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식 바다가재 요리를 먹다

[마다가스카르 여행기 23] 휴양지 폴포인트

등록 2007.10.17 09:04수정 2007.10.17 09:21
0
원고료로 응원
a

폴포인트 바다가재를 한마리 샀다. ⓒ 김준희


그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3명 정도가 필요하다. 한사람은 바다가재를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 그 다음에 커다란 칼로 바다가재를 절반으로 가른다. 내장같은 것을 모두 제거한다음에 다시 물로 씻는다. 그리고 플라스틱 통에 담는다.

한명이 그 일을 하는 동안 다른 한명은 시장으로 간다. 그곳에서 양념을 만드는데 필요한 마늘과 생강, 토마토, 당근 등을 사온다. 또 다른 한명은 숯불을 준비하고 냄비 여러개를 꺼내온다. 여기는 식당이 아니라 폴포인트에 있는 현지인의 가정집이다.


"바다가재 보러가지 않을래요?"

여기에 오게 된 것은 이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어제 저녁에 보았던 소년이 1시간 전에 다시 방갈로에 나타난 것이다. 특별히 할일도 없고, 여기까지 왔으니까 바다가재 요리도 맛보고 싶고 해서 나는 이 소년을 따라나섰다.

폴포인트는 해변에 있는 휴양지라서 그런지 이렇게 가재와 새우 등을 파는 사람들이 많다. 해변에 앉아있으면 여러명의 현지인들이 차례로 다가와서 무엇인가를 사라고 한다. 그들은 바구니에 담겨있는 새우와 가재를 보여준다. 정체모를 커다란 생선을 보여주기도 한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장어도 싸게 살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건 아직 구경을 못했다.

소년은 골목 안쪽에 있는 한 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 안에 있는 커다란 냉동고에 수십마리의 바다가재와 왕새우가 냉동보관 되어 있었다. 살아있는 싱싱한 바다가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 이거라도 먹는 수밖에. 그래서 바다가재 한 마리를 사고 덤으로 왕새우 네마리를 더 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소년은 가재와 새우를 들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그 집에서 자신이 직접 요리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집의 마당에 있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요리할까. 궁금해진 나는 그의 옆에 붙어서서 요리과정 하나하나를 눈에 담고 있는 중이다.


많은 해산물을 팔고 있는 휴양지 폴포인트

a

폴포인트 바다가재를 반으로 자른다. ⓒ 김준희


a

폴포인트 큰냄비에 가재와 새우를 넣고 익힌다 ⓒ 김준희


바다가재를 통에 담고 나서는 함께 산 새우의 껍질을 벗긴다. 그리고 씻어서 역시 통에 담는다. 그 다음에는 마늘과 생강의 껍질을 벗긴다. 가재, 새우는 모두 큰 냄비에 넣는다. 그 냄비를 숯불에 올려서 익히기 시작한다. 가스가 보급되어있지 않는 마다가스카르의 지방에서는 이렇게 숯불을 사용해서 거의 모든 요리를 만든다.


가재와 새우가 익는 동안에는 토마토와 당근의 껍질을 벗긴다. 그리고 생강, 마늘을 절구같이 생긴 도구에 집어넣고 빻는다. 다른 한명은 부채로 열심히 숯불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껍질을 벗긴 토마토와 당근은 적당한 크기로 썬다.

가재와 새우를 약 30분 정도 익힌 후, 큰 냄비를 불에서 내린다. 그리고 비어있는 작은 냄비를 불에 올린다. 이때쯤 되니까 삶은 게 향기 비슷한 것이 풍기기 시작한다. 나의 입안에는 침이 고이고 배에서는 저절로 꼬르륵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두명이 함께 마당에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온다. 테이블을 설치하고 그 위에 하얀 천을 덮는다. 유리컵과 포크, 접시를 차례대로 테이블에 놓는다. 두명이 그일을 하는 동안 다른 한명은 계속 요리를 한다. 불위에 올린 작은 냄비에 식용유를 넣고 그 안에 토마토, 생강, 마늘을 넣고 볶는다. 볶으면서 후추와 소금을 함께 섞는다.

