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지라> "후세인 사형 동기는 이라크정책 실패"

등록 2007.01.16 14:59수정 2007.01.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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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앞바다의 리버티섬에는 유명한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 자유의 여신은 오른손으로는 횃불을, 왼손으로는 독립선언서를 들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여신이 자유의 횃불을 비추는 이념적 바탕이 독립선언서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 독립선언서에는 다음 구절이 있다.

"우리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

자유를 천부적 권리의 하나로 선언한 독립선언서의 정신에 기초하여 여신이 자유의 횃불을 비추고 있다는 것이 이 조형물이 던지는 시사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카타르의 <알자지라>에서는 자유의 여신상에 빚대어 후세인 처형의 실질적 동기를 풍자하는 시사 카툰를 내놓았다.

'사형 집행자'(The executioner)라는 제목의 카툰을 제작한 인물은 슈자아트 알리다(Shujjat Ali). 1971년 파키스탄 출생의 저명한 정치 카투니스트인 그는 미술·애니메이션 등에서 다양한 재질을 발휘하고 있는 젊은 예술가다.

흔히 사형이 집행되면, 집행자보다는 사형수에게 관심이 더 집중되는 것이 상례다. 그런데 사형수(A condemned criminal) 대신에 굳이 '사형 집행자'란 제목을 붙인 것은, 후세인에 대한 사형 집행이 집행자 측의 사정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꼭 후세인이 죄를 지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미국 측이 그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카툰의 주요 장면을 하나씩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체념한 표정의 후세인 전 대통령이 밪줄에 목이 매달린 채로 서 있다. 그런데 그 뒤의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폐허 속에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미국 점령 하의 이라크가 불안정하고 피폐해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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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다음 장면에서는, 후세인 전 대통령을 매달고 있는 밧줄과, 그 밧줄 너머로 폐허가 된 이라크의 모습이 함께 나타난다. 그리고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는 세 사람이 손을 흔들며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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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그런데 그들은 대체 무엇을 상대로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후세인 처형을 지지하는 시위일까? 아니면, 이라크가 피폐해진 데 대한 반미 시위일까? 그 점에 관해 이 카툰에서는 독자들에게 판단의 자유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지는 그림들에서는 이번 사형 집행의 근본 동기가 무엇인가에 관한 단서가 하나씩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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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후세인의 목을 묶고 있는 밧줄이 누군가의 손에 쥐여 있다. 그 손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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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이 그림에 의하면, 자유의 여신으로 분장한 부시 대통령이 오른손에는 밧줄을 쥐고 왼손에는 문서 하나를 쥐고 있다. 리버티섬에 있는 자유의 여신은 독립선언서를 이념적 바탕으로 자유의 횃불을 비추고 있는데, 부시 대통령은 어떤 이념적 바탕에 기인하여 후세인 처형을 결심한 것일까?

이 카툰은 후세인 처형의 실질적인 배후가 미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강조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어떤 동기에서 후세인 처형을 결정했는가 하는 점이다. 마지막 그림을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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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지라>

클로즈업된 '자유의 여신' 부시의 왼손에 들려진 것은 독립선언서가 아니라 '이라크정책 실패'(Iraq Policy Failure)라는 정책 평가서다.

많은 언론에서 이미 강조한 바 있듯이, 부시 대통령이 후세인 전 대통령을 처형한 직접적 동기는 이라크의 민주주의를 위한 게 아니라, 이라크정책 실패로 인한 중간선거 참패의 결과를 모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알자지라>는 이와 같은 카툰을 내놓은 것이다.

자신들의 정책 실패에 몸이 달아서, 무언가 새로운 전기를 급하게 만들어 보려는 미국의 조급증이 '후세인 전격 처형'이라는 카드를 내놓게 되었음을 강조하기 위한 카툰이다.

수많은 이라크인들을 살상한 진정한 주범은 자기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에게 그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부시 대통령은 그 오른손에 있는 밧줄이 결국에는 자신의 목을 조이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끔찍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밧줄이 부시의 목을 조인다는 것은, 세계 인류가 미국의 포악한 세계지배에 대해 정의로운 저항권을 행사하게 될 것임을 가리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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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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