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 계속 합창하시겠습니까?

[取중眞담] 화려한 연예인 미소 뒤엔 '이자의 덫'... 사채 광고를 중단하라

등록 2007.06.12 09:10수정 2007.06.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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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사채광고에 출연했던 최민식. 정치적인 이미지관리 실패의 대표적 사례라 할만하다.

사채광고에 출연했던 최민식. 정치적인 이미지관리 실패의 대표적 사례라 할만하다. ⓒ 리드코프


기회비용이라는 말이 있다. 경제학에서 흔히 나온다. 예를 들자. 한 대학생이 애인을 만났다.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었다. 물론 이 날만큼은 그는 아르바이트를 가지 않았다.

그가 쓴 데이트 비용은 얼마일까. 영화관람료와 저녁식사대라고 할지 모른다. 빠진 것이 있다. 데이트를 위해 포기한 아르바이트 수입이다. 경제학자들은 이것을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애인과 데이트라는 '기쁨' 뒤엔 아르바이트 수입 손실이라는 '아픔'이 있는 것이다.

김영욱 <중앙일보> 경제전문 기자는 자신의 책 <경제학스케치>에서 "기회비용은 '기쁨 속의 아픔'이다"고 적었다. 그는 또 "기회비용은 가지 않은 길, 가기를 포기한 길"이라고도 썼다.

대부업 광고 포기한 최수종 "죽고 싶은 심정"

유명 텔런트 최수종. 11일 그가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최수종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의 재계약 요구를 거절했다.

국내 한 고금리 대부업체 광고를 해온 그는 "더이상 팬을 실망시키기 싫었다"면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모델 재계약 제의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최수종은 또 이날 <마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죽고 싶은 심정이다"며 "시청자에게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내 무지로 인해 광고모델로 나서 팬과 대중에게 실망감을 안겨 죄송할 따름"이라며 그동안 마음고생을 털어놓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실망감을 갚기 위해 수십배, 수백배로 온몸이 부서져라 노력하겠다는 다짐까지 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초라하게 만들었을까.

영화배우 김하늘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최근 일본계 대부업체 광고 출연을 중단했다. 계약금 일부를 물어주기도 했다. 또 있다. SBS 드라마 '쩐의 전쟁'에 출연 중인 박진희(서주희역), 이영은(금나라의 여동생 은지역) 등도 거액의 광고 출연을 거부했다.


그들은 거액의 돈을 포기하는 '아픔'의 길을 기꺼이 걸었다. 국민에게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누리꾼은 이들에게 '격려'와 '박수'로 대신했다. 기회비용인 셈이다.

화려한 연예인의 미소 뒤엔 '이자의 덫'

a 대부업체 원더풀의 전속모델이었던 최수종씨는 "죄인의 심정"이라고 까지 표현하며 더이상 대부업 광고는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대부업체 원더풀의 전속모델이었던 최수종씨는 "죄인의 심정"이라고 까지 표현하며 더이상 대부업 광고는 거절하겠다고 밝혔다. ⓒ 원더풀

이들이 '아픔'의 길을 걷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중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쉽고 빠른 대출' '30일 무이자'라는 그들의 말과 표현은 많은 이들에게 '유혹'에 불과했다. 연예인의 화려한 유혹 뒤엔 연 66%라는 이자의 덫이 있었다.

하루라도 연체되면 각종 상환 압박이 따른다. 압류통보장을 비롯해 사기죄 고소 등의 공손한(?) 협박도 이어진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저소득층·서민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유혹은 텔레비전을 통해 더욱 적극적이었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해 케이블 채널, 심지어 어린이 전용 채널까지도 '무이자' 광고가 흘러나왔다.

이들 광고 어디에도 '연 66%'라는 문구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누구나 대출"과 "40일, 60일 무이자"라는 내용만 나올 뿐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뒤늦게 대부업체를 상대로 한 허위과장 광고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현재 대부업 광고를 출연했거나 출연중인 연예인은 20명을 넘어선다. 이 가운데 대부업계의 1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계 '러시앤캐시'가 연예인 공략에 적극적이다.

누리꾼으로부터 '사채영'이라고 불렸던 한채영을 비롯해, 김하늘(중단)·이병진·조원석·김미려·양희성·이영아가 참여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터프가이' 최민수와 그의 아내 강주은씨가 방송을 타고 있다.

국내 대부업체인 '리드코프'는 올드보이의 최민식을 비롯해 탁재훈·왕빛나·송선미와 광고 계약을 맺었다. 재계약 중단 선언한 최수종과 오승은은 <원더풀>에서, 이영범·안혜경·윤정희는 '원캐싱'광고에 출연했다.

이밖에 '쩐의전쟁'에서 사채업자로 나오는 여운계('한국대출정보')를 비롯해 코미디언 이용식('론플러스')·최정원('베르넷 크레디트')·안연홍('미즈사랑')도 마찬가지다.

a 러시앤캐시 광고모델로 출영했던 김하늘씨는 최근 계약금까지 반환하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러시앤캐시 광고모델로 출영했던 김하늘씨는 최근 계약금까지 반환하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 러시앤캐시

근시안적 돈벌이로 내몰린 그들, 이제 그만하자

이제 정리하자. 고리사채의 폐해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연예인은 대중의 신뢰와 사랑으로 산다. 또 이것으로 부와 명예를 얻는다. 굳이 사회적 책무까지 요구하기 어렵다고 치자.

그럼에도 팬과 국민들은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대중이 보낸 믿음과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김하늘이 그랬고, 최수종도 그랬다. 국민 다수의 여론도 그렇다.

김하늘·최수종 등의 이번 결정에 따른 '기회비용'은 거액의 '돈'이다. 하지만 그들은 잃어버린 대중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다른 연예인들도 무엇이 남는 장사인지 생각해 보라.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수도 있다. 이제 그만하자.
#대부업 #쩐의전쟁 #최민수 #최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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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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