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천국 중국엔 '엄마 빼곤 다 가짜'?

가짜 물건과 흥정문화에 소비자는 아 피곤해!

등록 2007.03.16 09:07수정 2007.03.1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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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전자제품 소비가 늘면서 중국의 실리콘벨리 중관춘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전자제품 소비가 늘면서 중국의 실리콘벨리 중관춘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 김대오

지난겨울에 선생님들과 함께 칭다오(靑島)에 연수차 가게 되었는데 몇몇 선생님들이 짝퉁 로렉스 시계를 100위엔(1만2천원) 정도에 사고는 모두들 좋아했다. 그래서 시간을 볼 때마다 손목을 힘껏 내밀며 시계를 자랑하곤 했는데 한 선생님이 팔을 앞으로 쭉 뻗으며 시간을 보려는데 그만 시곗줄이 끊어지면서 시계가 산산이 분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시계를 산 곳으로 가져갔더니 이미 사용을 했기 때문에 수리나 교환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계를 산 지 채 2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중국에서는 일단 물건을 사면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다. 대형백화점이 아니면 애프터서비스가 잘 되질 않는다.

과거 사회주의시절에는 제화가 부족했기 때문에 사려는 사람이 많았고 자연스럽게 파는 사람이 왕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소비자가 왕인데 중국에서는 아직도 과거의 사회주의 시절의 전통이 남아있는 듯 한 느낌마저 든다.

3월 15일은 국제 소비자 권익보호의 날이다. 중국소비자협회에서는 이날을 기념하여 각종 소비자 권익보호를 활동을 실시하며,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과 대형상점에서도 소비자들을 위한 각종 이벤트와 서비스를 마련하여 기업의 이미지 제고와 판촉활동에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인다.

1986년 이래로 21년째 소비자권익보호활동을 추진해 오고 있는 중국소비자협회 조사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서 집을 구하려는 사람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챙긴 후 사라지는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수법에 많은 소비자들이 거액의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어떤 제품을 믿고 사기가 어려운 중국

@BRI@2006년 한해 중국소비자고발센타(전화 12315)에 가장 많은 투소건수를 기록한 것이 식품이다. 핸드폰, 의류, 가정용 장식재료, 농기구, 전신, 문화오락, 애프터서비스, 부동산중개업 등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조사되었다. 중국 먹거리에 대한 중국인들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유기농 농산물에 대한 관심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시장의 규모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빠른 경제성장에 따라 자동차, 컴퓨터, 에어컨, 핸드폰 등 고가품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정부는 자동차 리콜 제도를 도입하는 등 고가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에는 '엄마 빼고 전부 다 가짜다'라는 말이 있다. 유명브랜드의 짝퉁 제품에서부터 가짜 술, 담배까지 가짜가 없는 품목이 없을 정도이다. 심지어는 가짜 술을 먹고 죽는 경우도 있으며 단백질 함유량이 '0'인 가짜분유를 먹은 안훼이성의 아이들 200여 명이 대두증을 앓다가 13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소비환경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로서는 어떤 제품을 믿고 사기가 어렵다.

또 정찰제가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물건을 살 때는 주인과 진땀나는 흥정 한판을 벌여야만 한다. 처음에 100원 부른 값이 돌아서 가려 하면 금방 20원, 10원으로 바뀌고 마지막에는 주인이 손님에게 '당신이 값을 말해봐라' 라고 하는 것을 중국여행을 한 사람이면 누구나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중국소비자들의 피해와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으며 소비에서도 엄청난 빈부격차를 보인다. 부유층은 품질을 따져서 비교적 안전한 제품을 구입하지만 빈곤층은 값싼 제품만을 찾다보니 부득불 여러 가지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래서인지 중국소비자협회는 올해 소비자권익보호의 날을 맞아 '소비와 허시에(和諧, 조화로운 발전)' 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정부가 합리적이고 환경오염이 없는 녹색소비를 제도적으로 권장하고 있는 것이다. 또 값싼 물건에 대해서도 보다 엄밀하게 검증하고, 빈곤층의 소비품목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것인데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가짜와 짝퉁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실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원전 11세기 상(商)나라가 망하면서 흩어진 사람들이 주로 장사를 하였기 때문에 그 상나라 사람들을 이르는 말로 상인(商人) 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 유서 깊은 상인문화에서 생겨나는 고도의 상거래기법들을 현대화된 제도와 장치들이 얼마나 쫓아다니면서 소비자들의 권익을 챙겨줄 수 있을지 아직까지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정브리핑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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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3년, 산둥성 린이(臨沂)에서 1년 살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들려줍니다. 거대한 중국바닷가를 향해 끊임없이 낚시대를 드리우며 심연의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건져올리려 노력합니다. 저서로 <중국에는 왜 갔어>, <무늬가 있는 중국어>가 있고, 최근에는 책을 읽고 밑줄 긋는 일에 빠져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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