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발가락을 닮은 은백색 마운틴고릴라의 발.김성호
고릴라의 발을 보니 인간의 그것과 너무나 닮았다. 발가락이 다섯 개인데다 엄지발가락이 크고 앞쪽에 위치하는 등 사람의 발과 정말 비슷하다. 두 발을 가지런히 모아 엎드린 자세도 그렇고, 발바닥의 생김새와 주름살도 사람의 그것과 정말 똑같다. 인간과 고릴라는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과 비교하면 닮은 점이 너무나 많다. 오히려 차이점이 너무 적다고 해야 할까.
인간과 고릴라의 사이는 다른 동물과 비교하면 사촌이나 육촌 아저씨뻘 되는 친척관계이다. 실제로 인간과 유인원의 유전자를 분석해본 결과, 침팬지는 98%, 고릴라는 97%, 오랑우탄은 96%, 원숭이는 95%가 같다고 한다. 인류가 800만 년 전 고릴라로부터 떨어져 나오고, 다시 600만 년 전 침팬지로부터 진화해 나오기 전까지 수천만 년 동안 우리는 고릴라 종으로 같이 살아왔다.
고릴라 입장에서는 어느 날 집에서 가출한 새끼가 오랜 세월이 흘러 되돌아 왔는데, 털을 모두 밀어버리고 두 발로 서서 나타나 자신의 이름이 '인간'으로 바뀌었다고 하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사람과 같은 고릴라의 발가락을 보면서 문득 <발가락이 닮았다>는 소설이 생각났다. 중고등학교 시절 입시 때문에 그 내용보다는 자연주의 작품이니 하면서 4지 선다형 답안 작성을 위해 달달달 외웠던 김동인의 단편소설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소설 말이다. 물론 소설 속의 남자 주인공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운데 발가락이 닮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비극적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처절한 이야기지만.
소설 속 남자주인공 'M'은 아예 '다름'조차도 '같음'으로 끌어안으려고 몸부림치는데 우리는 얼마나 다름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가.
백인과 흑인, 황색인이라는 피부의 색깔에 의한 인종적 차별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같은 유대교 뿌리에서 나온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이 약간의 교리 차이로 서로 사실상 이단으로 바라보는 종교적 차별, 5천년을 한민족으로 살아왔는데 고작 60년을 떨어져 살았다고 남과 북을 냉전적 시각으로 보는 시대착오적인 이념적 차별의 시선으로 서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세상을 동질성보다는 이질성으로 보려는 기독교 원리주의자 조지 부시와 이슬람 근본주의자 오사마 빈 라덴이 만나면서 평화는 깨지고 전쟁이 찾아왔다. 인류의 모든 전쟁과 갈등은 세상을 '같음의 망원경'으로 보지 못하고, '다름의 현미경'을 들이대면서 시작된 것이다. 인간이 동물인 고릴라와의 차이가 불과 3%밖에 되지 않는데, 사람 사이에 다름이 있으면 얼마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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