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이름' 팔아 돈버는 히브리대

[룩소르에서 다마스커스까지 51] 예루살렘의 오래된 호텔과 히브리대학

등록 2007.08.01 11:42수정 2007.08.0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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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상이 담긴 히브리대학교 구내의 조형물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상이 담긴 히브리대학교 구내의 조형물 ⓒ 이승철

"에잇! 기분 나빠! 호텔에서 돈을 훔치다니"
"얼마나 잃어버렸는데요?"

예루살렘의 한 호텔에서 이틀 밤을 묵고 떠나올 때였다. 호텔 마당에서 버스를 타려는데 일행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 다가가 보니 일행 한 명이 어젯밤 호텔 방에서 돈을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호텔방 도난사건...'여보' 잘 챙겨!

반소매 셔츠를 출입문 안쪽에 있는 옷장에 걸어놓고 잠을 잤는데, 주머니에 들어 있던 돈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확인까지 했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지갑을 꺼내는 순간 웬일인지 느낌이 이상하여 확인해보니 돈이 없어졌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같은 지갑에 들어 있던 우리 돈 10만원은 그대로 있고 미화 200여달러만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더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내가 장난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아내에게 장난치지 말고 돈 내놓으라고 했더니 무슨 돈이냐고 정색을 하여 도난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래도 설마 명색이 호텔인데 밤사이에 손님이 든 방에 들어와 돈을 훔쳐갈 줄이야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냐며 몹시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이 호텔은 첫날 들었을 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현지 가이드는 옛날에는 예루살렘 지역의 특급호텔이었다고 했지만 이 호텔은 난방도 시원찮았고 출입문의 잠금장치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열쇠로 열고 들어오면 그만인 상태였기 때문이다. 안에서 걸어놓을 수 있는 이중 안전장치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투숙한 손님의 돈을 훔치다니.


돈을 도난당한 당사자는 호텔 종업원을 의심하고 있었다. 전날 밤 종업원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약간의 돈을 지불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종업원이 자신이 지갑에서 돈 꺼내는 것을 보았다는 것이다. 돈이 많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밤에 몰래 살짝 문을 열고 들어와서 우리 한화는 그대로 놔두고 미화만 몽땅 가져갔다는 것이 당사자의 추론이었다.

그렇다고 호텔 측에 항의할 수도 없었다. 문제가 생기면 우리 일행들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부인이 따로 가지고 있던 여행비와 한화 10만원이 있으니 여행경비가 넉넉한 다른 일행의 달러로 교환해서 사용하기로 하고 출발하기로 했다. 그때였다.


"어! 잠깐 기다려요, 내 여권이 없네."

돈을 잃어버렸다는 일행의 말에 자신의 지갑을 확인하던 다른 일행이 놀란 표정으로 다시 호텔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다른 일행들도 너도나도 자신들의 지갑과 여권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별 이상이 없는 모양이었다.

a 히브리대학교 구내서점

히브리대학교 구내서점 ⓒ 이승철

a 한산한 히브리대학도서관 풍경

한산한 히브리대학도서관 풍경 ⓒ 이승철

"찾았습니다. 큰일 날 뻔 했네."

10여분만에 돌아온 일행은 자신의 여권을 들어 보였다. 방에 들어가 보니 마침 청소원이 청소를 시작하려던 중이었는데 잃어버린 여권이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청소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지만 보지 못했다고 해서 순간적으로 무척 당황했는데 샅샅이 찾아보니 침대와 침대 사이에 끼어있더라는 것이었다.

"여보! 사랑해. 무슨 말인지 아시죠?"

우리 일행의 리더가 예의 은어로 경각심을 일깨웠다. 여권과 보석을 잘 간수하라는 말이었지만 보석을 가진 사람이 없으니 여권을 잘 챙기라는 말이다. 200여달러를 도난당한 당사자는 그래도 아직 젊고 마음도 넉넉하여 잃어버린 돈에 대한 기분 나쁜 감정을 쉽게 떨쳐버리는 것 같아 다행이었다.

