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출마 포기선언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정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 전날인 24일 '20년 지기'이자 '정치적 후견인'인 김종인 민주당 의원을 만나서도 이같은 뜻을 밝혔다.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권을 주도적으로 추슬러서 뭔가 타협해 가면서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그만두려 한다. 그냥 학자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것이었다. 정 전 총장이 불출마 기자회견에서 "소중하게 여겨온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세력화 추진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한 것도 이같은 차원이다.
지난 1월 불출마를 선언했던 고건 전 총리가 "결단하라고 하더니 막상 움직일 때가 되니까 주춤 거린다"며 기성정치인들에 대한 불만감을 나타냈던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은, 기자회견 직전에 처음 알려질 정도로 전격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범여권의 대선 후보로 본격 거론됐던 12월부터 최근까지 출마여부 자체를 놓고 고민해왔다. 그의 주변인사들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4월 중순쯤 불출마 결심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제 그에게 출마하라 그런 소리는 자주 안 한다"고 말했다. 그 무렵 김 의원은 정 전 총장에게 "4월 15일까지 결심하지 않으면 더 도울 수 없다"고 했었다. 4·25 재보선을 방관할 경우 사실상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판단이었다.
정 전 총장은 결국 재보선을 수수방관했고, 그 무렵부터 그를 대선후보로 밀어왔던 의원들에게서 다른 소리가 나왔다. "정운찬에게 기대했지만, 결국 타이밍을 놓쳤다. 지금 나서도 지지세를 얻기 힘들게 됐다"는 것이었다.
그 뒤부터는 사실상 불출마를 위한 주변정리 작업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총장은 총장시절부터 자신에 대한 기사를 꼼꼼히 챙겨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선 후보로 언급되면서부터는 단 한줄이라도 자신이 언급된 기사들을 체크해왔다. 언론의 '관심'에 단련되지 않은 비정치인에게 '충남 지역 정서에 기대고 있다', '소신없이 재고 있다'는 등의 보도들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는 그를 찾아간 기자들에게 "확인하지 않고 쓰는 기사들이 많다"는 어필을 하곤 했다.
그의 가족들도 그가 정치에 나서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출마하면 국민들이 찍어주지 않겠나, 그런데 정말 나라 잘 이끌 자신과 비전이 있느냐"는 것이었다. 전자는 후자를 말하기 위해 깐 자락이고, 방점은 후자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