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 과거의 단순한 예금/대출 거래를 훨씬 뛰어넘어, 다양한 유형의 '증권화'(securitization)를 통해 갖가지 파생상품을 만들게 되며, 일정한 곳에 투입된 자본은 투입처에서의 물리적인 이익 회수에 얽매이지 않고 증권화를 통해 더욱 자유롭게 움직이는 '유동성 팽창'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매장에서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 시세판을 보고 있는 장면.
선대식
이로써 금융은 과거의 단순한 예금/대출 거래를 훨씬 뛰어넘어, 다양한 유형의 '증권화'(securitization)를 통해 갖가지 파생상품을 만들게 되며, 일정한 곳에 투입된 자본은 투입처에서의 물리적인 이익 회수에 얽매이지 않고 증권화를 통해 더욱 자유롭게 움직이는 '유동성 팽창'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세계 GDP 48조 달러 -> 금융자산 167조 달러(파생상품 제외) -> 파생상품 시장 477조 달러 구조는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졌다. 즉 파생상품 시장에 투자된 1달러가 여러 경로를 거치는 사이 그 10배인 10달러의 규모로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은행도 파생상품 판매를 거들게 된다.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을 전 세계 금융위기로 전파시킨 장본인인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s)도 바로 이런 메커니즘에서 나온 파생상품의 하나다. 첨단 유동화 기법이자 위험분산 기법으로 인식된 파생상품이 위험 전달 매개체로 변질된 전형적 사례다.
또한 최근 새롭게 사용되고 있는 증권 자본주의, 펀드 자본주의, 파생상품 자본주의라는 용어들 역시 증권화를 통한 각종 파생상품의 개발과 거래를 특징으로 하는 현대 금융자본주의의 다른 이름들이다. 그러다 보니 다음과 같은 기대와 찬사들이 쏟아지게 되었다.
"금융시장, 증권시장, 펀드시장, 파생상품시장은 한국경제를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이다. 금융자본주의, 증권자본주의, 펀드 자본주의, 파생상품 자본주의는 이를 이념적으로 뒷받침할 자본주의 모형이다."금융기업의 수익은 늘고 노동자들의 소득은?70년대 이후 제조업 이익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어든 데 반해, 신자유주의 금융화로 인해 금융업은 높은 수익을 올리며 고부가가치 산업이자 미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제조업을 주력으로 했던 기업들마저 속속 금융산업을 인수하기 시작했고 금융부문의 수익에 더 많이 의존하는 경영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이익과 부와 권력이 금융부문으로 점점 더 많이 이동하게 된 것이다. 특히 금융화의 첨단을 달리던 미국과 월스트리트는 199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하면서 문자 그대로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다면 금융기업이 이처럼 엄청난 수익을 올리면서 글로벌 경제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을 때 생산을 담당하던 노동자들은 어떤 이익을 얻었을까.
'양극화 확대'를 떼려야 뗄 수 없는 또 하나의 자기 속성으로 지니는 신자유주의는 금융자본에게 막대한 이익을 창출시키면서도 노동자에게는 생산성에도 훨씬 못 미치는 소득 분배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이는 종국적으로 미국 국민이 실질소득에 근거하지 않은 부채와 주식 버블에 기대 소비하도록 조장했고 첨단 금융시스템은 이를 뒷받침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바로 그 전형이다. 마치 제조업 기반이 허약해진 미국 경제가 아시아의 외환보유고를 끌어 들여 경상수지 적자를 메워온 것처럼.
결국, 지금의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은 ① 규제 풀린 금융자본주의가 ② 파생상품이라는 신종 금융상품과 ③ 사모펀드, 헤지펀드 같은 신종 금융 주체들을 앞세워 글로벌 경제를 제어하는 한편 ④ 주주자본주의라고 하는 경영시스템을 구축하여 기업을 지배하고 ⑤ 정보통신기술을 흡수하여 24시간 세계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등 문자 그대로 자유로운 글로벌 자본 이동이 가능한 '글로벌 경제'를 만들어 온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⑥ 이 시스템이 정치 이데올로기적인 신보수주의, 군사적 개입주의와 결합하면 아프간, 이라크 전쟁으로까지 치닫는 것이다.
그런데 현대 금융자본주의가 양산한, 특히 2000년부터 대규모로 늘려온, 어쩌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하를 통해 조장한 '유동성 잔치'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막을 내리게 된다.
덧붙이는 글 | 김병권 기자는 새사연 연구센터장입니다. 이 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웹사이트 이스트플랫폼(http://epl.or.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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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노동'하는 금융자본주의, '유동성 잔치'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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