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의 거인 중국을 이끄는 것은 7000만명을 넘어선 중국공산당원이며 그 중에서도 최고 엘리트그룹으로 꼽히는 것은 전문기술관료(테크노크라트)들일 것이다.
중국의 권력은 철저한 혁명사상을 강조하는 '홍(紅)'과 실사구시를 바탕으로 전문적인 실무지식을 중시하는 '전(專)' 사이에서 끊임없이 대립하며 재생산되어 왔다.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으로 이어지는 1, 2, 3세대 지도부가 대장정과 건국, 사회주의 개조를 완성하며 홍의 세력 위에 기반을 두었다면 후진타오(胡錦濤)가 이끄는 제4세대는 선진 기술을 장착한 전문성으로 권력의 상층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문기술관료 중에서도 해외유학을 통해 선진 기술과 문화를 경험한 '하이꿰이파(海歸,海龜)'파는 중국의 초고속 성장을 선도하는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중국어에서 하이꿰이는 '해외에서 돌아오다(海歸)'와 '거북이(海龜)'의 의미를 모두 갖는데 해외에서 선진문물을 익히고 돌아온 거북이들이 전문경영인, 창업자 등의 용이 되어 중국을 비상하고 있는 셈이다.
권력의 상층부로 급부상한 '하이꿰이파'
중국의 유학생단은 1919년 3월 17일, 근공검학(勤工儉學, 일하면서 배운다) 유학생단 89명이 프랑스로 떠난 것이 처음이다.
근공검학은 지금의 산업연수생처럼 공장이나 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를 하는 개념이다. 1912년부터 이 운동을 시작한 쓰촨(四川)성 출신의 교육자 우위장(吳玉章)은 1915년 6월 차이위엔페이(蔡元培)와 함께 근공검학학회를 조직하고, 1916년 3월에는 중국프랑스교육회를 창립하여 프랑스 유학의 길을 텄다.
1919년에 리리산(李立三)이, 1920년에는 저우언라이(周恩來)와 덩샤오핑(鄧小平)이 근공검학을 이용하여 프랑스 유학길에 올랐다. 마오쩌둥(毛澤東)은 자신이 유학을 가지는 않았지만 유학생들의 학비를 지원했다고 하니 중국의 최고지도자들이 모두 근공검학과 연관성을 맺고 있으며 선진문화를 수용하여 중국을 개혁하고 발전시키려는 뜻을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1949년 건국 이후부터 2006년까지 중국의 유학생 누계 총수는 106만 7000명에 이르며 이중 27만 5000명, 약 26%는 귀국하고 나머지 79만 2000명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국 직후에는 소련과 동구권국가로의 유학이 많았으나 중소관계 악화 이후에는 영국, 미국, 호주, 독일,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일본 등 진출국도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중국은 정부지원으로 국비유학생들을 파견하고 있는데 1999년부터 작년까지 총 2만6000여 명을 유학시켰으며, 이중에서 2만2000명이 귀국하여 귀국율이 97%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올해 중국은 7000명의 국비유학생을 선발하여 하버드, 예일, 옥스퍼드, 캠브리지 등의 일류대학으로 보낼 예정이다. 예전에는 주로 공학, 전자 등의 과학기술 연구 분야였으나 최근에는 금융, 경영, 회계, 법학 등의 다양한 전공으로 선발하고 있다.
유학생들을 국내에 돌아오게 하는 중국
이미 중국에는 많은 해외유학파들이 사회 각 방면에 포진하여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중국과학원 연구원 중 81%, 45세 이상 박사 지도교수 중 58%, 대학 학장의 51%가 해외유학파 출신이다.
특히 정치적 카리스마와 동지애가 전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후진타오(胡錦濤)는 전문기술 관료들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면서 ‘하이꿰이파’의 공직 진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저우지(周濟) 교육부장은 미국, 쉬관화(徐冠華) 과학기술부장은 스웨덴, 쉬쾅디(徐匡迪) 정치협상회의 부주석은 영국,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미국에서 각각 유학하고 돌아온 하이꿰이파들이다.
중국의 실리콘벨리라 불리는 중관춘(中關村)에서 지문인식 잠금장치 관련한 IT기업을 경영하는 사장을 만나 취재를 한 적이 있는데 왜 귀국했냐는 질문에 그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난 영국에서 유학을 했는데 많은 영국기업들도 중국에 진출하려고 안달이다. 그런데 중국인인 내가 돌아가지 않겠느냐? 중국시장은 세계의 블랙홀인 동시에 나에게는 지금까지 유학하며 배운 기술을 실험할 최상의 무대인 셈이다. 또 유학파의 귀국 후 창업에 대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도 나를 자연스럽게 귀국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육성된 중국의 하이꿰이들은 선진의 과학기술, 경영기법 등을 장착한 파워엘리트로서 중국정부의 '씽크탱크' 역할에서부터 최일선의 실무까지 다양한 역할들을 담당하며 중국의 고공비행을 지원해 왔으며 이제는 권력의 최상층부에까지 손을 내밀고 있다.
최근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무분별한 해외유학이 중국 내에서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최소한 치열한 선발과정을 통해 보내지는 국비유학생들만큼은 '일개근종 일개복무(一個跟踪, 一個服務, 하나의 발전된 조류를 따라가 배워 중국의 발전을 위해 복무한다)'의 원칙을 잘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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