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58)

― ‘라이벌의 재등장’, ‘창밖의 눈’ 다듬기

등록 2008.06.14 18:43수정 2008.06.14 18:43
0
원고료로 응원

 

ㄱ. 라이벌의 재등장

 

.. 우리(미국)의 첫 번째 목적은 새로운 라이벌의 재등장을 저지하는 것이다 ..  《타리크 알리 외/국제연대정책 정보센터 옮김-전쟁이 끝난 후》(이후,2000) 14쪽

 

 ‘저지(沮止)’는 어려운 말입니다. 아이들한테는 참 어려운 말입니다. 그러나 어른들한테는, 신문과 잡지와 방송에서 글을 쓰고 말을 하는 어른들한테는 가장 쉬운 말인 듯합니다. ‘막다-가로막다-못하게 하다’라 하면 누구나 알아듣기 좋을 텐데, “한미FTA 저지”라는 말만 들리고, “한미FTA 막기” 같은 말은 들을 수 없습니다. ‘재등장(再登場)’은 ‘다시 나옴’이나 ‘다시 나타남’으로 손봅니다.

 

 ┌ 라이벌의 재등장을 저지하다

 │

 │→ 경쟁자가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다

 │→ 맞수가 다시 못 나오게 하다

 │→ 맞수가 더는 못 나오게 막다

 └ …

 

 이 대목에서는 “새로운 경쟁자가 다시 등장하지 못하게 하다”쯤으로는 적어 주면 좋을 텐데. 이렇게 쓰기도 많이 힘들까요.

 

 이렇게 한 다음에는, ‘라이벌’, ‘등장’, ‘저지’ 같은 낱말을 다듬어 봅니다. 낱말 하나하나를 찬찬히 살피며 알맞게 쓰기도 해야겠지만, 글월 짜임새를 뒤죽박죽 흐트리는 토씨 ‘-의’를 먼저 덜어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토씨 ‘-의’를 잘못 쓰기 때문에 뒤따르는 얄궂거나 알맞지 않은 어려운 말이 꽤나 많거든요.

 

 

ㄴ. 창밖의 눈

 

.. 폐렴이 재발하기 몇 달 전인 2001년 초 어느 날 형률 씨는 창밖의 눈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  《전진성-삶은 계속되어야 한다》(휴머니스트,2008) 55쪽

 

 “폐렴이 재발(再發)하기 몇 달 전(前)인”은 “폐렴이 다시 생기기 몇 달 앞서인”이나 “폐렴이 도지기 몇 달 앞서”로 손봅니다. “2001년 초(初)”는 “2001년 첫머리”로 손질합니다.

 

 ┌ 창밖의 눈을

 │

 │→ 창밖으로 내리는 눈을

 │→ 창밖으로 쌓이는 눈을

 └ …

 

 “창밖의 눈”이라고 하면 어떤 눈인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지금 내리고 있는 눈인지, 벌써 내려서 쌓인 눈인지, 차츰차츰 쌓여 가는 눈인지 헷갈립니다.

 

 어쩌면, 다 내리고 녹고 있는 눈을 바라다보고 있는지 모릅니다. 이제 막 내리는 눈을 바라다보고 있는지 모르고요.

 

 ┌ 창문으로 눈을 바라다보고

 └ 창밖 눈을 바라다보고

 

 어떠한 눈인지를 말한다기보다, ‘창문 바깥으로 눈 모습을 본다’고 말하려 했다면 “창문으로 눈을 바라다보고”처럼 적거나 “창밖 눈을 바라다보고”처럼 적어야 알맞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2008.06.14 18:43 ⓒ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http://hbooks.cyworld.com (우리 말과 헌책방)
http://cafe.naver.com/ingol (인천 골목길 사진)
#토씨 ‘-의’ #우리말 #우리 말 #-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자식 '신불자' 만드는 부모들... "집 나올 때 인감과 통장 챙겼다"
  2. 2 10년 만에 8개 발전소... 1115명이 돈도 안 받고 만든 기적
  3. 3 [단독]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엮으려는 시도 있었다"
  4. 4 [제보취재] 육군○○사단 사령부 정문, 초병 없고 근무자 수면중
  5. 5 '판도라의 상자' 만지작거리는 교육부... 감당 가능한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