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장자산' 늘리면 미래 걱정 없다?

[재무설계로 재테크 뛰어넘기-28] 보험료 과소비의 또다른 유혹

등록 2007.02.14 09:30수정 2007.07.0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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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자산(사망보험금) 못지않게 고령화사회에 대비한 은퇴자금 확보도 중요하다. 사진은 한 재무설계 강연회. ⓒ 오마이뉴스 김시연

[사례] 서울 사당동에 사는 강아무개씨는 6년 전인 2001년에 종신보험에 가입하였다. 주계약인 종신사망보험금 5천만원과 60세에 소멸되는 정기특약을 포함, 일반사망 보험금이 총 1억5천만원이고 암특약과 재해상해특약 등이 포함되어 있는 종신보험이다. 보험료로 월 32만원이 들어가고 있다.

당시 강씨는 사망 시 가족을 위한 보험금의 중요성을 느껴 종신보험에 가입하였지만 6년이 지나 50세가 된 지금에는 노후자금 준비가 더 절실하다고 느끼고 있다. 더군다나 60세 시점이 되면 특약사망 보험료 1억원도 소멸되어 결국 나중에 본인이 사망하면 주계약 사망보험금인 5천만원만 남는다. 강씨는 이 돈을 가족들이 장례비로 쓰고 나면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매월 불입하는 32만원의 보험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아직도 10년 이상 불입해야 할 이 보험료로 지금이라도 노후 준비를 위한 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바람직한 게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보장자산'은 자산이 아니라 비용이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종신보험은 그야말로 대히트를 쳤다. 많은 금융기관과 제조업체들이 문을 닫거나 흡수 합병되었으며 많은 가장들이 실직하거나 실직의 위험을 절감한 시기였다. 이러한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물려 비싼 보험료에도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가정이 많았다. 비싼 보험료보다는 가장으로서의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더 중요한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약 10년이 지난 지금, 그 당시보다 경제생활이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하는 가정들이 많다. 소득 형편이 그 당시보다 나아지지 않은 사례의 강씨도 보험상품 중 가장 비싼 보험 중 하나인 종신보험료를 불입하느라 힘겨워하고 있다.

강씨는 월소득 330만원 중 거의 10%에 해당하는 32만원을 종신보험료로 내고, 부인 암보험 등 기타 건강보험에 추가로 15만원이 들어간다. 게다가 고등학생인 자녀 둘 교육비를 빼고 나면 월 10만원 불입하는 적립식 펀드가 미래를 위한 준비의 전부다. 앞으로 길어야 10년 남은 경제 활동기간을 생각하면 은퇴 후의 노후가 매우 걱정된다.

가입 당시 보험설계사로부터 은퇴 시까지 아무런 일이 없으면 종신보험을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들었으나 최근 확인해 본 결과 60세 이후 연금 전환 시 연금금액이 월 20만원이 채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씁쓸하기만 하다. 지금 20만원도 많은 금액이 아닌데 10년 후의 20만원은 연금으로써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다.

보장자산 늘리는 것도 좋지만 가입 후 유지율은?

'보장자산'이라고 하니까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거창한 자산 같지만 쉽게 말하면 사망보험금이다. 그렇다면 사망시 발생하는 보험금을 자산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굳이 분류하자면 자산은 자산이되 우발자산(?)으로 분류해야 정확할 듯 싶다.

기업은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을 설 때 지급보증 금액을 확정채무가 아닌 우발채무로 분류하고, 은행도 대출이 발생하면 대출자산에 대해 채무자의 신용도를 파악하여 위험에 대비한 충당금을 쌓는다. 같은 맥락으로 개인의 보장자산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는 자산으로 구분해야 하며 저축자산과는 다른 성격의 자산으로 구분하여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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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자산 확대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한 보험사 광고

최근 모 생보사에서는 가입자 1인당 3800만원 수준의 보장자산을 4200만원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통계에는 경제적 가장이 아닌 가정주부나 기타 가족들의 사망보험금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가장 중요한 경제적 가장들의 사망보험금은 평균적으로 이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가장이 아닌 주부나 기타 가족구성원들은 보장자산보다는 의료비 보장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무분별한 보장자산 늘리기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1996년 가입한 종신보험 계약 중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보험계약이 유지되고 있는 비율은 생보사 평균 3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70%이상의 해약된 계약들은 결국 보험사들의 외형성장에 대한 희생양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보험개발원 보험연구소의 '2005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구당 보험가입건수는 4.7건, 가구당 보험료 부담은 월 43만8천원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연금보험을 비롯한 저축성 보험이 포함되어 있어 정확한 보장성 보험료 부담액은 알 수 없으나 많은 가정이 종신보험을 포함한 보장성 보험에 적지 않은 부담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험사 이익보다는 가입자 이익을 이야기했으면...

2005년 말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총 사망자 24만5511명 중 60세 이전에 사망자는 총 6만7959명으로 약 27.7%에 해당한다. 거꾸로 말하면 60세 이후의 사망확률이 72.3%라는 의미이며 결국 60세 이전에 사망보험금을 탈 확률은 30%에도 못 미친다.

그렇다면 60세 이전에 발생할 사망보험금에 많은 돈을 지출하기보다는 60세 이후의 노후에 대비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고령화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현실과 의학발달로 인해 60세 이후 생존 확률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갑작스런 사망에 대비한 보장자산(사망보험금)도 만일에 대비한 중요한 자산인 만큼 적절히 준비해야 한다. 다만 그에 대한 비용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평균적으로 가장이 60세가 되면 자녀들이 대부분 성인이 되거나 독립된 생활이 어느 정도 가능한 시기이다.

따라서 보장자산도 가정 상황에 맞게 자녀나 유가족이 경제적으로 사망보험금이 필요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그 이후에는 소멸되는 보험상품을 선택한다면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례의 강씨 경우 종신보험 가입 시 주계약인 종신사망보험금 대신 60세 만기인 정기보험에 가입하였다면 사망보험금을 위한 보험료를 절반 가까이 줄이고 나머지를 자녀교육비나 노후자금으로 저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합리적인 보장비용으로 남는 돈을 미래에 투자하자

많은 사람들이 소득의 5∼8%가 보장성 보험료의 적정선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는 중산층 가정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될 수 있을지 모르나 모든 가정에게 적용되는 불문율은 아니다. 가령 월소득 200만원 이하의 서민들이 필수적인 생활비를 제외하고 교육비 등 미래를 대비한 저축을 하기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이고 적절한 보장성 보험료가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의 대다수 가정들은 자녀 교육비는 물론이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은퇴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그렇다면 보장성 자산을 위한 합리적인 지출이 선행되어야 미래를 위해 보다 풍족한 저축과 투자가 가능하지 않을까?
#보장자산 #보험사 #재테크 #재무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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