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에게 한나라당은 '대공·대테러 조직'?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위법행위 했는데도 '자신만만 국정원'

등록 2007.07.16 10:12수정 2007.07.16 11:28
0
원고료로 응원
a 안상수 공작정치저지 범국민투쟁위원회 위원장은 15일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적으로 전산망을 이용해 국민들은 물론이고, 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친인척의 뒤를 캔 국정원의 정치사찰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국정원장을 해임하라"고 주장했다.

안상수 공작정치저지 범국민투쟁위원회 위원장은 15일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적으로 전산망을 이용해 국민들은 물론이고, 야당 이명박 대선후보와 친인척의 뒤를 캔 국정원의 정치사찰에 대해 국민에게 사죄하고 국정원장을 해임하라"고 주장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궁금했다. 국가정보원은 왜 자진 공개한 것일까? 왜 자진해서 '부패척결TF'가 있었고, 이명박 후보 처남 김재정씨의 부동산 자료를 뒤졌다고 시인한 것일까?

얼마 가지 않았다. 궁금증은 청와대의 설명으로 해소됐다. 청와대는 국정원의 자진 공개를 "청와대와 호흡한 결과"라고 했다. 청와대의 지시로 관련 사실을 밝힌 것이란 뜻이다.

줄기가 선다. 정치 중립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자진 공개를 지시한 것일 게다. 한나라당이 국정원의 행적을 정치 사찰로 규정하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해 청와대가 "도를 넘는 정략적 모함"으로 규정한 것을 봐서도 이런 해석엔 큰 무리가 없다.

국정원도 그렇다. 유력 후보 사찰이 아니라 공직자의 부패 척결 차원이었고, 자료를 유출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정치와는 무관한 통상적인 정보 수집 차원이었다는 주장이다.

다른 궁금증이 생긴다. 국정원의 통상적인 정보 수집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한나라당은 '대공·대정부 전복·대테러·국제범죄' 중 어디 해당되나

법만 보면 분명하다. 현행 국가정보원법 제3조에 따르면 국정원이 수집·작성·배포할 수 있는 '국내보안정보'는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으로 제한돼 있다.


법 위반이다. 국정원의 행적을 정치개입·공작으로 규정한 한나라당의 판단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도를 넘는 정략적 모함'이기보다는 합리적 문제제기에 가깝다. 정치에 개입하려고 월권을 했다는 언론의 지적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갈음하려니 또 다른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궁금하다기보다는 의아하다고 하는 게 좋겠다.


국정원 보고서가 시중에 나돈 바가 있다. '바다이야기'와 '제이유 로비사건' 관련 보고서였다. 지극히 제한된 범위 내에서 암암리에 돈 게 아니다. 언론이 두 보고서의 실존 사실을 전했고, 나아가 국정원 보고서에 이런저런 의혹이 기재돼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정원이 '바다이야기'와 '제이유 로비사건' 보고서를 작성한 것도 위법이다. '바다이야기'와 '제이유 로비사건'이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과 연관될 이유도 없고, 그렇지도 않았다.

왜 국정원의 위법을 눈 감아주나

a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 회의에 출석한 김만복 신임 국정원장.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 회의에 출석한 김만복 신임 국정원장.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런데도 정치권과 언론은 왜 국정원의 법 위반을 질타하지 않았을까? 민감하지 않아서? 정치와는 무관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아니다. 언론이 전한 바에 따르면 국정원의 '제이유 로비사건' 보고서엔 여러 명의 정치인 실명과 관련 의혹이 기재돼 있다고 한다.

자초한 것인지도 모른다. 국정원 보고서의 위법성을 따지기보다는 '한 건' 올리기 위해 정보 출처로 삼았던 정치권과 언론의 이전 행적이 국정원의 사고를 뒤틀리게 했는지도 모른다. '통상' 개념을 마구 확장시키는 계기를 부여한 것일 수도 있다.

거듭 확인한다. 국정원의 위상과 기능은 정파의 이해를 넘어서는 문제다. 민주주의 성숙도를 재는 척도이고, 정상 영역을 구획하는 울타리다. 국정원의 위법·월권은 반드시 제어해야 한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언론이 감시하고 정치권이 제동을 거는 것이다. 이중잣대는 안 된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안다. 잣대는 사랑의 매를 겸한다. 그래서 곧다. 마찬가지다. 판이 개혁의 자극제가 되려면 일관돼야 한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과 언론이 들고 있는 잣대는 곧지 않다. 오히려 휘어지고 우둘투둘한 마디까지 있는 대나무 뿌리에 가깝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2. 2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3. 3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은퇴 하면 뭐 하고 살거냐?" 그만 좀 물어봐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