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봉우리는 언제 철탑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제주의 오름기행 47] '개가 달을 보고 짖는' 개오리오름

등록 2008.06.02 16:17수정 2008.06.03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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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개오리오름 정상 큰개오리오름(견월악)정상입니다. 방송 송신탑이 세워져 있습니다.
큰개오리오름 정상큰개오리오름(견월악)정상입니다. 방송 송신탑이 세워져 있습니다.김강임


제주시에서 제1횡단도로(5·16도로)를 타고 서귀포 방향으로 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오름 하나가  있다. 그 오름은 '산의 모양이 가오리처럼 생겼다' 하여 개오리오름. 지난 5월 18일 개오리오름을 탐방했다.


제주시 산천단을 지나 한라산 방향으로 가다보니 한라산에서 자생하는 식물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뿐만 아니라, 녹음이 짙어가는 숲에서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귀를 즐겁게 했다. 드디어 조랑말 목장에 이르렀다.

목장의 파란 목초지는 제주 말(馬)들의 놀이터였다. 이날, 삼의악 탐방을 마치고 개오리오름(견월악)으로 향하는 오르미들의 마음은 제 1횡단도로 주변에 펼쳐진 한라산의 풍경에 빠져 있었다.

새우란 개오리오름 중턱에는 한라산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새우란개오리오름 중턱에는 한라산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김강임

등산로 입구 오름입구에는 철쭉이 만발
등산로 입구오름입구에는 철쭉이 만발김강임


한라산의 보석

드디어 개오리오름 입구에 차를 주차 시켰다. 개오리오름 입구에는 5월 한라산의 여왕 철쭉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한라산에도 철쭉꽃이 만발했겠죠?"
오르미들은 개오리오름 반대편에 있는 한라산의 철쭉꽃 소식이 궁금한가 보다.


민들레 등산로 입구는 민들레 천국
민들레등산로 입구는 민들레 천국 김강임


큰개오리오름으로 통하는 길은 횡단도로 바로 입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신록이 우거져 있었다. 그 숲속에는 찔레꽃과 노란 민들레가 정원을 이뤘다. 별처럼 영롱한 하얀 새우란이 사람이 그리운지 수풀 사이 얼굴을 내민다. 숲의 보석은 역시 꽃이다. 더욱이 척박한 돌과 화산쇄설물 속에서 피어나는 여린 꽃대가 얼마나 가련한가? 오르미들은 이쯤해서 차마 발걸음을 늦출 수밖에 없었다. 


통제구역 표지판 통제구역 표지판
통제구역 표지판통제구역 표지판김강임

큰개오리오름 중턱 큰개오리오름 중턱에서 보면 한라산이 장관이다.
큰개오리오름 중턱큰개오리오름 중턱에서 보면 한라산이 장관이다. 김강임

송신탑 정상에 설치된 송신탑이 하늘을 찌른다
송신탑정상에 설치된 송신탑이 하늘을 찌른다김강임


오름의 봉우리에 철탑이 뿌리 내려 

오르막길은 조금은 가파르다. 뒤돌아보니 한라산의 능선과 한라산 오름군들이 펼쳐졌다.  10분이나 걸었을까. 하늘을 찌를 듯 방송 송신탑이 오르미들의 발걸음을 가로막았다. 오름 중턱에는 '방송 중요시설 지역이므로 사전승인 없이 출입을 삼갑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연락처가 새겨져있다.

고개를 들어봐도 그 끝을 보기가 힘들만치 높은 송신탑. 그 탑은 개오리오름을 오르는 우리들에게 위압감까지 주었다. 탑은 하나만 설치돼 있는 것도 아니었다. 봉우리 오름 속살에는 자연생태계가 뿌리를 내린 것이 아니라, 철탑이 뿌리를 내린 것이었다.

개오리 오름 정성부는 한라산국립공원 지역이기에 많은 생태자원들이 숨 쉬고 있어야 할 테지만, 바닥은 시멘트로 깔려 있었다. 그러니 식물이 살아 숨쉴 리 만무하다. 그리고 생태계 역시 존재할 리 만무하다. 우리 일행은 시멘트 바닥 위에 서서 한라산을 조망했다. 그리나 덩치 큰 탑이 봉우리를 장악하고 있으니 사방의 풍경을 조망하기란 어려웠다.

한라산 풍경 개오리오름 정상에서 본 한라산
한라산 풍경개오리오름 정상에서 본 한라산김강임


"오름 봉우리는 언제쯤 철탑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탑 오른쪽으로는 작은 소로가 나 있었다. 샛 개오르오름과 작은 개오리오름으로 통할 수 있는 길이지만 송신탑이 딱 버티고 서 있으니…. 개오리오름은 두 개의 말굽형화구를 가지고 있다. 물론 오름에는 자연림이 우거져 있고 그 속에는 한라산에서 서식하는 식물들이 자생한다. 3개의 봉우리가 연이어져 있기도 하다.

더욱이 오름 중턱에는 한라산 보호구역이라는 팻말은 없고, 방송 중요 시설을 강조하는 팻말이 세워 있음은 왠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환경단체들의 오름 중턱의 무선기지국과 송전탑 군단의 철거 작업을 놓고 논란을 벌이기도 했었다. 분명 제주의 오름은 제주인들의 '터'라는 사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나 이미 설치된 송전탑과 무선기지국을 다시 철거하랴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오름 봉우리에 우뚝 솟아 있는 흉물들. 자연경관은 물론 오름을 훼손시키고 있는 공해물.

"언제쯤 개오리오름 봉우리는 탑의 뿌리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개오리오름 봉우리에는 바람만 불어왔다. 그리고 하산 길에 만난 민들레 꽃잎도 바람에 고개를 떨구었다.

노루공원에서 본 개오리오름  노루공원에서 본 개오리오름입니다.
노루공원에서 본 개오리오름 노루공원에서 본 개오리오름입니다.김강임


#개오리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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