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치마 아가씨가 내지른 비명, "어마앗!"

[달내일기 114]시골 풀 숲 들어갈 때는 '완전무장' 하세요

등록 2007.08.01 10:08수정 2007.08.01 11:35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어마앗!" 하는 비명소리가 묵정밭 쪽에서 들려왔다. 나는 속으로, '말 안 듣더니만 기어코…' 해도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짧은 치마의 아가씨가 내지른 비명이었다.

5분 전 상황이다. 저번에 자른 감나무를 아직 다 치우지 못해 따가운 햇살에도 불구하고 가지는 가지 대로, 잎사귀는 잎사귀 대로, 어린 감은 감 대로 따로 모아 태울 것과 묻을 것, 버릴 것을 정리하는데 차 한 대가 가다가 멈추었다.

문이 빠끔히 열리더니 선글라스를 낀 젊은 여인 둘이, "저어… 아저씨, 저기 저 꽃 꺾어 가도 돼요?" 하기에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외지인이 사둔 묵정밭에 참나리꽃이 예쁘게 피어 있어, 어느 꽃이냐고 물어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었다.

"밭주인은 있어도 풀꽃주인은 없으니 꺾어 가도 됩니다만 꺾어 가면 혼자만 볼 수 있지만 놔두면 여럿이 볼 수 있는데…" 하고 말을 흐렸더니, "그래도 너무 이뻐서 그래요. 아저씨가 좀 꺾어다 주었으면 좋겠는데…" 한다.

a

풀숲에 도드라지게 피어 있는 참나리꽃. 누구나 꺾어가고 싶은 욕심을 불러일으킨다. ⓒ 정판수

아무리 젊고 세련된 여인의 부탁이라고 해도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저만치 혼자 피어 있는 꽃'을 꺾어다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거절하자 갑자기 그 중 한 여인이 성큼성큼 풀숲으로 걸음을 옮기는 게 아닌가.

"아니 아가씨, 그런 차림으로 저 풀 속으로 들어가면 큰일납니다. 독충들이 있을지 모르는데…."

허나 내 말을 무시하고 자기네들의 부탁을 거절함에 기분 나빠 그랬는지 오히려 나 보란 듯이 꼿꼿이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가장 우려했던 뱀에게 물린 건 아니었다. 짧은 치마에 맨다리로 풀숲으로 들어갔으니 풀쐐기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쏘았던가 보다. 제법 발갛게 부어 있었다.

어제(7월 31일)도 이와 비슷한 일을 아내로부터 들었다. 중씰한 나이의 아저씨 두 사람과 아주머니 두 사람이 놀러왔던 모양이다. 우리 집 입구 땡감나무에 으름덩굴이 많이 늘어져 있는데 아직 익지는 않았으나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큼 자랐다.

누군가 그걸 보았던 모양이다. 아저씨 한 사람이 나무를 타고 올라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만 가지에 매달린 벌집을 건드렸던 모양이다. 벌에 쏘이고 비명을 지르고 야단도 그런 야단이 없었다고 아내가 전했다. 다행히 생명에 위협을 주는 벌이 아니라 아픔만 주는 어리별쌍살벌이었다나.

a

우리 집 들어오는 길목 땡감나무를 감고 있는 덩굴에 매달린 으름들. 나무에 올라갈 때는 벌집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 ⓒ 정판수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요즘 시골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뱀이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마을에서도 특히 우리 집은 사방이 풀숲이므로 주변에 뱀이 많다. 분명히 한 달 전보다 훨씬 눈에 많이 띈다.

어느 여자든 마찬가지겠지만 아내도 뱀을 무척 두려워한다. 그래서 채소류나 과일류를 심을 때는 아내가 심지만 딸 때는 내가 직접 가서 딴다. 워낙 아내가 뱀을 무서워하기에 일일이 뱀 보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난 이 년의 경험으로 녀석이 다니는 길목을 알기에 그곳을 갈 때만 주의하면 되었다.

뱀은 사람이 먼저 건드리지 않으면 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풀숲에 들어갈 때는 다르다. 조심하지 않고 걷다가 무심코 뱀의 꼬리를 밟았을 때는 녀석이 자기를 공격하는 줄 알고 바로 물어버린다. 그럴 때 독 있는 뱀이라면 생명까지 위험하다.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시골 사는 사람들은 풀숲에 들어갈 때 다들 두려워하는데 왜 도시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한다. 겁이 없어서일까, 몰라서일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른다고 하여 위험은 비켜가지 않는다.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휴가 기간 동안 시골에 와 즐겁게 놀면서 휴식을 취하면 삶의 활력소가 돼 다시 힘차게 일을 할 수 있으리라. 허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위험에 대비를 해야 한다.

a

길가 풀숲에 열린 호박. 제법 크기를 갖춘 지라 슬쩍 따가고 싶지만 주의해야 한다, 주인보다도 자칫하면 마치 보호색을 띤 듯한 뱀을 밟을 수 있으니. ⓒ 정판수

시골 놀러갈 때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알아보자.

첫째, 장화다. 논밭을 나가는 시골 어른들의 신발을 보면 십중팔구 장화를 신었다. 안 신다가 신으면 좀 갑갑하겠지만 풀숲에 들어갈 때는 뱀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어야 한다.

둘째, 소매 긴 옷과 긴바지를 입어야 한다. 송충이들을 비롯한 풀쐐기들로부터 쏘이지 않으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또 진드기가 매개체인 쓰쓰가무시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셋째, 나무에 올라갈 때는 특히 벌에 주의해야 한다. 목과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망사가 있으면 좋은데 없으면 최소한 목에 수건을 두르고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혹 벌레 등에 물렸을 걸 대비해서 약품을 지니고 다녀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a

아직 밤이 익지 않았으나 그 모습만으로도 따가고 싶게 예쁜 빛깔이다. 밤나무 아래는 특히 지네와 뱀이 많으니 역시 주의해야 한다. ⓒ 정판수

오늘 아침에도 풍산개 두 마리의 변을 처리하려고 저쪽 밭둑에 묶어두고 오려는데 저만치서 스르르 언덕을 올라가는 유혈목이(뱀)를 보았다. 제발 멋모르고 풀숲에 들어가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녀석이 사라진 풀숲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고장난 우산 버리는 방법 아시나요?
  2. 2 마을회관에 나타난 뱀, 그때 들어온 집배원이 한 의외의 대처
  3. 3 세계에서 벌어지는 기현상들... 서울도 예외 아니다
  4. 4 삼성 유튜브에 올라온 화제의 영상... 한국은 큰일 났다
  5. 5 "청산가리 6200배 독극물""한화진 환경부장관은 확신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