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음직스럽게 생긴 청둥오리 참숯불 소금구이이종찬
동양화에 나오는 청둥오리는 장원급제를 뜻하는 길조
나, 청둥오리. 나는 기원전 2~3천년 앞부터 사람들의 사냥감이 되어온 자연의 물오리다. 사람들이 이 세상을 너무나 자유스럽게 돌아다니는 나를 잡아 집오리로 처음 키우기 시작한 것은 고대 로마시대 바로 황제(Varro, BC110∼27년) 때가 처음이다. 그리고 지구촌의 사람들이 나를 떼지어 키우기 시작한 때는 17세기 뒤부터다.
한반도에서는 내가 언제부터 집오리로 키워지기 시작했는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만, 신라 고도 경주에 있는 안압지(雁鴨池)가 기러기 '안'(雁)에 오리 '압'(鴨)자를 썼고, 압록강(鴨綠江)의 '압'(鴨)자와 푸를 '록'(綠) 역시 푸른 오리, 즉 청둥오리란 뜻이 있는 걸 보면 한반도에서도 나를 집오리로 키운 지 꽤 오래 되었지 않겠는가.
나, 청둥오리의 이름은 한자말로 오리 '부'(鳧), 기러기 '압'(鴨), 집오리 '목'(鶩)이다. 조선 선조 때 송강 정철이 쓴 <송강별곡>에는 내 이름이 '올히'라고 씌어져 있다.
동양화에 나오는 나는 장원급제를 뜻한다. 왜? 오리 '압'(鴨)자를 풀어보면 장원급제를 뜻하는 '갑'(甲)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버드나무 밑에 내가 두 마리 그려져 있는 동양화는 버들 '류'(柳)자를 머물 '류'(留)자로 읽어 과거에서 장원급제한 행운이 오래도록 머물기를 바라는 그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