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 표지판과 실험기구가 놓여 있는 우간다 적도선김성호
2시간 조금 지났을까 내가 목을 빼고 기다리던 표지판이 나타났다. 적도 표지판이다. 캄팔라에서 78㎞ 떨어진 남쪽 지역이다. 근처의 도로 표지판에는 마사카라는 도시까지는 앞으로 52㎞가 남았다는 표시도 보인다.
내가 운전사에게 "사진을 찍게 차를 잠시 멈춰달라"고 요청하자 차가 멈춘다. 그러면서 운전사는 빨리 사진을 찍으라고 말한다. 바로 가야한다는 뜻이다. 운전사가 멀리서 온 여행객을 위해 우체국 버스를 멈춰준 것만으로 감지덕지인 셈이다.
적도가 통과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10개국에 불과하다. 아프리카의 우간다를 비롯해 남미의 에콰도르와 아시아의 인도네시아 등이다. 내가 아프리카 종단여행 중 적도와 마주친 것은 모두 두 번이다.
케냐 나이로비에서 출발해 우간다로 올 때 케냐의 나쿠루호수를 지나 엘도레트지역을 지나는 사이에 케냐 적도선이 있었지만, 어두운 밤에 버스를 타고 오다 보니 잠결에 그냥 스쳐 버렸다.
우간다 적도는 시원하다?
차 안에서 차문을 열고 적도선 표지판 사진을 재빨리 몇 장 찍었다. 우간다의 적도 표지판은 가운데가 뻥 뚫린 하얀색의 시멘트로 되어 있었다. 허리에 대고 돌리는 훌라후프처럼 생긴 하얀색의 둥그런 구조물이었다.
구조물 안에는 영어로 'EQUATOR(적도)'라는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 옆에는 적도 카페가 있고, 또 다른 쪽에는 역시 영어로 '부패는 살인자(CORRUPTION KILLS)'라는 문구와 함께 죽은 사람의 시체를 싣고 가는 그림의 섬뜩한 부패방지운동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눈길을 끄는 것은 적도 표지판과 똑같은 선상과 적도를 사이에 두고 남북 쪽에 각각 2~3m 떨어진 곳에 세워진 3개의 팻말과 실험도구이다. 노란색 팻말에 "당신은 알고 있느냐(DID U KNOW?)"라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게 하는 문구와 함께 가운데 구멍이 뚫린 둥그런 솥뚜껑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과 같은 세면대 모양의 실험도구를 설치해 놓은 것.
여행객들이 직접 적도에 왔다는 것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체감할 수 있도록 한 나름의 관광 상품이다. 적도선상에 있는 실험도구에 물을 부었을 때와 적도의 각각 남북에 있는 실험도구에 물을 부었을 때 구멍으로 물이 흘러들어가는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적도 선상에 있는 실험도구에서는 아무런 회오리현상 없이 그대로 물이 구멍으로 빨려나가는데 반해, 북반구에서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물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빠져나가고 남반구에서는 시계 방향으로 물이 돌면서 빠져나가는 차이를 보여준다. 물 위에 나뭇잎을 올려놓으면 물의 회오리 방향 차이를 손쉽게 볼 수 있다.
지구가 약간 기울면서 도는 자전과 중력의 차이 때문에 생기는 이른바 '코리올리힘(Coriolis' force. 전향력)'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