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아이도 백과사전이 필요할까

[아가와 책 85] 삼성출판사의 <어린이 백과사전>과 절판된 <꼬마 미술관>

등록 2007.09.10 11:50수정 2007.09.1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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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어린이 백과사전> 중에서

책 <어린이 백과사전> 중에서 ⓒ 삼성출판사


아이들은 자랄수록 궁금한 것도 많고 엄마한테 물어보는 것도 많다. 엄마가 일일이 다 대답을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만능이 아닌 이상 모든 걸 얘기해 주기는 힘들다. 이럴 때 백과사전이 있으면 보다 수월하게 아이의 호기심을 해결해 줄 수 있다.

점점 호기심이 증가하는 우리 아이도 여러 종류의 책을 갖고 있지만 넘치는 궁금증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반적인 창작 도서들은 호기심을 채워주기 보다 언어 감각을 길러주고 상상력을 키우는 데에 목적을 둔다. 창작 도서를 많이 읽은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언어 감각이 뛰어나고 표현력과 창의성이 발달한다.


하지만 어리다고 지나치게 창작 도서 위주의 책만 제공해 주면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가 어렵다. 이럴 때 좋은 안내서가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백과사전이다. 세 살 정도의 어린 아이라면 굳이 몇 권짜리의 전집 백과사전을 사주지 않더라도 한 권의 충실한 과학백과사전이 큰 도움을 준다.

엄마들 사이에서 영유아기 아이를 위해 좋다고 소문이 난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지경사의 <어린이 백과사전>과 삼성출판사의 <어린이 백과사전> 등이 있다. 외국에서 나온 것들도 꽤 있는데 우리 실상에 맞지 않는 것도 좀 있고 굳이 영어 교육을 시키지 않을 것이라면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것도 꽤 쓸 만하다.

우리 아이가 18개월을 전후하여 구입한 삼성출판사의 <어린이 백과사전>은 다른 일반적인 백과사전들처럼 ㄱ, ㄴ, ㄷ 순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여러 대상들이 나와서 그런지 '백과사전 읽어주세요'를 연발하며 책을 들고 오는 아이의 모습이 참 귀엽다.

언젠가는 우리 부부가 대화를 나누면서 '백화점' 이야기를 했더니만 갑자기 "백과사전, 백과사전" 그러면서 책을 찾아오는 해프닝을 벌인다. 그만큼 아이에게 인상적인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 나온 한글 자음 순서 덕분에 'ㄱ, ㄴ, ㄷ' 등 몇 개의 한글 자음도 알아서 읽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기구, 과일, 자동차' 등이다. 보통 백과사전 두께에 크기는 손바닥보다 조금 큰 정도지만 그림도 많고 각 사물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덧붙여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물에 대한 작은 지식도 얻고 좋아하는 것들의 사진을 보며 즐거움을 찾는 아이의 모습이 기특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백과사전 류의 책으로 주니어파랑새에서 나온 <꼬마 미술관>이 있다. 이 책은 한동안 절판되어 나오지 않다가 '물구나무'라는 출판사에서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좋은 책인데 쉽게 구하기가 어려워 엄마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인데 책의 질은 참 좋다.

원판은 프랑스에서 출판되어 '어린이를 위한 미술책 상, 소르시에르 상, 어린이 책 비평 상, 세르클도르 상' 등 유명한 상을 휩쓸 정도로 유명한 것이다. 이 책도 ㄱ. ㄴ. ㄷ 순으로 각 사물의 그림을 나열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각각의 그림들이 모네, 르느와르, 고흐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 중 일부를 옮긴 것이어서 인상적이다.


a  책 <꼬마 미술관> 중에서

책 <꼬마 미술관> 중에서 ⓒ 물구나무


어린 아이가 무슨 미술 감상이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아이들도 자기 나름대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추구하는 눈을 갖고 있는 듯하다. 하다못해 길가에 한들거리는 코스모스와 보송보송한 털이 난 강아지풀만 봐도 예쁘다고 좋아하는 아이들이 아닌가.

어릴 적부터 좋은 그림을 접하고 아름다운 선율의 연주를 들어본 아이가 자라서도 문화적 컨텐츠를 향유할 줄 하는 눈과 귀를 가진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종류의 책도 한 권 쯤은 필요하다.

게다가 놀랍게도 아이는 참 이 책을 좋아한다. 어른이 보기에는 '아니, 어른도 감상하기 어려운 이런 명화를 아이가 어떻게 보고 즐겨?'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아이의 눈은 또 다른 법. 자기가 각각의 그림을 보면서 엄마가 읽어주는 단어들을 익히고 또 그림으로 표현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특히 우리 아이의 경우는 불, 다리(교각), 말 등 실제로 잘 접하지 못하는 대상들을 이 책을 통해 익히고 현실 세계에서 찾아보는 방법으로 사물의 이름을 익히기도 했다. 책 속에서 만난 신기한 것들을 실생활에서 다시 보면서 아이는 세상의 놀라운 모습들을 깨달아가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참 무궁무진한 곳이다. 엊그제 동물원에 간 우리 아이는 커다란 기린이 인상적이었는지 집에 와서 '기린이 커다래요'라고 말하면서 즐거워한다. 백과사전처럼 다양한 사물과 세계를 보여 주는 책은 아이에게 사고의 폭을 넓히는데 도움을 준다. 창작동화도 좋지만 이런 종류의 탐구 서적도 세 살 아이가 한 권 쯤 갖고 있으면 좋을 것이다.

어린이 백과사전

삼성출판사 편집부 엮음,
삼성출판사, 1998


#아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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