그러자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강한 향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시장기를 참지 못한 나는 우선 이곳의 알코올 음료인 '베차'를 한 컵 들이켰다. 베차는 우리나라의 막걸리 비슷한 술인것 같다. 원료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막걸리처럼 걸죽하고 막걸리와 비슷한 알코올 도수를 가졌다.

한 소년은 자전거를 타고 다시 밖으로 나간다. 그가 들어올 때마다 작은 비닐봉지에 뭔가가 담겨있다. 마늘과 생강 등의 양념이 부족한 건지 연신 뭔가를 사오는 모양이다. 이 세명은 박자가 척척 들어맞는다. 아마도 이곳에 오는 여행객을 상대로 꽤 많은 바다가재 요리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는 것 같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어떻게 바다가재를 요리할까

a

폴포인트 절구에 넣고 마늘과 생강을 빻는다 ⓒ 김준희


a

폴포인트 새우요리 완성! ⓒ 김준희


작은 냄비에서 양념이 끓기 시작하자 그 냄비를 불에서 내린다. 다시 가재와 새우가 있는 커다란 냄비를 불에 올린다. 가재와 새우를 다시 조금 익힌 후에 그 냄비를 내리고 작은 냄비를 올린다. 작은 냄비의 양념을 끓이면서 그 안에 새우를 집어넣는다. 껍질을 벗긴 새우에 저 양념이 첨가되면 과연 어떤 맛이 날까. 그렇게 살짝 새우를 넣었다가 꺼내서 접시에 담는다.

그리고 가재도 접시에 담는다. 이제는 양념의 향이 마당을 가득 메우는 느낌이다. 그렇게 끓고있는 양념을 수저에 담아서 가재살에 바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바르고 냄비에 남은 양념은 어떻게 처리할까? 가재살을 몇 수저 떼어내서 그 냄비에 넣고 비빈다. 그리고 그 살을 다시 접시에 담는다. 드디어 완성!

요리가 완성되자 가재가 담긴 접시, 새우가 담긴 접시가 테이블에 놓였다. 그릇에 밥도 조금 담아와서 역시 테이블에 놓는다. 토마토와 당근도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접시에 담아 테이블 한쪽에 놓았다. 크지않은 테이블이 꽉차는 느낌이다. 밥은 둘째치고 가재와 새우만 먹더라도 배가 부를 것 같다. 날씨는 맑고 하늘은 파랗다. 파란 하늘 아래에서 바다가재와 새우요리를 먹는 호강을 하게 생겼다. 베차를 한잔 마셨더니 벌써 기분좋게 취하는 느낌이다.

요리를 마친 소년들은 냄비를 정리하고 또 마당 한쪽으로 커다란 통에 물을 담아 내온다. 이 가재 요리는 포크와 수저보다는 양손을 사용해서 먹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손을 사용해서 먹다보면 다 먹은 후에 손을 씻을 필요가 있다. 저 통에 담긴 물은 그렇게 손을 씻기위한 용도다. 상수도가 많이 보급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일일이 물을 길어와야하는 불편함도 있을 것이다.

나는 본격적으로 먹기 전에 우선 손을 대충 씻었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서 먹기 시작했다. 우선 새우를 먹고, 다음으로 가재를 두손으로 잡고 먹기 시작했다. 이 바다가재 요리는 준비하는데도 1시간이 걸리고, 다 먹는데도 1시간이 걸린다.

a

폴포인트 바다가재요리도 완성! ⓒ 김준희

덧붙이는 글 | 2007년 여름, 한달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2007년 여름, 한달동안 마다가스카르를 배낭여행 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폴포인트 #바다가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연봉 천만원 올려도 일할 사람이 없어요", 산단의 그림자
  2. 2 은퇴 후 돈 걱정 없는 사람, 고작 이 정도입니다
  3. 3 구강성교 처벌하던 나라의 대반전
  4. 4 왜 여자가 '집게 손'만 하면 잘리고 사과해야 할까
  5. 5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