국경 검문소 같은 히브리 대학 출입구

우리 일행들은 히브리대학으로 향했다. 예루살렘은 여전히 추적추적 겨울비가 계속 내리고 있었다. 호텔에서 히브리대학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들을 태우고 간 버스는 대학 근처의 주차장에 세워놓고, 우리 일행들만 우산을 받쳐 들고 학교 출입구로 향했다.

학교 출입구에 도착한 일행들은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대기해야 했다. 학교 측의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아니, 무슨 대학이 드나드는 사람들을 이렇게 통제를 하지. 이건 대학이 아니라 꼭 무슨 국경 검문소 같잖아?"

우리 일행이 아무리 외국인들이지만 대학교 구내로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지 일행 한 사람이 투덜거린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는 이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2002년 7월 31일, 바로 이 히브리대학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7명이 희생되고 80여명의 사람이 다쳤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이렇게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던 까다로운 대학교 구내 입장은 그런 사연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들이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몇 명의 학생들이 차에서 내려 입구로 다가왔다. 그들은 이 학교 학생들이었지만 역시 엄중한 체크를 하고 난 후에야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었다.

a 상상력을 자극하는 복도의 청동조각 작품

상상력을 자극하는 복도의 청동조각 작품 ⓒ 이승철

a 그들의 옛 조상들의 모습을 재현한 목재조각 작품

그들의 옛 조상들의 모습을 재현한 목재조각 작품 ⓒ 이승철

그런데 그들 학생 중에서 남학생 한 명이 우리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그런데 그의 외모가 아무래도 우리와 너무 닮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한국인이세요?"

일행 중 여성 한 명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네, 역시 한국에서 오셨군요. 서울에서 오셨습니까?"

학생도 역시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그도 역시 혹시 한국인들이 아닌가 싶어 유심히 살펴보았던 것이다.

한국인 학생이 들어간 잠시 후 우리에게도 학교 당국에서 입장이 허용되었다는 통보가 왔는지 들어가도록 허용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들의 패스포트를 일일이 체크하고 짐 검사는 물론 공항에서 하는 것 같은 탐지기를 지나가게 하는 절차를 거치고서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건물 안은 미로처럼 복잡했다. 일행들 중에 누군가 길을 잃으면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학교의 강의실과 연구실, 그리고 구내서점과 도서관, 간단한 음식을 파는 매점까지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모두 안에서 연결되어 있었다. 이날처럼 비가 내리는 날은 더욱 편리한 구조를 갖고 있었지만 초행인 우리들에게는 그만큼 복잡한 모습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안으로 들어간 우리들은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다. 입구에서의 까다로운 검색과는 달리 어느 곳을 들어가도 자유스러운 것이 이상스러울 정도였다. 학교 안은 전반적으로 조용하고 한산했다. 면학 분위기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대학이었지만 방학 중이어서 그런지 도서관이나 서점도 매우 한산한 풍경이었다.

"이 히브리대학교의 고고학과는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합니다. 물론 다른 학과들의 수준도 상당하지요."

이 학교의 학문적인 수준을 묻자 가이드 서 선생이 하는 말이다. 고고학이 세계최고수준이라는 말은 쉽게 납득이 간다. 비록 작은 나라지만 국토의 어느 곳을 파헤쳐도 고대인들의 삶의 흔적과 유물을 발견할 수 있다는 나라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 덕에 매년 150만달러 벌어

a 히브리대학교 건물과 풍경

히브리대학교 건물과 풍경 ⓒ 이승철

a 히브리대학교에서 내려다본 동예루살렘 시가지 풍경

히브리대학교에서 내려다본 동예루살렘 시가지 풍경 ⓒ 이승철

"이 학교는 지적재산권의 소유도 대단한 학교입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지난 7~8년 동안 유대계 천재 과학자였던 아인슈타인의 이름과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로열티로 1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는 것이다.

유대계 출신인 아인슈타인은 1955년에 사망하기 전 그가 설립을 주도했던 히브리 대학교에 자신의 지적소유권을 유산으로 남겼다고 한다. 그는 천재답게 훗날 그의 이름과 이미지가 상업적인 가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 학교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아인슈타인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형식적으로만 소유하고 있었을 뿐이지 실제로 상업화를 위한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베르리 힐이라는 지적재산권 문제 전문가를 에이전트로 고용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상업화가 진행됐다.

