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에선 뭘 볼까?

[무작정 떠난 러시아-유럽여행 29] 스웨덴 예테보리 2

등록 2007.05.08 09:16수정 2007.05.0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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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테보리에서 본 한진해운 상호
예테보리에서 본 한진해운 상호강병구
유스호스텔에 짐을 풀고 본격적인 예테보리 여행을 시작했다. ‘뭘 봐야할까?’ 사실 이런 고민도 방문지를 알고 있을 때나 가능하다. 전혀 생뚱맞은 곳에 도착하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사치일 수 있다.

그래서 그냥 걷기 시작했다. 도시 전체로 보자면 서쪽 변두리에 치우친 유스호스텔에 출발해 동쪽으로 걷는다. 중심가로 향하는 트램들이 정확한 간격으로 지나가지만, 바쁜 일 없는 내가 꼭 타야할 것은 아니다. 돈은 아쉽고 시간은 많은 배낭여행객에게 도보여행은 필수이자, 최고의 여행이다.

마땅히 보여줄 지도가 없지만, 여행서에 나온 것을 상상하며 나를 쫓아와보자.


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이란 음식점, 이탈리아 음식점, 일본 음식점, 인도 음식점이 차례로 보인다. 북유럽을 다니며 음식점이 붐비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웬만한 종류의 음식점은 있다.

특히 일본 음식점과 인도 음식점은 곳곳에 보인다. 터키 케밥집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더불어 패스트푸드점도 다양하게 있다. 맥도날드나, 피자헛 같은 미국계 패스트푸드점은 여기가 한국인지, 북유럽인지 구분이 안 간다.

걷다가 좀 큼지막한 트램역 뒤로 버거킹이 보인다면 시내 방향으로 정확히 가고 있는 것이다. 걷던 대로 동쪽으로 계속 걸어보자.

앗! 방금 지나친 누런 타일의 빌딩을 다시 봐보자. 그러면 익숙한 상표가 보일 것이다. 한국 상표가 붙은 건물 안내 표지를 보니 참 반갑다. 전에도 누누이 말했지만, 나 그런 사람 아닌데, 이상하게 여행 온 뒤론 한국에 관련 된 것만 봐도 반갑다.

이 해운사의 광고가 붙은 건물에서 북쪽을 보면 항구가 보인다. 그 근처가 덴마크 프레데릭스하운에서 오는 배가 정박하는 곳이기도 하다. 며칠 뒤 덴마크에서 노르웨이로 다시 가기 위해 배를 타고 왔을 땐 이곳에 서 내렸었다.


도심 한 가운데의 숲 같은 산책로
도심 한 가운데의 숲 같은 산책로강병구
다시 발걸음을 동쪽으로 이끌자. 그러면 이젠 지난번에도 잠시 소개했던, 숲 같은 산책로가 나온다. 울창한 나무들이 마치 숲 같은 모습을 보이지만, 그 바로 옆에는 자동차들이 달리고, 트램이 손님을 태운다. 숲이 도시에 녹아든다면 이런 모양일 것이다. 구획이 확연이 나뉜 공원도 좋지만, 이런 편안한 녹지도 매우 좋겠다. 세종로 한가운데에 숲길을 이런 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기차역 주변과 노르드스탄 근처에서


숲 같은 기다란 공원을 따라 조금씩 북쪽 방향으로 걷다보면 처음에 도착했던 기차역과 노르드스탄 쇼핑센터가 나온다. 뭐 전 회에 소개했으니 특별한 것 몇 가지만 더 둘러보자. 노르드스탄을 걸으며 느낀 것은 참 유모차가 많다는 점이다.

노르드스탄 쇼핑센터에서 너무 흔하던 유모차의 모습
노르드스탄 쇼핑센터에서 너무 흔하던 유모차의 모습강병구
스톡홀름 민박집에서 MBC다큐팀 형님들을 만났었다. 요즘도 심각한 출산육아문제를 주제로 다큐를 만드시기 위해 스웨덴 촬영을 오셨다고 했다. 육아문제라는 점은 이해됐지만, 출산 모범으로 스웨덴을 생각하는 것은 좀 낯설었다.

민박집 아주머니께서 요즘 스웨덴이 출산 붐이라는 설명도 별로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임신을 한 여자들이 많이 보이고, 그것보다 훨씬 눈에 띄는 유모차들을 보면서, '출산 붐이 맞기는 맞나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르드스탄 지하에는 큰 음반가게가 있었다. 스웨덴에 왔으니 아바음반이라도 하나 사볼까 하는 마음에 들렀다. 역시나 스웨덴을 대표하는 가수답게 아바의 음반은 그 종류와 수가 엄청났다.

흥미로웠던 건 똑같은 아바의 노래들인데, 스웨덴어와 영어로 녹음된 버전이 따로 나뉘어 있었다. 하긴 생각해보니 내가 들어본 아바의 노래들은 스웨덴 노래라기 보단 영어버전으로 된 팝음악이었다.

노르드스탄 지하 음반가게에서 본 한국 영화 DVD들
노르드스탄 지하 음반가게에서 본 한국 영화 DVD들강병구

‘뭐가 더 있나?’ 하는 궁금함에 넓은 가게를 둘러보다, 눈에 확 띄는 것을 찾았다. DVD코너에 있는 우리 영화들이었다. 해외에 우리영화가 많이 수출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그런 것을 보니 참 인상적이었다. 한두 개도 아니고 십여 개에 이르는 DVD들이 소개되어있었다. 그 중 <올드보이>는 꽤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이런 저런 구경을 하다 보니 벌써 점심때이다. 뭔가 스웨덴의 인상적인 음식을 먹고 싶지만, 자금의 압박과 새로운 것에 대한 주저함이, 또다시 맥도날드로 발을 이끈다. 20크룬을 주고 산 버거로 배를 채우고 다시 예테보리의 거리로 나선다.

