유주의의 굴레를 벗어나 새로운 사회를 모색하는 데 풍부한 상상력과 간접경험을 제공한다.
우리는 21세기를 살고 있다. 19세기의 이론도 20세기의 경험도 중요하다. 그러나 21세기의 혁명은 지금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변화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차베스와 베네수엘라는 결코 먼 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들은 21세기 역사의 선두에 서 있다.
덧붙이는 글 | * 정희용 기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미디어센터장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새사연은 현장 중심의 연구를 추구합니다. http://saesayon.org과 페이스북(www.facebook.com/saesayon.org)에서 더 많은 대안을 만나보세요.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