이 대학교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이름이나 이미지가 들어가는 각종 이벤트나 광고에 대해서도 마케팅하거나 심사를 해서 사용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벌어들인 수입이 한해 150만 달러가 넘는다니 정말 대단한 수입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그런데 컴퓨터가 왜 이 모양이지?"

우리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는 동안 일행 한 명이 근처에 있는 컴퓨터로 서울의 가족에게 이메일을 보내려고 시도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도무지 제대로 접속이 되지 않아 30여분이 지났지만 메일 발송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듣고 바로 옆에 있는 다른 컴퓨터로 나도 접속을 시도해 보았다. 그러나 일행의 말처럼 도무지 접속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닌가.

a 교정에 서있는 기묘한 모양의 목재조각 작품

교정에 서있는 기묘한 모양의 목재조각 작품 ⓒ 이승철

a 비내리는 교정풍경

비내리는 교정풍경 ⓒ 이승철

"이 대학 이거, 고고학은 세계최고지만 컴퓨터 통신은 형편없구먼. 대학구내가 이 정도라면 일반 가정은 더 말할 필요도 없겠군,"

컴퓨터 사용을 포기하고 다른 일행들의 뒤를 따랐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바라본 동예루살렘 시가지도 비에 젖고 있었다. 동예루살렘은 아랍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유대교 회당, 여성은 출입 금지!

교정은 겨울이어서 약간은 황량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한쪽에는 꽃이 피어 있고 아직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도 서 있어서 우리나라의 겨울풍경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정원과 복도에는 기묘한 모양의 추상계열 조각 작품들이 세워져 있어서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었다.

"다음은 구내에 있는 유대교 회당에 한 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유대교 회당이라? 호기심 많은 여성 일행들이 더 좋아한다. 그런데 막상 입구에 당도하니 여성들은 입장할 수 없다고 한다. 유대교 전통에 따라 여성은 회당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나라도 여성은 성차별이 심하구먼. 이거 여자들 어디 서러워서 살겠나?"

여성일행 한 명이 푸념을 한다. 그러나 할 수 없었다. 회당을 관리하는 사람이 입구에 떡 버티고 서서 남자들만 입장을 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자들도 그냥 들어가게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작고 하얀색의 모자 같은 것을 머리에 얹고 들어가도록 되어 있었다.

둥근 원형으로 만들어진 회당은 앞에 강단 같은 것이 놓여 있고, 그들의 글로 인쇄된 커다란 경전이 그 위에 펼쳐져 있었다. 강단과 마주보는 회중들의 좌석은 역시 둥글게 10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단조롭고 정갈한 풍경이다.

"뭐 별것도 아니구먼, 까다롭기는…."

남성들이 회당을 둘러보고 나오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둥근 유리창을 통하여 안을 들여다본 여성들이 불만스런 심기를 표출한다.

a 대학구내의 유대교회당과 둥근 창문 밖 여성일행들의 모습

대학구내의 유대교회당과 둥근 창문 밖 여성일행들의 모습 ⓒ 이승철

강의실이나 시청각실, 연구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특별한 것이 없었다.

"등록금은 1년에 우리 돈으로 250만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 정도면 우리나라보다는 저렴한 편이지요?"

대학원도 등록금이 비싼 편이었지만 각종 장학제도가 많아서 실제 등록금의 부담은 별로 없다는 것이 가이드의 설명이었다.

"다음 코스는 예루살렘의 성안이 되겠습니다."

주변을 맴돌던 우리들의 관광 일정이 본격적으로 고성 안으로 입성하도록 잡혀 있었다. 우리들은 히브리대학교를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예루살렘성으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1월22일부터 2주간 북아프리카 이집트 남부 나일강 중류의 룩소르에서 중동의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까지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1월22일부터 2주간 북아프리카 이집트 남부 나일강 중류의 룩소르에서 중동의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까지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기사는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아인슈타인 #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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