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잠자리에 들기 전에 읽어 주세요

[아가와 책 74]<자장자장 잠자는 집>과 <누가 곰순이 잠 좀 재워 줘>

등록 2007.06.05 15:54수정 2007.07.0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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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누가 곰순이 잠 좀 재워 줘> 중에서

책 <누가 곰순이 잠 좀 재워 줘> 중에서 ⓒ 길벗어린이

아이가 자라면서 좋아하는 책도 점점 달라진다. 언어의 폭발기라는 18개월 이후의 아이에게는 약간의 글자와 스토리가 있는 책을 읽어주면 좋다. 외국은 북 스타트 운동이라고 하여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야기를 읽어주며 백일도 되기 전에 첫 책을 접하게 한다.

이렇게 일찍부터 책을 접한 아이는 저절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자란다. 밖에서 뛰어 놀며 다양한 체험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에서 여러 종류의 책을 보면서 세상에 대한 간접 체험을 얻는 것도 필요하다. 아이는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정보를 실생활과 연관시키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키워 나간다.


특히 잠잘 때 들려주는 이야기(Bed-time Story)라고 하여 아이가 쉽게 잠을 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은 집집마다 한두 권 씩 꼭 갖고 있다. 21개월로 접어드는 우리 아이가 돌을 전후하여 가장 좋아했던 책들 중에도 바로 이 '베드 타임 스토리 북'이 포함되어 있다.

길벗어린이의 <누가 곰순이 잠 좀 재워 줘>라는 책은 각 페이지마다 겨우 한 문장이 적혀 있는 아주 단순한 그림책이다. 아들 윤재를 위해서 서양화가인 이강화씨가 그림을 그렸고 재미마주라는 기획팀이 글을 썼다. 그림책 전문 작가가 아닌 서양화가의 그림이라 좀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아이는 이 책을 굉장히 좋아한다.

"윤재를 위하여… 너와 함께 처음 동물원을 갔다 온 그 날을 잊을 수가 없단다. 그 동안 내 그림 속에 빠져서 정작 네가 좋아하는 동물을 그려 준 적이 없었구나. 동물들의 모습과 자연의 환상적인 색을 정직하게 그려 보았어. 내 그림 속에서 네가 꿈의 동물원은 신나게 여행했으면 좋겠어."

아들에 대한 아빠의 사랑이 듬뿍 담긴 그림은 매우 사실적이면서 유화 특유의 붓 터치가 그대로 살아나 시선을 끈다. 그림의 느낌은 밤을 배경으로 하여 어둡다는 생각이 드는데 유화의 거친 표현과 어두운 배경도 아이에게는 색다른 체험일 수 있다. 늘 화려한 그림책만 접하는 것보다 이렇게 특색 있는 그림책을 보여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어떻게 해야 곰순이가 잠을 잘까? 여우가 유모차를 태워 주면 잠이 들 거야. 그래도 눈이 말똥말똥한데. 부엉이 아줌마가 책을 읽어 주면 잠을 자겠지. 그래도 안 졸린 것 같은데. 박쥐의 멋진 서커스를 보고 나면 잠이 올 거야. 너무 신이 나서 잠이 안 오나 봐. 그러면 원숭이의 바이올린을 들려 줘야지. 그래도 안자면? 호랑이한테 물어 가라고 할 거야. 아니야. 곰순이는 엄마 품에서 벌써 잠이 들었는걸."


이렇게 끝이 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엄마 품에서 잠이 든 아가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타나는 동물들의 모습에 아이는 눈이 똥그래진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우, 부엉이, 원숭이가 하나씩 나타나선 곰순이를 재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재미있나 보다.

책의 끝에서 눈을 감고 있는 곰순이와 아이의 모습은 우리 아이를 편안한 잠자리로 유도한다. 18개월 이후의 아이는 책에 나오는 대상이나 엄마, 아빠와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행동을 모방하며 즐거워한다. 아이는 책 속의 주인공인 곰순이와 엄마 품에서 잠든 아가가 되어 행복한 잠을 청할 수 있다.


a 책 <자장자장 잠자는 집>

책 <자장자장 잠자는 집> ⓒ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의 <자장자장 잠자는 집>은 20개월이 되면서 좋아하게 된 책이다. 글자 수가 꽤 되고 스토리도 조금 긴 편이라 인지 능력이 꽤 생긴 후에 보여주어야 좋다. 이 책은 칼데콧 영예상을 받은 <비 오는 날>이라는 그림책을 쓴 작가 유리 슐레비츠가 글과 그림을 넣었다.

<자장자장 잠자는 집>은 저자가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마을인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살면서 음악과 낭만이 넘치는 마을풍경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창작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몽환적인 분위기가 독특하다.

밤이 되어 모든 것들이 잠을 자고 있는데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려온다. 방 안의 사물들은 하나씩 잠에서 깨어나 음악에 맞춰 멋진 춤을 추고….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극적인 전개는 어린 아이만이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도 즐겁게 일깨운다.

특히 자장자장 잠자는 집에 모두가 잠을 자다가 창 너머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모두 깨어난다는 설정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잠자던 의자가 비틀비틀, 휘청휘청, 잠자던 접시가 한들한들, 흔들흔들 춤을 추기 시작하면서 고요한 아가의 방안은 들썩이기 시작한다.

"꾸벅꾸벅 의자 옆에 꾸벅꾸벅 탁자. 쿨쿨 벽에 걸린 쿨쿨 그림들. 드르렁드르렁 벽시계 옆에 드르렁드드렁 찬장."

이렇게 의성·의태어를 사용한 글귀들은 리듬감과 재미를 준다.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비추고 있는 달님도 잠을 자는데, 신기하게 아이들은 이 '달님'을 너무 좋아한다. 많은 책들의 소재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아이들 책 소재로 달님이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이 사랑하는 대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의 마지막에서 모든 사물은 다시 고요히 잠을 청한다. 침대 속 아이도 자장자장, 벽도 자장자장, 그림들도 자장자장, 모두 자장자장 잠이 드는 집. 책의 사물들이 춤을 추는 장면에서 눈이 커지고 재미있어 하던 우리 아이도 눈을 감고 잠을 청한다.

아이가 자라면서 잠이 들기 전에 읽어달라고 가지고 오는 책의 숫자가 많아진다.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 아이는 어떤 꿈을 꾸면서 잘까? 아이가 자면서도 행복하고 즐거운 생각을 하면 좋겠다. 잠자기 전에 읽는 멋진 책의 내용처럼 말이다. 강아지 인형을 끌어안고 잠이 든 아이의 얼굴을 보니 평온하기 그지없다.

자장자장 잠자는 집

유리 슐레비츠 지음, 공경희 옮김,
웅진주니어, 2006


#누가 곰순이 잠 좀 재워 줘 #자장자장 잠자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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