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한 번 더 나오려는 거냐"

[取중眞담] 긴급 기자간담회의 뒷배경... 청와대 '불출마 선언' 필요 판단

등록 2007.01.12 14:29수정 2007.01.1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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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4년 연임제` 개헌안 관련 긴급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개정은 지금 대통령인 저에게는 해당되는 게 아무 것도 없다"며 세간에 떠돌고 있는 정략적 제안이라는 의구심을 일축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번 헌법 개정은 저에게 관련된 것이 아니다. 헌법이 개정되더라도 제가 다시 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 우리 헌법상 명백하게 '현재의 대통령은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다시 출마하지 못한다', 그렇게 되어 있다.

'너무 당연한 것인데 왜 그 말 하냐?' 그렇게 생각되실 텐데, '실제로 한 번 더 나오는 거냐?' 이렇게 질문하는 분들이 많다. 저도 깜짝 놀랐다. 아, 이게 대통령이 자기 임기를 한번 연장해 보려고 헌법 개정하려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구나, 이런 생각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개헌관련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간담회를 연 배경을 짧게 설명한 뒤 바로 이렇게 말했다.

국민 설득을 위한 기자간담회를 "헌법 바꿔도 나는 출마 못하게 돼있다"는 내용으로 시작한 것이다. '4년 연임' 개헌 제안에 대한 진정성에 대한 설득도 아니고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도 아니고, 대통령 말대로, 왜 저런 당연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을까.

청와대는 9일 '개헌제안' 특별담화 이후 청와대 내 행정요원 등 일반직원들 사이에 "이번 개헌제안은 노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를 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꽤 많은 직원들이 그렇게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청와대는 우선 내부부터 정확히 인식시켜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11일 오전에 비서실 고위인사가 내부 직원들을 모아 이번 개헌 제안에 대해 설명했다.

또다른 청와대쪽 고위인사가 "청와대 들어오는 길에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가 이번 개헌제안을 놓고 '노 대통령이 또 나오려고 한다'면서 비판하더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이 겹치면서 청와대는 이 같은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성을 느꼈고, 노 대통령의 11일 기자간담회 첫 발언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청와대 한 고위인사는 "노 대통령 기자간담회의 포인트는 ('임기단축 안 한다'가 아니라) '노 대통령 대선 불출마선언'"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개헌의 역사가 그 당시 독재자들의 집권 연장을 위해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금 헌법 개정하면 현재 집권자의 집권 연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하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불출마' 확인시킬 필요있다 판단, 기자간담회 열어

청와대 김진국 법무비서관도 11일 청와대 브리핑에 올린 글에서 "요즘 청와대 직원 중 '황당한' 문자 메시지를 받는 사람이 종종 있다"면서 "'재선승리', '재출마 하신다는데 힘내세요' 등 개헌을 대통령의 재출마 의사로 오해한 사람들이 '격려성’(?) 메시지를 보내곤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인 <청와대브리핑>에도 비슷한 글들이 여러 개 올라있다고 소개했다. "긴 세월 (대통령) 하기 싫다면서 왜 연임 개헌을 하려고 하는지,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 아닌가"(강산) "이번 대통령부터 적용을 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후보로 나와서 000 후보와 붙어야 한다"(igei) 등의 글이 올랐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같은 오해가 '개헌자체'에 대해서는 찬성여론이 반대와 비슷하거나 앞서는데 비해, '노 대통령 임기 중 개헌 반대' 여론이 60~70%에 이르는 불일치가 나타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이 불일치에 대해, 국민들이 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을 '실정가리기', '대선 판 흔들기' '노 대통령의 낮은 지지도에 따른 영향' 등으로 보고 있어, 청와대와는 인식차가 있다.

어쨌든 노 대통령은 "개헌제안은 역사적 책무", "설사 실패해도 제 책무를 다 한 것"이라면서, 여론이 나빠도 발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청와대는 여론 반전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11일 기자간담회 이후부터 차성수 시민사회비서관, 정태호 정무팀장, 김종민 국정홍보비서관 등이 잇달아 방송토론과 인터뷰에 나갔다.

청와대는 개헌발의 이후만 놓고 봐도 공표에 20일, 국회표결까지 60일 등 최소 80일 이상의 시간이 남아있고 그 사이에는 비판을 받든 어쨌든 개헌문제가 주요이슈가 될텐데, 한나라당이 계속 '함구령'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다소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20%에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개헌 자체'에 대한 여론이 팽팽한 것에 대해서는 '기대이상',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은데다 열린우리당도 동력이 상실된 상태여서 청와대가 기대하는 것처럼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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