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상이 담긴 히브리대학교 구내의 조형물이승철
"에잇! 기분 나빠! 호텔에서 돈을 훔치다니"
"얼마나 잃어버렸는데요?"
예루살렘의 한 호텔에서 이틀 밤을 묵고 떠나올 때였다. 호텔 마당에서 버스를 타려는데 일행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다가가 보니 일행 한 명이 어젯밤 호텔 방에서 돈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호텔방 도난사건...'여보' 잘 챙겨!
반소매 셔츠를 출입문 안쪽에 있는 옷장에 걸어놓고 잠을 잤는데, 주머니에 들어 있던 돈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확인까지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지갑을 꺼내는 순간 웬일인지 느낌이 이상하여 확인해보니 돈이 없어졌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지갑에 들어 있던 우리 돈 10만원은 그대로 있고 미화 200여달러만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내가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내에게 장난치지 말고 돈 내놓으라고 했더니 무슨 돈이냐고 정색을 하여 도난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설마 명색이 호텔인데 밤사이에 손님이 든 방에 들어와 돈을 훔쳐갈 줄이야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냐며 몹시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이 호텔은 첫날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현지 가이드는 옛날에는 예루살렘 지역의 특급호텔이었다고 했지만 이 호텔은 난방도 시원찮았고 출입문의 잠금장치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열쇠로 열고 들어오면 그만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안에서 걸어놓을 수 있는 이중 안전장치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투숙한 손님의 돈을 훔치다니.
돈을 도난당한 당사자는 호텔 종업원을 의심하고 있었다. 전날 밤 종업원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약간의 돈을 지불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종업원이 자신이 지갑에서 돈 꺼내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돈이 많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밤에 몰래 살짝 문을 열고 들어와서 우리 한화는 그대로 놔두고 미화만 몽땅 가져갔다는 것이 당사자의 추론이었다.
그렇다고 호텔 측에 항의할 수도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 일행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인이 따로 가지고 있던 여행비와 한화 10만원이 있으니 여행경비가 넉넉한 다른 일행의 달러로 교환해서 사용하기로 하고 출발하기로 했다. 그때였다.
"어! 잠깐 기다려요, 내 여권이 없네."
돈을 잃어버렸다는 일행의 말에 자신의 지갑을 확인하던 다른 일행이 놀란 표정으로 다시 호텔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다른 일행들도 너도나도 자신들의 지갑과 여권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별 이상이 없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