아담한 놀이공원에서 혼자 놀기

예테보리 시립 미술관의 모습
예테보리 시립 미술관의 모습강병구
자, 다음으론 어딜 갈까? 여행서를 뒤적이니 예테보리 시립미술관이 보인다. ‘아무래도 시립미술관에는 한번 가봐야겠지?’하는 생각에 발길을 정한다.

노르드스탄 쇼핑센터부터 직선으로 난 쿵스포르츠아베뉜 거리를 걸어 남쪽으로 내려가면 예테보리 시립미술관이 나온다. 예테보리의 다운타운이라 할 수 있는 쿵스포르츠아베뉜 거리는 명품점에서 작은 식료품 가게까지 예테보리의 일상이 보는 곳이다.

시원한 물 한 병(참 비싸다)을 마시며 미술관에 도착하니 정기 휴일이란다. 이런 낭패가…. 어디로 향할까 하다가 이곳으로부터 좀 더 동쪽에 있다는 놀이공원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가서 북유럽 놀이기구는 어떤지 타보자’ 하는 마음으로 걸음을 옮긴다.

리세베리(Liseberg) 놀이공원의 정문
리세베리(Liseberg) 놀이공원의 정문강병구
한 두세 블록이나 옮겼을까? 누가 봐도 놀이공원으로 보이는 입구가 나온다. 리세베리(Liseberg)라는 간판이 높이 붙어있는 문을 통과하여 공원입구에 들어선다.

정말 인상적인 풍경이다. 놀이공원이 정말 공원 같다. 숲이 우거진 듯한 울창한 나무들이 공원입구를 한참 걸을 때 까지 계속된다. 그에 비하면 놀이기구는 참 작고 아담하다. ‘놀이’공원이라기보다는 놀이‘공원’에 가까운 구조다. 정말 아름다운 공원이다.

놀이기구는 대략 8가지 정도가 보인다. 스웨덴에서 손꼽히는 놀이공원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정도의 놀이기구 수이다. 우리 집 앞 롯데월드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놀이기구를 보유한 것에 비하면 정말 아담한 수준이다.

북유럽 최대라는 롤러코스터의 레일 모습
북유럽 최대라는 롤러코스터의 레일 모습강병구
‘뭘 탈까?’ 둘러보다가 롤러코스터로 향한다. 아무래도 놀이공원에선 롤러코스터가 최고다. 알고 보니 북유럽에서 가장 긴 롤러코스터란다. 입장료가 60크룬이고 15크룬짜리 쿠폰이 4장 필요하니 총 120크룬이 필요한 비싼 롤러코스터지만, 롤러코스터 준 마니아인 나는 ‘그려, 북유럽 롤러코스터는 어떤지 맛 좀 보자!’는 마음으로 덤볐다. 좀 미약하긴 하지만 역시나, 오랜만에 타는 것이라 더 그런지는 몰라도, 놀이공원에선 롤러코스터가 최고다!

공원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보니 정말 아름다운 ‘공원’을 꾸미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보인다. 빽빽한 놀이기구들로 정신이 없는 우리 놀이공원과는 많이 다르다.

‘엇, 저건 뭐야?’ 여행서를 뒤적여보니 리세베리 놀이공원은 유명인들의 핸드프린팅으로도 유명하단다. 스웨덴을 방문하는 유명인들 중 상당수가 이곳에 와서 핸드프린팅을 남긴다는 설명이 쓰여 있는데, 역시나 익숙한 많은 이름들이 보인다. 칼루이스와 펠레, 무하마드 알리의 손모양이 보이고, 저쪽엔 클리프 리차드와 파바로티 것이 보인다. 엇, 저쪽엔 휘트니 휴스턴과 마이클 잭슨도 보인다.

리세베리에 있는 아바의 핸드프린팅
리세베리에 있는 아바의 핸드프린팅강병구
그리고 한쪽엔 이 핸트프린팅들의 중심이라 할 만한 아바의 것이 따로 전시되어있다. 무슨 생각이 들까? ‘참, 스웨덴 사람들은 아바를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별것도 아닌 걸로 대단하게 사람 눈을 사로잡네’라는 생각이 든다.

급작스런 소나기가 내린다. 예테보리 둘러보기도 이만 마치라는 소리 같다. 아직 다 둘러보지 못했지만, 대도시가 주는 매력은 아니지만,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테보리는 참 편안하다. 그래서 좋은 곳이다.

리세베리 공원의 녹지 모습
리세베리 공원의 녹지 모습강병구

덧붙이는 글 |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예고된 날짜에 기사를 계속 올리 못하는 점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지난 2006년 4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했습니다. 약 3개월간의 즐거운 여행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다음 기사는 5월 7일(월요일)에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예고된 날짜에 기사를 계속 올리 못하는 점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 

지난 2006년 4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했습니다. 약 3개월간의 즐거운 여행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다음 기사는 5월 7일(월요일)에 이어집니다.
#북유럽 #스웨덴 #예테보리 #아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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