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중앙역의 모습강병구
예테보리를 떠나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가기로 한 건 5월 23일의 일이었다. 여행을 시작한 지 1달도 더 지났고, 처음에는 인상적이었지만 계속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이 없지 않은 북유럽의 풍경도 슬슬 지겨워졌을 때였다.
북유럽의 국가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반적으로 부족했지만, 그래도 그중에 덴마크에 대한 건 좀 덜했다. 어릴 적 들었던 안데르센 동화, 특히 인어공주의 나라이기도 했고, 뷔페식의 나라라고도 들었다.
그 중에서도 어릴 적 내가 너무 좋아했던 레고 블록의 나라라는 점 때문에, 나는 항상 덴마크를 떠올리면 어린이, 즐거움, 아기자기함 같은 이미지를 함께 생각하곤 했다.
오전에 예테보리에서 탄 열차는 국경을 넘는다기보다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는 느낌을 주며 코펜하겐으로 향했다. 북유럽으로 들어온 이후 계속 좋지 않던 날씨는 오늘도 예외가 아니었다. 아침부터 내리는 비가 코펜하겐으로 향하는 내내 차창을 적시고 있었다.
북유럽 여행 루트를 생각해보기 위해 지도를 펼 때마다 항상 궁금했던 것이, 섬으로 떨어져 있는 덴마크를 어떻게 열차로 이동할까 하는 점이었다. 여행자인 나야 갈 수만 있으면 상관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지도를 보면 확연하게 바다로 육지와 떨어져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데 유레일 열차시간표에는 코펜하겐은 물론 다른 섬에 있는 오르후스나 오덴세로 이동하는 열차편이 특이사항 없이 표시되어 있는 점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청사 근처에 있는 안데르센의 동상강병구
하지만 이런 궁금함은 직접 가보는 것을 통해 확실히 해결할 수 있었다. 간단한 해결책이라고 해야 할까? 스웨덴의 육지와 덴마크의 섬들을 다리로 연결한 것이다. 열차가 바다 위를 달리는 경험을 덴마크에선 특별하지 않게 해볼 수 있다.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한 코펜하겐에선 우선 숙소를 잡아야했다. 여행 내내 그랬지만 예약 없이 다니는 여행이라 항상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당장 그날 밤 묶을 숙소가 가장 먼저 걱정이 되었다. 코펜하겐에 도착하고서도 마찬가지로 별 뾰족한 수가 없기에 예테보리에서처럼 여행안내소를 찾았다.
코펜하겐의 여행안내소는 역에서 티볼리 공원 방향으로 나와 바로 앞에 있는 큰 사거리 대각선 방향에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언뜻 생각이 안 되겠지만, 직접 가 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안내소에 들어가서, 이번에도 예테보리에서처럼 호스텔 예약을 대행해주길 기대했지만 예상처럼 되진 않았다. 친절하게 맞아준 덴마크 아주머니들은 예약 대행을 문의 하자 "호텔이냐"고 반문했다.
호스텔이라고 말하자 손가락으로 창 쪽을 가리키며, "저쪽에 있는 종이에 호스텔들이 안내되어 있으니 직접 하세요"라는 대답으로 내 차례를 마무리 했다. 결국 거기에 나와 있던 단호스텔 코펜하겐 시티라는 곳이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워보여서 전화를 해본 후 방이 있다는 소리에 그곳으로 향했다.
▲덴마크로 가는 기차가 바다를 건너는 모습강병구
코펜하겐의 놀라운 유스호스텔
티볼리공원을 지나 해변 쪽으로 걷다보니 내가 가려던 호스텔 건물이 나왔다. 그런데 그 규모에 몹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16층으로 된 건물 전체가 유스호스텔이었다. 1000여개의 침대와 200여개에 가까운 방을 갖고 있는 이 건물 전체가 유스호스텔이라는 것이 보면서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호텔의 로비 같은 호스텔 입구에서 수속을 밟고 방을 배정받았다. 9층의 도미토리 방을 배정받았는데, 또 하나 특이했던 건 모든 방이 남녀구분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전에 묶었던 핀란드와 스웨덴의 유스호스텔에선 남자방과 여자방 그리고 믹스된 방의 침대가 어떻게 있다고 설명해주고 여유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원하는 쪽으로 방을 해정해주었다. 한데, 이곳에선 아무런 설명도 없었고 그냥 방을 배정해주었다.
