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속에 사는 천연 비아그라 '섬진강 강굴'

일반 굴 보다 영양가 3~4배 많아...지금이 제철

등록 2008.02.20 14:14수정 2008.02.2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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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굴 강굴 한입에 봄 향기가 입안 가득하다. ⓒ 조찬현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망덕포구. 강 한가운데는 소나무가 우거진 배알도가 외롭게 떠있다. 배알도라는 이름은 광양 진월면 망덕리에 있는 망덕산을 향해 배알도 섬이 절하는 형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이버 정종규(46)씨는 섬진강 물 속에서 강굴을 딴다. 강굴은 섬진강 물 속 바위에 붙어서 산다. 강굴은 설을 전후해서 따기 시작해 4월 말까지 채취한다. 섬진강에서만 나는 강굴은 그 크기가 무려 30cm나 되며 알은 쌀뜨물처럼 뽀얗다. 다이버 한 사람이 하루(8시간)에 20kg 20망을 채취한다. 가격은 산지에서 20kg들이 한 망에 4만원에 거래된다.

물의 세기가 강할 때 간만의 차가 심한 날(7물과 8물)은 작업을 하지 않는다. 이때를 ‘시’라고 하는데 강바닥의의 돌멩이가 휩쓸려 나갈 정도로 물살의 세기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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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덕포구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망덕포구. 강 한가운데는 소나무가 우거진 배알도가 외롭게 떠있다. ⓒ 조찬현


강굴 보름만 먹으면 오줌발이 달라져

광양 망덕포구의 청아수산 이성면 대표(50)는 강굴(일명 벚굴)을 "물속에 사는 비아그라, 살아있는 비아그라"라고 말한다. 일반 굴에 비해 영양가도 3~4배나 높고 강굴을 먹으면 힘이 넘친다고 한다.

이 대표는 아는 사람이 부산에서 사업(신발대리점)을 하다 쫄딱 망해갖고 고향에 내려왔었는데, 심적인 고통을 받아 발기부전을 겪었다고 한다. 또한 흰머리가 유난히 많아 사람들은 그를 흰머리 소년이라고 불렀단다.


흰머리 소년이 하루에 3~4개씩 강굴을 먹었는데 보름 후부터 오줌발이 달라지고 발기부전 치료도 되었다고 한다. 세상에 그럴 수가 있느냐고 기자가 의문을 표하자 함께한 다이버와 작업을 위해 온 할머니(71, 이기원)도 그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할머니도 강굴을 많이 드셔서인지 나이에 비해 얼굴이 곱다.

“굴을 많이 묵어서 피부가 탱글탱글 하다요.”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은 완전식품이다. 강굴은 일반 굴에 비해 그 맛과 향이 탁월하다. 섬진강에서 나는 강굴은 날걸로 먹어도 맛있다. 강굴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섬진강 하류지역에서 서식한다. 염도가 17~18%인 진월면 포구 지역에서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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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하얀 물살을 가르며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 조찬현


자~ 떠나자! 섬진강 강굴 잡으러

망덕포구를 출발한 운영호(4.38t. 선장 이성면)는 섬진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뱃머리에 서니 바람이 차갑다.

“지리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참 차가워라, 겨울에는 칼바람이여.”

선장은 겨울에 섬진강 강줄기를 따라 불어오는 바람이 칼바람이라고 말한다. 뱃전에 부서지는 하얀 물살을 가르며 간다. 스치는 갈대숲과 강가로 달려가는 너울의 형상이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섬진강 중앙에는 하얀 부표가 떠 있다. 오른쪽은 경남 하동, 왼쪽은 전남 광양, 양쪽의 경계표시다. 섬진강 줄기 따라 경상도와 전라도를 가로질러 갔다. 전라도 지역의 강에 바위가 많아 강굴이 더 많이 서식한다.

이 선장은 섬진강 댐 공사 이후부터 민물 유입이 적어 바닷물이 상류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한 생태계에 변화가 생겨 강굴의 수확량이 해마다 줄어든다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5~6년 전부터는 바다에서만 잡히는 어종인 꽁치와 갈치가 낚시에 잡혀 올라오기도 한다고 말한다.

망덕포구를 떠나 30여분을 달려온 운영호는 진월면 돈탁마을 앞의 강에서 멈췄다. 닻을 내렸다. 바로 건너편은 드라마 <허준> 의 마지막 장례행렬 장면을 촬영한 경남 하동의 소나무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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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와 선장 잠수준비를 하는 다이버와 선장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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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굴 망태 굴이 가득한 망태기가 위로 올라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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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굴 할머니가 강굴에 붙은 따개비와 돌멩이를 제거하고 크기별로 선별작업을 한다. ⓒ 조찬현


다이버는 3~4월경 섬진강 수중에서 강굴을 보면 바위에 붙어있는 게 화사한 꽃이 핀 듯 아름답다고 한다. 잠수 준비가 끝나자 오른손을 번쩍 치켜 인사를 하고 섬진강 물길로 첨벙 사라졌다.

“꽃이 핀 것처럼 이뻐요.”

그는 특이하게 잠수복 위에 트레이닝복을 덧입었다. 강굴이 칼날처럼 날카로워 표면에 닿으면 잠수복이 칼에 베인 듯 찢어지기 때문이란다. 납덩이를 어께 위에 10kg, 허리에 24kg, 32kg를 메고 섬진강 물 속으로 들어갔다. 작업이 끝나고 나면 납에 짓눌린 무게 때문에 몸이 천근만근이다.

