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손가락이 절단된 소피안의 손고기복
기대했던 것만큼 보상금액이 많지 않았던 것입니다. 소피안은 그 동안 산재를 당했던 다른 친구들(소피안이 우리 쉼터에 머물 동안 그를 포함하여 인도네시아인 세 명과 베트남인 한 명, 모두 네 명의 산재 피해자가 있었다)의 경우를 보며 기대했던 보상금액이 있었는데, 정작 받고 나서 실망이 컸다고 했습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쉼터에 있겠거니 하고 방 안을 보면 보이지 않을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심란한 마음에 여기 저기 친구들에게 의견을 들으러 가기도 하고, 도움을 구하기도 했던 모영입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던지 며칠 전 뜬금없이 귀국하고 싶은 날짜를 통보해 왔습니다.
그냥 지켜보던 입장에서는 귀국하기 전에 하게 돼 있는 대사관 산재사고 신고라든가, 출국할 때 반환일시금을 청구할 수 있는 국민연금, 자신이 들었던 귀국보험료 등에 대한 청구조차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일정을 통보받아 난감했습니다. 게다가 산재를 당했던 회사에는 퇴사하면서 출국할 의사가 없다고 하여 출국예정신고도 돼 있지 않아 보험금을 청구해도 절차상 앞뒤가 맞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랴부랴 회사에 연락한 후 인근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서 출국예정신고를 시작으로 관련절차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정작 모든 절차를 허겁지겁 끝내고 나자, 소피안은 다시 마음이 허해졌던 모양입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가만히 자리에 앉았다가도 잘린 손가락을 보며 한숨을 내쉬기를 반복하더니 그날 밤 다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다음날 다시 싱긋 웃으며 나타났습니다. 그런 그에게 똑같은 사고를 당하고도 꿋꿋하게 견디는 하스불라(Hasbullah)나 조노(Jhono) 등을 가리키면서 힘을 내라고 다독거려 봤습니다.
결국 귀국하기로 마음을 다잡았는지, 소피안은 그 날 오후 사무실을 비웠던 저에게 크리스마스카드로 작별인사를 대신했습니다.
수제 장갑공장 사장님, 장갑 가게 사장님이 되기를 소망했던 소피안이 부디 소망을 이루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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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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