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도 없는 범여권, '그들만의 줄다리기'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정동영 포함여부 놓고 고심 중... 정동영의 속내는?

등록 2007.06.01 10:01수정 2007.06.01 10:03
0
원고료로 응원
a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와 박상천 민주당 대표 등 양당 지도부가 21일 국회에서 통합 재논의를 위해 협상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와 박상천 민주당 대표 등 양당 지도부가 21일 국회에서 통합 재논의를 위해 협상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결국 손을 잡았다.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이 합치기로 했다. 소통합이다.

주목대상은 배제론이다. 김한길 중도개혁통합신당 대표가 박상천 민주당 대표의 배제론을 일정 부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배제 범위를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일부 배제'는 기정사실이라고 한다.

배제 대상이 되는 '일부'가 참여정부와 긴밀히 연관돼 있는 인사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최소한으로 잡아도 친노 직계는 '굿바이' 대상이 된다.

소통합파가 능동적으로 배제하는 대상도 있지만 거꾸로 배제 대상이 되는 면도 있다. 시민사회세력 그 누구도 이들과의 통합을 운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소통합파는 그들만의 결합이다.

'그들만의 후보'가 없다

'그들만의 결합'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앞날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경로는 이런 것이다. '그들만의 결합'으로 응집력을 키우고, 이를 토대로 선거 영향력을 키운 다음에 대선 막판에 후보 단일화 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기 숟가락을 확실히 챙긴 상태에서 '남들'과 겸상을 할 수 있게 된다. 밑질 게 없다.


그럴 듯한 그림이지만 아직은 미완이다. 밑그림 수준에 불과하다. 채색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지워질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들만의 후보'가 없는 점이다. 후보 단일화를 지향한다면 '그들만의 후보'는 필수다. 필수일 뿐만 아니라 절박하다. '그들만의 후보'가 상당한 세를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범여권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그 누구도 '그들'과 손을 잡지 않고 있다.


이 대목에서 방정식 문제가 출제된다. '그들'이 범여권 대선주자를 확보하려면 먼저 조직의 세를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순탄해보이지 않는다.

박상천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찾아간 뒤 양쪽에서 입씨름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배척하지 말라"고 말했는지를 둘러싼 진위 공방이었다.

동교동은 거듭 주장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인사는 "(특정 인사를)배척하지 말아야 한다는 언급이 두 번이나 있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에게 브리핑에 이 부분을 넣어야 한다고 당부까지 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전한 내용이다.

중요한 점이 포착된다. 김대중-박상천 면담에서 특정 인사 배척 얘기가 오갔는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확인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바라마지 않는 건 대통합이다. 달리 해석하면 소통합은 마뜩찮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들'은 마뜩찮은 길을 택했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그래서 조직의 세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선주자를 키울 수 있을까? 해답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배제론이다.

줄 한가운데 선 정동영

a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조선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배제론을 둘러싼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의 줄다리기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때문이라고 한다.

민주당은 "좌파-친노세력과 국정실패세력을 통합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한 반면 중도개혁통합신당은 "좌파-친노 인사는 몰라도 현 정부에서 장관을 했다고 배제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줄다리기가 이렇게 진행됐다면 줄 한가운데 서는 사람은 정동영 전 의장이다.

정동영 전 의장이 핵심인물로 간주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정동영 전 의장은 미약하나마 호남 대표성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를 합류시킨다면 '지역'에 호소하고, '지역'의 세를 확보하고, 궁극적으로 후보 단일화 협상에 나서는 데 유리하다. 중도개혁통합신당은 이 점을 중시한다.

하지만 참여정부와 각을 세워 차별성을 확보하려는 민주당 입장에선 난감한 인물이다. 정동영 전 의장이 참여정부 내내 2인자의 지위에 있었다는 점을 외면할 수가 없다. 만약 정동영 전 의장을 합류시키면 대통합을 마다하고 소통합을 택한 자기 명분이 반감된다.

'그들'에게 정동영 전 의장은 뜨거운 감자다. 안을 수도, 밀칠 수도 없는 존재다.

지금까지의 얘기는 '그들만의 얘기'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정동영 전 의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얘기다. 정동영 전 의장으로선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일방적인 얘기다.

그래서 궁금하다. 정동영 전 의장의 속내는 뭘까? 탈당 임박설이 흘러나오기에 더더욱 궁금해지는 게 그의 거취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2. 2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3. 3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4. 4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대세 예능 '흑백요리사', 난 '또종원'이 우려스럽다
  5. 5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윤석열 정부에 저항하는 공직자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