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4)

― ‘나날의 일상적인 체험’,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국사편찬기관’ 다듬기

등록 2008.10.19 11:41수정 2008.10.19 11:41
0
원고료로 응원

 

ㄱ. 나날의 일상적인 체험

 

.. 지구의 보호막인 오존층에 무언가 변화가 있다는 뉴스 등을 접했을 때만이 아니라 나날의 일상적인 체험을 통해서도 문명사회의 동요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  《월드워치연구소-지구환경과 세계경제 (1)》(따님,1993) 12쪽

 

 “무언가 변화(變化)가 있다”는 “무언가 달라졌다”나 “무언가 바뀌고 있다”로 풀어 줍니다. “뉴스 등(等)을 접(接)했을 때”는 “소식 들을 들었을 때”로 풀어내고요. “문명사회의 동요(動搖)를 충분(忠分)히 감지(感知)할 수 있다”는 “문명 사회가 흔들리고 있음을 넉넉히 느낄 수 있다”나 “문명 사회가 흔들리고 있음을 잘 알 수 있다”쯤으로 풀어 봅니다.

 

 ┌ 나날의 일상적인 체험을 통해서도

 │

 │→ 나날이 겪고 느끼는 여러 일에서도

 │→ 날마다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도

 │→ 하루하루 부대끼는 삶에서도

 │→ 수수한 우리 삶에서도

 └ …

 

 우리는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좋은 일도 맞이하고 궂은 일도 겪으면서 하루하루 살고 있어요. 이런 일도 겪고 저런 일도 부대끼면서 자기 꿈을 펼치는 한편 주눅들어 고달플 때도 있어요.

 

 ┌ 날마다 흔히 겪는 일

 └ 날마다 으레 겪는 일

 

 날마다 흔히 겪는 일을 가리키는 보기글이라 한다면, “날마다 어디서나”로 다듬어 주면 어떨까 싶군요. 날마다 으레 겪는 일을 가리키는 보기글이니, “언제 어디서나”로 다듬어 볼 수 있고요. 이렇게 되면, 통째로 손질해서, “ 지구를 지켜 주는 막인 오존층이 어딘가 달라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문명 사회가 흔들리고 있음을 속속들이 느낄 수 있다”쯤으로 다시 써 봅니다.

 

 

ㄴ.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국사편찬기관

 

.. 심지어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국사편찬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의 《한국사》에서도 이런 학설을 꽤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  《이희진-식민사학과 한국고대사》(소나무,2008) 125쪽

 

 ‘심지어(甚至於)’는 ‘더구나’나 ‘게다가’로 손보고, ‘비중(比重) 있게’는 ‘무게 있게’나 ‘크게’로 손봅니다. ‘학설(學說)’은 그대로 두어도 되나, ‘이야기’로 고쳐도 잘 어울립니다.

 

 ┌ 대한민국의 공식적인 국사편찬기관

 │

 │→ 대한민국에서 공식으로 국사를 편찬하는 기관

 │→ 대한민국 역사를 엮어내는 공식 기관

 │→ 대한민국에서 내세우는 국사편찬기관

 └ …

 

 저는 동네에서 도서관을 꾸리고 있습니다. 동네 도서관을 합니다. 도서관을 지키는 사람을 가리켜 으레 ‘(도서)관장’이라고 하는데, 이 이름은 저한테 걸맞지 않는다고 느껴서, ‘도서관 지킴이’쯤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도서관을 열어서 지키고 있으니 ‘지킴이’입니다. 따지고 보면 ‘관장’도 도서관을 지키는 사람을 가리키는 낱말이기는 할 텐데, 말에서 풍기는 냄새나 느낌은 너무 딱딱하고 메말라 있지 않나 싶습니다.

 

 딱딱하고 메마른 느낌이라 해도, 써야 할 말은 써야 합니다. 한자말이건 영어이건, 써야 할 자리에는 써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은 참으로 써야 하기에 쓰는 한자말인지 아닌지를, 또 쓸 까닭이 있는 영어인지 아닌지를 거의 헤아리지 않는다고 봅니다. 남들이 쓰니까 따라 쓰기도 하고, 겉치레로 쓰기도 하며, 무언가 내세우고픈 마음에 쓰기도 합니다.

 

 은행을 ‘bank’라고 적는다 하여 더 높아지거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알아보아 주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꾸리는 버스를 ‘학교버스’라고 하면 뭔가 낮아 보이고, ‘스쿨버스’라고 해야 뭔가 높아 보이는가요. ‘학교차’라 하면 더 꾸리하게 느껴질까요.

 

 필름으로 찍어도 사진기이고 디지털로 찍어도 사진기입니다. ‘카메라’가 아닙니다. 우리들은 ‘글을 쓸’ 뿐이지, ‘문서를 작성’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지 ‘독서’를 하지 않습니다. ‘밥하기’를 ‘요리’라고 가리킨다 해서 더 높거나 나아지지 않습니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은 ‘일자리 찾기’를 하지, ‘구직’을 하지 않으며, 아이를 키우는 사람은 ‘아이 키우기’를 하지, ‘육아’를 하지 않습니다.

 

 ― 대한민국 공식 국사편찬기관

 

 그래도 굳이 어떤 한자말을 써야겠다고 느낀다면 써야 합니다. ‘공식’도 쓰고 싶고 ‘편찬’도 쓰고 ‘기관’도 쓰고 싶으면 써야 합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공식 국사편찬기관”이 아닌 “대한민국 공식 국사편찬기관”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2008.10.19 11:41ⓒ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추석 때 이 문자 받고 놀라지 않은 사람 없을 겁니다
  2. 2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아직도 '4대강 사업' 자화자찬?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나
  3. 3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최근 알게 된 '평생직장', 정년도 은퇴도 없답니다
  4. 4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우리 모르게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왜?
  5. 5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단독] "김건희 사기꾼 기사, 한국대사관이 '삭제' 요구했지만 거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