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가 다니는 산책로.정판수
해가 뜨기 전에 출근하고, 해가 진 뒤에 퇴근하다 보니 태백이와 강산이(둘 다 풍산개)를 데리고 산책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가 꿀맛 같은 휴가로 하여, 이즈음은 아침에 짬이 생겨 두 녀석을 데리고 산에 오를 기회가 많아졌다.
오늘은 평소에 다니던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는 대신 아랫마을 명대리로 가는 길을 택했다. 이 길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는 밋밋한 길이지만 그래도 왕복 한 시간쯤 되는 거리니 제법 운동이 된다.
@BRI@나는 앞에서 태백이를, 아내는 뒤에서 강산이를 몰고 가는데 중간쯤 왔을까, 갑자기 태백이가 짖어대며 목줄을 당겼다.
이곳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도 않고, 또 현재는 논과 밭에 아무것도 심은 게 없다가 보니 줄을 풀어놓아도 된다. 하지만 녀석들이 제 마음대로 산 속을 오르내리다 보면 온몸에 풀씨나 벌레를 달고 오기에 꼭 줄을 묶고 다녔다.
그래도 풀어주지 않자 태백이가 다시 짖으며 줄을 당기는 거였다. 평소와는 다른 행동에 아무래도 무슨 일이 있는 듯싶어 풀어주었다.
그런데… 산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들짐승 한 마리를 물고 나오는 게 아닌가. 너구리였다. 나는 대충 짐작한 터라 놀라지 않았지만 아내는 기겁을 했다.
태백이가 물고 온 너구리는 산 너구리가 아니라 죽은 너구리였다. 언제 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길바닥에 태백이가 내팽개쳐 놓은 걸 뒤집어보았더니 가슴과 뒷발에 큰 상처가 있고 피가 잔뜩 묻어 있었다. 한눈에 뜨일 정도의 상처에다 피를 흘렸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