그런 사실을 모르고 배정받은 방으로 들어갔는데, 방에 웬 아가씨가 누워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숙소로 들어온 여러 국적의 남녀들과 서로 인사를 하며 이런 것이 별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엔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행동하는데 나만 유난을 떨 것도 없었고, 생활하다보니 조금의 조심성만 있다면 특별히 불편한 점도 없었다. 남녀 혼숙이라는 야릇한 상태가 아니라 그냥 여행지에서 만난 여행객들일 뿐이었다.
▲티볼리 공원의 입구강병구
이곳에선 재미있는 여행자들도 많이 만났는데,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인도인과 알렉산더라는 네덜란드인, 스기야마라는 일본 학생이 기억에 남는다. 의사라고 밝힌 인도인은 짐을 정리하고 떠날 때 카레 가루 등, 남은 요리 재료들을 남겨주고 간 것이 기억나고, 알렉산더 씨와 스기야마 양은 떠듬떠듬한 내 영어와 일본어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던 점이 기억난다.
특히 40대 중반의 직장인이라는 알렉산더 씨는 1달간의 휴가로 북유럽을 여행 중이라고 했는데, 휴가가 너무 짧다고 불평한 것이 머리를 한 대 때린 듯한 충격을 주었다. 또 20살의 메이지 대학에 다니고 있다는 스기야마 양은 당시 시끄러웠던 독도문제 때문에 약간의 미소 띤 설전을 벌인 것이 인상에 남는다.
비를 맞으며 티볼리 공원 구경하기
▲티볼리 공원의 모습강병구
숙소에 짐도 풀었겠다 어딘가로 나설까 하다가 숙소 바로 앞에 있는 티볼리 공원으로 향했다. 오후가 훌쩍 지난 시간 숙소 가까운 곳에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테마파크라는 설명이 발길을 이끌었다.
티볼리 공원도 예테보리의 리세베리 공원과 비슷하게, 정신없이 크고, 넓고, 놀이기구가 빽빽이 들어찬 우리식 놀이공원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놀이기구는 10여개가 될 듯 말 듯한 수였고, 그보다는 공원의 조경과 공연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30분 단위로 공원 내 이곳저곳에서 끊임없이 펼쳐지는 공연들은, 굳이 놀이기구를 타지 않아도 공원에 더 머무르고 싶게 했다. 놀이기구 중심에 공연은 지친 방문객들의 막간 서비스 정도로나 펼쳐주는 우리의 놀이공원들과는 전혀 달랐다.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티볼리 공원의 관람차강병구
하지만 놀이공원서 놀이기구가 빠질 수는 없는 법. 티볼리 공원의 롤러코스터는 100여년이 다 되어가는 것으로, 여전히 목제로 만들어진 모형을 유지하고 있다. 또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관람차도 있다.
늦은 시간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젖은 생쥐 꼴로 공원을 돌아다녀야했지만, 이곳저곳에서 펼쳐지는 음악과 공연, 그리고 놀이기구에 푹 빠져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세계에서 밤이 가장 아름다운 테마파크'라는 별칭을 붙여준 티볼리공원의 불꽃놀이를 안 좋은 날씨로 인해 확인할 수 없었던 건 아쉬웠다. 그나마 숙소로 돌아와 찍은 멋진 코펜하겐의 야경이 위안을 주었다.
▲숙소에서 찍은 코펜하겐의 야경강병구
| | [여행팁 21] 코펜하겐의 유스호스텔 | | | | 앞에서 설명한 단호스텔 코펜하겐 시티는 규모가 워낙 커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개인 배낭여행자의 경우 당일 투숙도 가능할 것을 보인다.
가격은 2007년 현재 도미토리 기준으로 성수기 165dkk(덴마크 크로네), 비성수기 130dkk 이다. 시트비와 조식은 별도이므로, 이곳 역시 1박 투숙에 대략 3만원 안팎의 돈이 들 것으로 예상하면 무리가 없다.
다만 지하에 꽤 넓은 부엌이 있으므로 조리를 직접 해 끼니를 해결한다면 돈을 꽤 줄일 수 있다.
단호스텔은 덴마크 전국의 호스텔을 통합한 숙박체계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코펜하겐은 물론 단호스텔에서 관리되는 덴마크 전역의 호스텔의 예약이 가능하다.
홈페이지: http://www.danhostel.dk
/ 강병구 | | | | |
덧붙이는 글 | 지난 2006년 4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했습니다. 약 3개월간의 즐거운 여행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다음 기사는 5월 18일(금요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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