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류근일의 유권자 모독, 혹은 협박

2007 대선의 핵심 관건은 무엇일까?

등록 2007.07.24 19:07수정 2007.07.2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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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칼럼니스트 류근일은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의 당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바 있다. 정주영 후보가 표를 너무 많이 가져가면 보수적 유권자의 표가 분산되어 용공분자인 김대중 후보가 당선될 위험이 있으니 김영삼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는 내용의 '정주영 변수'라는 제목의 칼럼이 효과를 보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류근일은 이렇게 <조선일보>라는 매체의 힘을 빌려 유권자의 선택에 개입해왔다. 이 칼럼은 <조선>을 언론권력의 권좌에 올려놓는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류근일과 <조선>에게 유권자란 선동적 칼럼과 편파·왜곡보도로써 주무를 수 있는 대상에 불과하다. 주권자가 아닌 여론조작의 대상인 것이다.

류근일의 <조선> 7월 24일자 칼럼 '아무개 찍고 이민간 유권자'를 보자. '실패한 대통령' 노무현을 찍은 "유권자 자신들이 또 손가락 자를 일을 하지 않기 위해 제정신 바짝 차리는 것이 더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것이 '2007 대선'의 가장 핵심적인 관건일 것"이라고 했다. 그런 다음 노무현을 찍고 나서 후회한다는 유권자들에 대한 경멸과 모독이 이어진다.

"여기서 '유권자'란, 항심(恒心) 없이 이리 쏠렸다 저리 쏠렸다 하는 일부 줏대 없는 대중을 의미한다"고 한다. 노무현을 찍은 유권자는 '무책임한 대중' '생각 없는 대중'으로서 "비싼 돈 들여 공부하고 교육받고서도 불과 반년 만에 발등을 찍으며 후회할 투표를 한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변호할 수 없다"고 비난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25∼30%이니 노무현을 선택한 유권자들의 절반 정도는 아직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 정도가 실망 내지는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다. 그러면 후자의 절반이 류근일의 저주와 경멸의 대상이 될 것이다. 이 유권자들은 정말 선택을 잘못한 것이며, 그래서 이렇게 모독을 당해도 되는 것일까?

류근일은 지난 6월 26일자 칼럼 '좌파 최후의 몸부림'에서도 유권자를 모독했다. "요즘엔 대학 나온 '화이트칼라'도 약 먹이면 취하는 '대중사회인(人)'일 뿐이다. 그리고 그런 대중 현상이 있는 한, 저들의 사술(詐術)은 얼마든지 또 먹힐 수 있다"면서 "이 시대의 싸움은 결국 양식과 반(反) 양식의 싸움에서 누가 대중을 전취하느냐의 싸움일 것"이라고 했다.

류근일은 이에 앞서 3월 20일자 칼럼 '2007 대선은 유권자들의 싸움'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떤 정권이 탄생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유권자 자신들의 몫이고, 길흉(吉凶) 간에 국민들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이다"라며 유권자들을 협박했다. 또다시 노무현 정권과 같은 '흉(凶)한 정권'이 탄생하지 않도록 한나라당 후보를 찍으라는 얘기였다.


류근일은 우선 대중(大衆)과 공중(公衆)을 구분하지 않는 교활한 글쓰기로 유권자들을 둘로 갈라 세우는 사술(詐術)을 동원하고 있다. 류근일에게는 대학을 나온 교양인들도 현재의 여권을 지지하면 줏대없는 대중, 무책임한 대중, 생각 없는 대중으로 취급당한다. '좌파 최후의 몸부림'(소위 범여권의 대통합 움직임을 류근일은 이렇게 표현했다)을 거부해야 양식 있는 유권자가 된다고 한다. 황당무계한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대중사회 이론에 따르면, 대중(mass)은 본래 산업사회에서 생각 없는(정확하게는 생각할 겨를이 없는) 노동자 시민들의 집합체를 의미한다. 이 대중에게 취하도록 약을 먹이고 사술(詐術)을 거는 존재가 바로 <조선>과 같은 매스미디어였다. 그리고 대중사회의 해체를 촉발시킨 것이 다름 아닌 인터넷이다.


반면에 공중(public)은 의견을 가진 구성원들의 집합체를 일컫는다. 공중의 의견(opinion)이 여론(public opinion)이며, 그들의 정치적 판단에 의한 선택이 정당과 정치인의 운명을 좌우한다.

류근일이 공격하는 지점이 바로 이 공중이다. 개혁적이고 건강한 의견을 가진 유권자들을 좌파요 무책임한 대중으로 몰아세우면서 우파를 결집시키는 한편으로 중간지대에 있는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매개로 하여 결집된 공중이 그 사술을 격파해야 할 것이다.

사실 류근일의 판단은 정확하다. '2007 대선은 유권자들의 싸움'이며,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떤 정권이 탄생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유권자 자신들의 몫이고, 길흉(吉凶) 간에 국민들 스스로 책임져야 할 일"인 것이다. 다만, 언론이 해야 할 일은 공정보도로써 공중으로서의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류근일을 필두로 한 극우 논객들과 <조선> <중앙> <동아> 등은 언론의 정도를 포기한 채 현실을 호도하고 유권자를 협박해서라도 특정 후보가 당선되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행위가 아닌 정치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어차피 싸움은 벌어졌다. 전투다. 양식 있는 유권자들이 봉기하여 사이비언론의 정치행위를 무력화시켜야 할 것이다. 이것이 2007 대선의 가장 핵심적인 관건이다.
#조선일보 #칼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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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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