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독재정부가 계속 버틸수 있는 이유

중국·인도, 영향력 행사 소극적... 미국은 속만 태워

등록 2007.09.28 08:46수정 2007.09.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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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에, 미얀마가 소속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외무장관들이 28일 유엔본부에서 회동을 갖고 미얀마 정부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의 의사를 표명했다고 AP·AFP 등 외신이 보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미얀마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회원국의 외무장관들은 이 자리에서 폭력 진압 중단과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는 등 미얀마 정부에 대해 이례적으로 강경한 비난의사를 표출했다.

그러나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회동에 모인 아세안 외무장관들이 미얀마 정부에 대해 어떤 공식적인 비난성명을 발표하거나 혹은 실질적인 제재조치를 도출하지는 못했다는 점이다. 말은 강했으나 행동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서방 외신들은 아세안 회원국들이 하나같이 미얀마를 반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으나, 실제로 미얀마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는 나라는 싱가포르 하나뿐이다.

말레이시아의 관영 통신인 <베르나마>(www.bernama.com.my)에 따르면, 현재 유엔본부에 나가 있는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지난 26일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가 미얀마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할 수 없으며, 이것은 도리어 미얀마 국민들에게 상처만 입힐 뿐”이라면서 경제제재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 점을 본다면, 미얀마의 이웃나라들인 아세안 회원국들이 미얀마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는 서방 외신들의 보도는 다소 과장된 것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는 미얀마 시위현장에서의 인명손상과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고려해 일부 아세안 회원국들이 미얀마 정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언론에 내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아세안 회원국들이 현 시점에서 미얀마 정부를 보다 더 강하게 압박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미얀마를 둘러싼 현상유지의 힘과 현상타개의 힘 중에서 아직까지는 전자가 후자보다 더 강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미얀마 정권의 운명을 좌우하는 요인으로는 미얀마 정권 자신의 역량, 미얀마 내부의 정치적 구도, 미얀마 외부의 국제적 역학구도 등이 있지만, 여기서는 미얀마를 둘러싼 국제적 역학구도에만 한정하여 논의를 전개하기로 한다.

아세안 외무장관들이 ‘미얀마 정부를 비판은 하되 실질적인 제재는 논의하지 않는 태도’를 취한 것은, 바로 이 국제적 역학구도가 아직까지는 미얀마 정부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현재 미얀마의 현상유지를 추동하는 힘은 크게 중국과 인도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미얀마 정부를 지지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미얀마는 중국·인도와 인접해 있어서 양국의 안보에 중요한 지역일 뿐만 아니라, 미얀마의 석유 및 천연가스는 양국의 에너지 수요 충족에 없어서는 안 될 요인이다.

a  지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중국과 인도의 입장에서 미얀마는 중요한 전략적 지역이다.

지도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중국과 인도의 입장에서 미얀마는 중요한 전략적 지역이다. ⓒ 고등학교 지리부도


그 외에도, 인도의 경우에는 북동부의 반정부세력 진압과정에서 미얀마 정부의 도움을 입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에는 미얀마 정부의 협조 없이는 ‘말라카해협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인도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통로’가 없는 실정이다.

중국의 입장에 관해 한 가지 더 부언하면, 미얀마에 친미정권이 들어서는 것은 중국의 안보를 해치는 것이므로 친중국적인 현 정권이 가급적 오래 집권하기를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중국이 미국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에 대한 유엔 제재에 반대하고 미얀마 사태를 국내문제로 일축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현실적 이유에 기인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국이나 인도는 미얀마 정부가 통제력만 상실하지 않는다면 가급적 미얀마의 현 정부를 지지하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인도가 미얀마에 주는 것 못지않게 미얀마로부터 받는 것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을 내세워 미얀마를 압박하려 하는 미국의 의도가 실현될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미얀마의 현상유지를 추동하는 힘인 중국·인도와 비교할 때에, 미얀마의 현상타개를 추동하는 힘인 미국·유럽연합 쪽의 사정은 어떠할까? 미국·유럽연합의 기본 입장은 미얀마의 현 정권을 축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를 앞세워 미얀마에 대해 제재를 가하려 하고 있으나, 중국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서 쉽게 처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현 단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특사인 아브라힘 감바리가 미얀마에서 수확을 거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미국의 움직임과 관련하여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 미국 자신이 미얀마 압박을 위한 전선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이 하고 있는 것은,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들에게 “미얀마에 압력을 행사해달라”고 부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중국과 아세안의 태도가 시원치 않으니 미국으로서는 속만 탈 뿐이다.

1993년 이후의 대(對)미얀마 무기금수조치에서 나타나는 바와 같이, 미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얀마에 대한 제재조치를 직접 실행해 왔다. 하지만, 그런 작업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정부를 고사시키지는 못했기 때문에, 지금 국면에서 미얀마를 직접 압박할 만한 효과적인 카드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위와 같이 미국·유럽연합에 의해 미얀마의 현상타개가 추동되고 있으나, 그러한 움직임은 소리만 클 뿐 큰 실효를 내지 못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유럽연합이 미얀마의 현상타개를 위해 아세안과 중국을 내세우려 하고 있지만, 아세안은 지금 당장은 뚜렷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고 또 중국은 본래 미얀마의 현상유지를 추동하는 입장이라서 미국 등이 원하는 것을 100% 들어주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아직까지는 미얀마의 현상타개를 위한 힘보다는 현상유지를 위한 힘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세안 외무장관들 일부가 미얀마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실질적인 제재조치를 내놓지 않은 것은 그러한 구도에 대한 판단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날이 변해가는 미얀마 현장의 분위기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듯이, 현재로서는 미얀마 정권의 미래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중국·인도가 미얀마 정부를 지지하고 있지만, 미얀마 지도부 내에서 내분이 발생하거나 혹은 미얀마 정부가 시위대를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도래하면 중국·인도도 미얀마 정부를 계속 옹호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미얀마 사태 #아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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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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