하지만 물의 부력 때문에 물속에서는 그리 힘이 들지 않는다. 뭍에서는 상상도 못할 3~4배나 되는 무게의 돌도 들어내며 강굴을 딴다. 물 속에서는 천하장사가 된다. 호흡기 하나에 생명을 의지한 채 그는 섬진강 바닥을 누비고 다닌다.

얼마 되지 않아 굴이 가득한 망태기가 위로 올라온다. 할머니와 선장은 강굴에 붙은 따개비와 돌멩이를 제거하고 크기별로 선별작업을 한다. 씨알이 작은 강굴은 망태에 담아 망덕포구에서 2개월을 더 키워 출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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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고속도로 섬진강 다리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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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 수많은 갈매기 떼들이 배를 호위하고 있다. ⓒ 조찬현


"쪽 빨아먹으면 짠물과 이물질이 쏙 빠져 부러"

강굴은 껍데기에 나이테가 있다. 2년생 강굴이 대부분이다. 이 선장은 강굴에서 진주가 간혹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갓 잡아 올린 강굴을 맛보라며 건네준 선장은 강굴 먹는 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준다.

“이리 묵어야 돼. 고개 숙이고 쪽 빨아먹으면 짠물과 이물질이 쏙 빠져 부러.”

강굴 한입에 봄 향기가 입안 가득하다. 강굴은 디스토마나 비브리오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디스토마는 짠물에서 소멸되고, 비브리오균은 민물에서 소멸되기 때문에 여기서는 어떤 걸 날 걸로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어요.”

일본바이어가 강굴을 달라고 하는데도 물량이 없어서 못 보낸다. 강굴은 영양가가 일반 굴에 비해 3~4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굴로 먹을 때는 하루에 4~5개 정도 먹는 것이 적당하다. 구이나 찜으로 먹으면 많이 먹어도 된다.

“이렇게 좋은 것을 우리 국민이 먼저 먹고 남은 걸 일본으로 보내야 될 것 아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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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굴 강굴을 기자의 신발과 비교해보니 엇비슷하다. 그 길이가 무려 30cm나 된다. ⓒ 조찬현


망덕포구 섬진강의 강물 맛을 보니 간간하다. 옛날 이곳 사람들은 소금 아낀다고 강물로 김장을 했다. 강굴을 기자의 신발과 비교해보니 엇비슷하다. 그 길이가 무려 30cm나 된다.

강굴 채취는 다이버와 선장의 호흡이 아주 중요하다. 잠수 특성상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잠수 경력의 이 선장은 다이버와 호흡이 척척 맞는다. 다이버는 그날 채취한 양의 일정 지분이 자기 몫이다. 일반인에 비해 수입이 많으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오후 5시 15분. 선장은 작업을 마치고 귀가를 서두른다. 해가 기울자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든다. 만선의 기쁨으로 가득한 운영호는 엔진소리도 힘차다. 소용돌이치는 섬진강의 하얀 물살을 뒤로한 채 배는 포구로 돌아가고 있다.

남해고속도로 섬진강 다리를 통과했다. 갈매기 무리가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섬진강 휴게소 부근의 강에서 수많은 갈매기 떼들이 배를 호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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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굴 구이 지글지글 잘 구워진 강굴이 맛깔스럽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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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굴 된장찌게 강굴에 된장을 살짝 풀고 청양고추와 파를 넣으면 강굴된장찌게가 된다. ⓒ 조찬현


강굴 맛에 흑산도의 홍어가 울고 가겠다

강굴을 구웠다. 이 선장의 안주인 구순자(46)씨는 강굴구이 국물을 얼른 먹어보라며 재촉한다. 지글지글 잘 구워진 강굴의 껍데기를 까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강굴 껍데기에는 국물이 가득 고여 있다. 국물을 후루룩~ 마시니 그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강굴 직화구이맛은 환상이다.

“국물 맛이 끝내줍니다. 이게 제일 맛있어.”

강굴 제대로 먹는 방법은 국물을 버리지 말고 먹어야 한다. 굴보다 국물이 훨씬 더 맛있다. 묵은지에 강굴구이를 감아 먹어도 별미다. 이렇게 한입을 먹으면 누구나 말문이 막힌다.

즉석요리도 선보였다. 굴이 어찌나 큰지 구워낸 알굴을 가위로 적당히 자른 다음 김치를 송송 썰어 넣으면 즉석 강굴김치찌개, 강굴에 된장을 살짝 풀고 청양고추와 파를 넣으면 강굴된장찌개가 된다.

“강굴 한 마리에 소주 한 병은 거뜬해요. 그리 안 먹겠소?”

강굴의 다양한 요리가 특별하다. 잘 익은 강굴을 탁 깨물면 강굴 특유의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또한 향이 오래도록 입안에서 감돈다. 그 맛에 흑산도의 홍어가 울고 가겠다. 강굴 껍데기에 만든 즉석요리를 먹다보니 어릴 적 빠끔살이(소꿉장난의 전라도 사투리)의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강굴 #비아그라 #섬진강 #망덕포구 #벚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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