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러운 샘의 도시 '제남'

[중국발품취재 7]

등록 2007.05.18 16:26수정 2007.05.18 16:26
0
원고료로 응원
a

이청조기념관 동상을 유심히 바라보는 아이 ⓒ 최종명

a

표돌천에 드리운 아름다운 조화의 그림자 ⓒ 최종명

2007년 4월 26일

칭다오 쓰팡(四方) 버스터미널에서 지난(济南) 행 버스를 예매했다. 99위엔에 보험료 1위엔 모두 100위엔이다. 비싼 편이다. 고급 버스라 그렇다. 지금이 아홉 시니 3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생각해보니 지난의 민박집 예약을 하지 않은 게 아닌가. 노트북에 연락처가 있는데 어쩌나. 노트북을 열고 번호를 찾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방이 없다네. 혹시 지난에 다른 민박집 아느냐고 물었더니 아마 없을 거란다. 설마 이런 일이.

칭다오에서 산둥성의 성후이(省会)인 지난까지는 직선거리로만 350㎞다. 그러니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3년 전에 산둥TV 공공채널 국장과 사업제휴를 하려고 온 적이 있어서 낯익다. 당시에 온 도시가 공사 중이었는데 지금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시내에 들어오자 내 핸드폰에 메시지가 들어왔다.

欢迎您来到齐鲁大地!畅游海滨风光, 饱览泰山壮丽, 追寻孔子足迹 (하략)
"그 옛날 제나라와 노나라 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해변 풍경을 마음껏 구경하고 태산의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도 실컷 보고 공자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세요."


내가 가진 중국 핸드폰은 주요 도시에 갈 때마다 환영메시지가 온다. 전국을 돌아다닐 것이니 아마 재미있는 메시지가 많을 듯하다. 그렇다. 산둥은 해변과 태산, 공자를 3대 명물이라 할만하다.

지난에 도착하자마자 호텔부터 찾았다. 터미널과 기차역 부근을 배낭 메고 돌아다니니 영 죽을 맛이다. 그래서 일단 택시를 타고 여행 책을 참고해 호텔 하나를 찾았다. '꾸이뚜빤디엔바'(귀두호텔 갑시다) 하니 가까운 거리니 미터기를 사용하지 말자고 한다. 맘대로 하라고 했다.

기본요금 7.5위엔 만 내면 되니. 책자에는 580위엔에 Tax 10% 별도라고 되어 있다. 480위엔에 Tax 없이 하루 묵기로 했다. 좀 비싼 듯했지만 애초의 계획이 다양한 호텔이나 민박집, 여관, 초대소를 다 누빌 생각이었기에 지난에서 좀 무리하기로 했다. 역시 호텔은 정말 좋았다.

재빨리 씻고 취재 차림으로 나왔다. 캠코더와 카메라, 삼각대가 전부다.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빠오투취엔(趵突泉)으로 향했다. 취엔청(泉城)이라는 지난에는 역시 좋은 샘이 많다. 빠오투취엔은 시 한복판에 있는 공원으로 샘들이 많다. 그 중 가장 크고 아름다운 샘이 바로 빠오투취엔이다. '뛰어오르고 솟아나는' 샘이라니 재미있는 이름이다.

먼저 이청조(李清照) 기념당에 들렀다. 그녀는 남송시대 유명한 여류시인이며 문학가이다. 1084년에 문학과 예술의 가풍을 지닌 사대부 집에서 태어난 그녀는 이안거사(易安居士)라 불리며 ‘여몽령(如梦令)’과 같은 여성스런 운치로 규방생활을 소재로 상춘(伤春)의 정서를 잘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샘이 있어 정서가 남다른 공원이다. 곳곳의 아담한 집이나 문 바위와 나무들이 다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을 풍긴다. 샘도 많고 정원도 많다. 그래도 빠오투취엔이 역시 최고다.

이 샘은 지엔취엔(槛泉)이라 불리기도 하며 이미 2700년 전부터 역사에 기록되기 시작한다. 일년 내내 평균 18도의 온도를 항상 유지하는 따뜻한 샘물이다. 샘물 속에는 물고기들이 솟아나는 샘물을 따라 솟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한다. 주변 나무와 작은 정자나 사당들이 비치는 샘물을 보고 있으면 시름이 다 사라질 정도로 짜릿하다.

