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삶아진 대게 드세요이종찬
영덕에서 잡히면 '영덕대게', 포항에서 잡히면 '포항대게'?
나는 주로 러시아의 캄차카반도와 알래스카주, 그린란드, 일본, 한반도 등지에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 하지만 아무리 먹고 살기 힘들어도 한반도 동녘바다 아래로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는다. 그곳에서 출렁이는 바닷물은 찜질방처럼 너무 뜨거워 내가 편안하게 살아갈 만한 곳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를 바다에서 살아가는 다른 물고기들처럼 양식을 하려고 온갖 수다를 다 떨며 실험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갇힌 곳에서 사람들이 때때로 던져주는 먹이를 날름날름 받아먹으며 살아가지 못한다. 나는 타고 난 천성이 드넓은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며 다녀야 내 목숨을 제대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대게다. 크기가 커서 대게가 아니라 긴 다리가 대나무처럼 쭉쭉 뻗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다. 근데, 사람들은 정말 웃긴다. 내가 사람들에게 잡히는 곳에 따라 내 이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내가 러시아나 북한에서 잡히면 사람들은 러시아산 대게, 북한산 대게라 부르고, 영덕에서 잡히면 영덕대게, 울진에서 잡히면 울진대게라 부른다.
얼마 전 포항과 울산 정자 앞바다로 놀러갔다가 그만 어부의 그물에 걸린 내 동무들은 금세 이름이 포항대게, 정자대게로 바뀌었다. 그리고 서로 자기가 잡은 대게들이 가장 정통적이고 맛있는 대게라고 마구 홍보를 하고 있다. 마치 그곳에서 잡히는 대게는 흑인종, 백인종처럼 피부색이 다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