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은 충돌할 것인가?

25일자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의 분석

등록 2007.01.30 11:55수정 2007.01.3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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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개월여 동안 미-이란 간에는 계속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핵개발계획을 둘러싼 양국의 힘겨루기가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을 놓고 국제사회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작년 12월 23일 미국은 유엔을 움직여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지를 촉구하는 안보리 결의 1737호를 통과시킨 바 있다. 하지만, 이란은 이에 전혀 개의치 않고 오히려 핵개발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을 뿐이다.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설령 10개의 유사한 결의가 나온다 해도 우리의 경제 및 핵정책에는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을 것"이라며 응수하였다.

@BRI@이 같은 이란의 강경노선에 맞서 미국의 압박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11일 미국은 이라크 아르빌 주재 이란영사관을 강제 수색하고 이란인 6명을 구금하였다. 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중동 국가들을 방문하여 대(對)이란 강경책을 촉구하였다. 이뿐 아니라 미국은 최근 걸프 지역에 항공모함과 패트리어트 요격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금방이라도 전쟁을 벌일 것 같은 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기세가 등등하면 할수록 이란의 기세도 마찬가지로 등등해지고 있다. 이란은 21일부터 북부 가르사르시(市) 인근 지역에서 탄도미사일 군사훈련을 개시하였으며, 22일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 요원 38명의 입국을 금지하는 강경조치를 취했다. 심지어 무스타파 모하마드 나자르 이란 국방장관은 24일 "이란은 이미 최고 수준의 전쟁 준비상태에 돌입하였다"고 밝히기까지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개발 문제를 외교적으로 푼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모든 선택 가능한 방안들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해 위기감을 한층 고조시키고 있다.

위와 같이 미-이란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긴장을 고조시킴에 따라, 국제사회는 양국이 군사적 충돌 혹은 전쟁상태에 돌입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라크에서처럼 이란에서도 제2의 전쟁이 발발할 것인가?

지난 25일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들은 미-이란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는가에 관한 분석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른 세계 언론들의 우려와는 달리 <신화통신>의 시각은 미-이란 간에는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a 25일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판.

25일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터넷판. ⓒ 신화통신


그 주된 판단근거는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지금의 상황을 전쟁으로까지 발전시킬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신화통신>은 다음 3가지 사실관계에 기인하여, 미-이란 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첫째, 최근 이란의 강경태도는 다분히 '몸값 올리기'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이란이 핵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비단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지역강국 도약의 발판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최근 이란이 보여 주는 강경태도는 미-이란 협상에 대비한 몸값 올리기의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둘째,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내부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에 국가 전체를 실제적인 전쟁으로까지 끌고갈 만한 역량이 없다는 것이다. 반대파들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강경노선 때문에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취임 이후 고(高)통화팽창률과 고(高)실업률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이러한 목소리는 이란 내 여론의 일정한 지지를 받고 있다.

반대파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증거로서 다음과 같은 현상을 들 수 있다. ▲최근에 치러진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와 지방의회 선거에서 대통령에 반대하는 온건파 및 개혁파가 승리를 거두었다. ▲보수파 신문인 <이슬람공화국보>마저도 최근 사설을 게재하여 “아흐마디네자드가 핵문제 처리에서 탄력성을 잃었기 때문에 국제연합 안보리에까지 이 문제가 회부되고 말았다”며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셋째, 이란에 대한 유럽연합의 압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최근 유럽연합이 "이란이 안보리 결의를 거부하면 유럽연합은 국제연합헌장의 관련 규정에 근거하여 보다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점을 근거로, 이란이 강경노선을 버리지 않으면 미-이란의 갈등이 유럽연합-이란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신화통신>은 위와 같은 3가지 사실관계를 들어 이란이 실제적인 전쟁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였다. 신문은 분석가의 말을 빌려 "미국과 이란은 지금 일종의 심리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며 서로 상대방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신문은 또 다른 분석가의 표현을 빌려 "지금 이란의 강경노선은 제한적인 것이라서 검발노장(劍拔弩張)이나 일촉즉발의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쌍방은 정치·경제·외교 등 영역에서 여전히 박혁(博奕)의 공간이 있다"고 분석하였다. 여기서 '검발노장'은 칼을 뽑고 활을 당길 정도의 급박한 형세를 말하고, '박혁'은 바둑을 두는 것을 가리킨다.

<신화통신>이 전쟁만큼은 발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시한 위 3가지 근거 가운데에 두 번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및 세 번째 측면은 북한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만한 요소다. 하지만, 두 번째 요인에서 북한과 이란은 분명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대미정책과 관련하여 북한은 상대적으로 내부적 반발이 없는 반면에, 이란은 강력한 내부적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점은 이란 지도부로 하여금 극단적인 대미정책을 꺼리도록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이란 관계가 일촉즉발 직전에 멈출 가능성이 있다는 <신화통신>의 분석에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부여하는 측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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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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