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맥주가 바로 첫 입맞춤의 맛?

[오지고 푸진 맛] 전남 무안 일로 연맥주, 연음식 전문점 '하늘백련브로이'

등록 2007.08.01 08:22수정 2007.08.0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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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스너 연맥주, 혓바닥을 톡톡 건드리며 젖어드는 그 부드러운 달콤함은 첫 입맞춤의 맛(?)이 아닐까. ⓒ 조찬현


연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커다란 연잎 또한 꽃 못지않게 아름답다. 연꽃방죽은 아침에 살아 숨 쉰다. 하필 해질 무렵 찾아간 백련지는 어둠 속에 그 모습을 감추고 백련은 입을 앙다문 채 연잎 속으로 수줍은 듯 사라진다.

연꽃을 보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해가 머리 위에 떠오르는 한낮이면 연꽃은 꽃잎을 앙다물기 때문에. 연꽃은 이른 새벽 5시께부터 꽃잎이 열리기 시작해 아침 10시면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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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군 삼향면 농로길, 늪지 농수로 너머 해넘이 ⓒ 조찬현


무안 회산백련지 자연생태공원에 가면 10만여 평의 연꽃방죽에서 순백으로 피어난 청초한 백련의 신비로움을 만날 수 있다. 백련은 7~9월 사이 석 달 동안 계속해서 잎사귀 아래 보일 듯 말 듯 숨어서 하얀 꽃이 피어난다.

연꽃은 열흘 간 피고지기를 반복하다 꽃잎을 하나 둘씩 떨쳐낸다. 예쁘기도 한 백련은 버릴 게 하나도 없다. 여름과 가을 두 번 꽃이 피며, 백련의 잎은 쌈이나 무침, 부침개 등 다양한 요리에 이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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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만 아름다운 게 아니다. 커다란 연잎 또한 꽃 못지않게 아름답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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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회산백련지 자연생태공원, 10만여 평의 연꽃방죽에서 순백으로 피어난 청초한 백련의 신비로움을 만날 수 있다. ⓒ 조찬현


연의 모든 것 선보이는 '하늘백련브로이'

하늘백련은 무안백련의 브랜드로 하늘이 내린 백련이란 탄생설화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하늘백련브로이는 매장에 맥주제조시설을 설치하여 연맥주를 직접 생산한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연맥주는 맥주보리와 무안 백련차를 활용하여 즉석에서 만든 생맥주로 열처리를 하지 않아 필수영양소와 효모가 살아있어 신선하고 독특한 맛이 난다.

부드럽고 은은한 필스너 연맥주와 구수하고 쓴맛이 교차하는 백련흑맥주 두 종류가 있다. 필스너 연맥주를 맛보았다. 첫 맛의 특징은 역시 부드러움이다. 혓바닥을 톡톡 건드리며 젖어드는 그 부드러운 달콤함은 첫 입맞춤의 맛(?)이 아닐까.

연쌈밥을 주문하자 연잎가루로 만든 부침개가 먼저 선보인다. 차지고 입에 착착 감긴다. 이곳의 주 메뉴는 연잎에 싸인 '연쌈밥'이다. 차진 찰밥이 오므린 꽃봉오리인양 연잎에 다소곳이 싸였다. 웰빙 영양덩어리다. 잡곡과 어우러져 차지고 고소한 맛은 나이든 어른이나 아이들 모두 다 무난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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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가루를 넣어 만든 부침개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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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쌈밥 기본 상차림 ⓒ 조찬현


연근삼합의 독특한 맛에 눈이 번쩍!

연쌈밥 메뉴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연근삼합. 삶은 돼지고기와 양파김치, 연뿌리를 얹어 만든 삼합은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심청이 아버지 심봉사 눈뜨듯. 양파김치 대신 묵은지를 넣은 삼합도 맛이 그만. 연근은 아삭아삭하고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유별나다.

삶은 돼지고기 수육은 일반수육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이 집은 기본 수육에 연잎에서 추출한 농축액을 넣고 다시 쪄냈다. 이렇게 쪄내면 고기가 검푸르게 착색되고 연향이 묻어난다. 그 맛이 부드럽고 독특하다. 여기에 연근과 무안의 양파김치가 함께 어우러졌으니, 그 맛을 감히 글로 어찌 표현한단 말인가.

돼지고기의 느끼함은 연근이 순식간에 앗아간다. 연근과 양파의 개운함과 상쾌함이 좋다. 연근은 2~4월에 수확해야 가장 맛있다. 이때가 알뿌리 또한 굵고 영양도 최고다.

땅에 묻어 삭힌 묵은지, 연근을 초절임한 뒤 보관하여 이 집만의 비밀스런 방법으로 처리 후 신맛을 제거하여 손님상에 내놓은 연근. 연쌈밥 1인분 가격은 7천원, 고급스러움에 비하면 정말 순진한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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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잎에 싸서 쪄낸 연쌈밥 ⓒ 조찬현


또한 연밥을 지을 때는 찹쌀만 사용하면 너무 질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찹쌀과 멥쌀을 6:4의 비율로 섞는다. 찹쌀과 멥쌀 흑미 등을 넣어 지은 밥에 연근을 썰어 넣고 잣, 대추, 은행 등으로 고명을 올린다.

연쌈밥은 광목천을 이용해 찜기에 져낸 뒤 연잎에 싸서 다시 쪄낸다. 이 업소는 연잎 냉동 보관기술을 독자 개발하여 연잎 쌈밥을 4계절 맛볼 수 있다. 맛깔스런 새우조림, 기름에 볶지 않은 잡채 등도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잡채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육수에 담가 볶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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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근은 아삭아삭하고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유별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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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나온 연잎 식혜는 은은한 기품이 깃들어 있다. ⓒ 조찬현


연근의 다양한 효능

연근은 비타민C가 듬뿍 들어 있다. 연근 100g에 포함된 비타민C는 귤의 1.5배나 된다.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아 변비 예방 효과가 있으며 연근 속의 폴리페놀 성분은 염증을 진정시키고 출혈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눈에 핏발이 서거나 열이 날 때 코피가 자주 나는 어린이에게 연근 즙을 먹이면 좋다.

연은 2천 년 전의 화석 씨에서도 꽃이 피어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라고 한다. 수련과의 다년초인 연을 중국에서는 불로식품으로 여기며 잎과 열매, 뿌리 등을 약용으로 이용해 왔다.

후식으로 나온 연잎 식혜는 은은한 기품이 깃들어 있다. 연잎의 독특한 향과 감미로움이 스며있다. 두 잔을 연거푸 마시니 마음이 차분해지고 평온이 찾아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큐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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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 #연맥주 #연쌈밥 #무안백련축제 #회산 백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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