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불법체류자 만든 책임 '내게 없어'

외국인력 고용제한업체를 알선해 주고 불법체류자 만든 노동부

등록 2007.05.10 13:52수정 2007.05.1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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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없어요?"
"네, 잘 됐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한 달 쉬었었나요?"
"네∼"


한 달여를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직장을 구하던 인도네시아인 뿌뜨라 마이와사(Putra Waiasa)와 그의 친구 두 명이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근무처를 찾았다고 하기에, 쉼터를 나가는 그들에게 "이제 열심히 일하는 것만 남았겠네" 하면서 달리 문제는 없는지 확인차 말을 걸었었다.

그때 뿌뜨라와 그 친구들은 한 달간의 실직 끝에 직장을 얻었다는 안도감에 다들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삼 년이라는 제한된 기간 동안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했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실직 기간 동안 심신의 피로감이 여간했을 터. 직장을 얻은 기쁨을 여러 말로 표현할 이유가 없었다.

그랬던 그들이 꼭 한 달만에 다시 쉼터를 찾았다. 정확히 말하면 세 사람을 고용했던 회사의 사장이 세 사람을 쉼터로 데려다 준 것이었다. 이유는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를 통해 외국 인력을 소개받고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출입국에서 세 사람의 고용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회사 측에서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다음날 관할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외국인력 고용 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거부를 당했다고 한다. 이유는 지난해 11월에 불법체류자를 채용하다가 발각된 적이 있어 외국인력 고용이 제한된 업체였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출입국에서는 외국인력 고용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하지만 해당 업체 사장은 노동부를 통해 구인했는데, 자신의 회사가 외국인력 고용제한이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다. 결국 이 부분에 대해 업체 사장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달리 설명을 하지 않고 계속 일을 시켰다.


그런데 근무한 지 한 달 넘도록 외국인등록 변경신고가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이상하게 여긴 세 사람은 업체 사장에게 어찌된 영문인지 물었고, 그제야 사장은 다시 출입국과 노동부 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가며 문제를 풀어보려고 시도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뿌뜨라와 그 친구들은 고용허가제가 허락하고 있는 구직유효 기간인 두 달이 지나버려서 구직활동을 할 수 없는 불법체류자 신세가 돼 있었다. 쉽게 말하면 세 사람은 노동부가 알선해준 업체를 믿고 더 이상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구직유효기간이 지나 버렸고, 결국 본의 아니게 불법체류자가 되고 만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외국인력 고용 제한업체를 알선해 주었던 노동부 고용지원센터에 질의했다.

이에 외국인력 고용팀 관계자는 "출입국에서 고용제한 업체 정보를 입력하지 않았거나, 전산 장애가 발생한 것 같다"면서 "그리고 해당업체에는 출입국을 통해 외국인력 고용 제한업체라는 사실을 알린 바 있기 때문에 해당 외국인들의 구직활동이 지난 부분을 도와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불법체류자 만든 책임은 노동부엔 없다'라는 답변이었다.

a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가 구제를 받고 기뻐했던 무비만

불법체류자로 전락했다가 구제를 받고 기뻐했던 무비만 ⓒ 고기복

이에 대해 내가 "작년 6월에도 노동부에서 이주노동자에게 외국인력 고용 제한업체를 알선해 주어 애매한 피해자를 만들었다가, 우리 쉼터와 언론의 문제 제기로 피해자를 구제해 줬던 경우가 있었다"며 "1년이 다 지난 지금까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뭐냐, 문제가 발생하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긴 하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그 관계자는 "출입국에 문제가 발생한 정확한 사유를 확인하고 연락 주겠다"고 했지만 고용지원센터가 잘못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사실 작년 6월 이후 같은 문제가 한두 번 발생했던 것도 아닌데,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시스템 보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할 뿐이다. 흔히 말하는 '철밥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만치, 해당업무에 대한 숱한 문제 제기가 있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타 부서나 이주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만 보인다.

고용허가제의 도입 취지 중 하나는 '불법체류자'를 줄여서 합법적인 틀 안에서 외국인력을 고용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동부와 출입국이 전산공유가 되지 않아 엉뚱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어떻게 하면 불법체류자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는 부서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용허가제가 시행될 당시 많은 시민단체들은 입을 모아 '근무처 변경 제한과 횟수 제한, 근무처 변경 후 구직 유효 기간 제한 등은 독소 조항'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노동부 담당자들은 그것은 최소한의 제한이고,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가 근무처 변경과 관련한 부분이다. 노동부는 이번 기회에 이와 같은 문제가 재차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 노력도 함께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 #노동부 #불법체류 #뿌뜨라 #고용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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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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