눈길을 끄는 두 개의 작은 비석이 샘 깊이 심어져 있다. '제일천(第一泉)'은 청나라 함풍제 시대 서예가인 왕종림(王钟霖)의 글씨이고, '표돌천(趵突泉)'은 명나라 시대 산둥 지방 고급관원인 후찬종(胡缵宗)의 글씨라 한다. 회색 바위에 하늘색으로 각인된 비석이 물과 어우러져 투명함을 더해주고 있다.

a

표돌천의 비각과 정자 ⓒ 최종명

이곳에는 상큼한 정원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룬위엔(论园)이다. 이곳은 원래 명나라 시대의 한 문학학파인 후칠자(后七子)의 영수인 이반용(李攀龙)이 책을 읽던 곳이다. 1998년부터 꽃과 새를 잘 그리는 당대 서예가 왕쉬에다오(王雪涛) 기념관이 된 곳이다. 정원에 들어서면 그의 왕쉬에다오의 동상이 서 있고 세 곳의 건물에 그의 작품 2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a

왕설도 동상과 전시관 ⓒ 최종명

많은 문화행사가 열린다고 한다. 연등회(灯会), 국화전(菊展), 샘물문화제(泉水文化节), 초롱수수께끼(灯谜), 차 맛보기(品茗) 등이 있다 하는데 아쉽게 보지 못했다. 이런 재미난 장면을 다 보려면 일년 내내 이곳에 살아야 할 것이다.

a

표돌천 입구에 꽃으로 5월1일 노동절을 구현한 모습 ⓒ 최종명

빠오투취엔을 나와 바로 앞 황청광창(黄城广场)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잠시 쉬었다. 그리고 따밍후(大明湖)로 가기 위해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도심을 가로질러 거대한 호수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황청루(黄城路) 거리에 작은 골동품 거리가 있어서 잠시 들어가서 헤집다 보니 시간이 벌써 5시가 넘었다. 따밍후가 꽤 크니 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따밍후 남문에서 표를 사고 들어섰다 정말 넓은 호수다. 호수면적만 46꽁칭(公顷)이라 한다. 1꽁칭을 약 2만평이라 하니 거의 100만평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천연 호수인 셈이다. 호수공원에 놀이시설도 있긴 하지만 역시 호반에 예스럽게 서 있는 사당이나 정원이 멋지다. 너무 많아서 다 둘러보지 못해 아쉽다.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하고 인적이 드물어 혼자 놀기에는 그지없이 좋지만 다소 무섭기도 하다.

a

대명호라 새긴 비석이 거대한 호수 앞에 서 있다 ⓒ 최종명

호수와 오래된 건물들을 감상하며 걷고 또 걸었다.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호반 길을 가로막고 있는 티에꽁쓰(铁公司)에 이르렀다. 명나라 시대인 1400년에 연왕(燕王)인 주체(朱棣)의 반란을 일으킨 '정난지변(靖难之变)' 당시, 병부상서 철현(铁铉)이 고군분투해 싸우다 전사했다 한다. 이 사당은 바로 그를 기리기 위한 사당인 것이다.

a

철공사 문 ⓒ 최종명

a

철공사 정자와 호수 ⓒ 최종명


곳곳에 이런 사당이 많다. 문화공연도 있고 분수 쇼도 있는 대형 호수공원인데 시간이 늦어 아쉬울 따름이다. 호수 가운데 작은 몇 개의 섬에도 이름난 유적지가 있다고 한다. 특히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가 서예가인 이옹(李邕)과 만찬을 하며 즉석에서 '海右此亭古,济南名士多'이라는 시문을 내린 것에 유래한 리시아팅(历下亭)을 가보지 못해 안타까웠다. 티에꽁쓰와 리시아팅은 모두 지난시 문물보호 대상이기도 하다.

a

호수의 작은 섬에도 조명이 켜진다 ⓒ 최종명


저녁 8시가 넘자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빨리 걸어도 2시간은 족히 걸려야 제대로 볼 수 있는 공원이다. 호수 한 가운데 작은 섬에 식당이 있는 가보다. 불빛이 있고 사람들 그림자가 보인다. 나도 빨리 나가서 저녁을 먹어야겠다. 종일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프다.

a

대명호 정문 ⓒ 최종명


호텔 부근 콰이찬팅(快餐厅) 하나를 찾아 양저우(扬州) 식 볶음밥과 스촨(四川) 김치, 계란탕과 라오산 맥주 한 병으로 배불리 먹었다. 22위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blog.daum.net/youyue/1038992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blog.daum.net/youyue/1038992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제남 #표돌천 #대명호 #공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중국발품취재를 통해 중국전문기자및 작가로 활동하며 중국 역사문화, 한류 및 중국대중문화 등 취재. 블로그 <13억과의 대화> 운영, 중국문화 입문서 『13억 인과의 대화』 (2014.7), 중국민중의 항쟁기록 『민,란』 (2015.11) 출간!

AD

AD

AD

인기기사

  1. 1 서양에선 없어서 못 먹는 한국 간식, 바로 이것
  2. 2 모임서 눈총 받던 우리 부부, 요즘엔 '인싸' 됐습니다
  3. 3 카페 문 닫는 이상순, 언론도 외면한 제주도 '연세'의 실체
  4. 4 생생하게 부활한 노무현의 진면모... 이런 대통령은 없었다
  5. 5 "개도 만 원짜리 물고 다닌다"던 동네... 충격적인 현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