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기와 논공행상, 있을 수 없다더니...

[取중眞담] 충남교육청, 선거부정·인사청탁에 100여명 개입

등록 2008.10.29 08:52수정 2008.10.29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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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충남도교육청
충남도교육청심규상

충남 교육계가 땅에 떨어졌다. 검찰이 28일 발표한 충남교육감 인사비리 및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는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을 아연실색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지난 13일 사퇴한 오제직(68) 충남도교육감은 아들과 며느리, 타인 등 명의로 모두 32개의 딴 주머니(차명계좌)를 차고 있었다. 차명계좌에는 출처불명의 10억 원이 들어 있었다. 이 돈은 어떻게 모은 것일까?

그 내막을 소상히 알 길은 없다. 다만 검찰은 오 교육감이 인사청탁 대가로 교장·교감 등으로부터 1600만 원을 수수한 사실을 밝혀냈다. 오 전 교육감의 부인도 인사청탁 대가로 교직원 2명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았다.

지난 6월 주민 첫 직선을 통해 교육감으로 당선된 오 교육감의 당선 후 첫 일성은 '줄서기와 논공행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지난 2004년 교육감 당선 직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서도 '투명하고 공평하게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랬던 그가 학부모들을 감언이설로 안심시킨 후 논공행상으로 딴 주머니를 채워온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논공행상' 있을 수 없다더니 차명계좌 32개

 지난 7월 첫 주민직선 교육감에 당선돼 취임식을 갖고 있는 오제직 교육감(왼쪽) 부부. 검찰은 28일 오  교육감과 부인 문 모(67)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지난 7월 첫 주민직선 교육감에 당선돼 취임식을 갖고 있는 오제직 교육감(왼쪽) 부부. 검찰은 28일 오 교육감과 부인 문 모(67)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심규상

그가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보여준 부정선거운동은 '대담성'이 돋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오 교육감은 교육공무원 53명을 동원해 선거홍보물 등을 작성하게 했다. 또 일선 공무원들에게 인명부를 제출해 관리하도록 지시했다. 이를 이용해 불법선거운동을 한 것은 물론이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선거법 위반혐의가 드러난 현직 교육공무원만 86명에 이른다. 이중 40명은 대가를 바라고 자진해서 선거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사립학교 교직원 2명도 개입했다. 이쯤되면 '교육청'이 아니라 오 교육감 '선거운동본부'다.  


윗물이 흐리니 아랫물인들 맑을 리 없다. 도 교육청 황아무개(58) 기획관리국장도 인사청탁 대가로 도교육청 서기관 임아무개(55)씨로부터 100만 원을 수수한 것을 비롯해 일반직 공무원 7명으로부터 8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오 전 교육감과 부인 문아무개(67)씨, 황아무개 기획관리국장 등 3명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혐의로, 전·현직 공무원 7명(현직 5명)은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나머지 뇌물공여 공무원 6명을 약식 기소했고 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현직 89명의 교육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에 대해서는 해당 기관에 비위를 통보하기로 했다.  

선거법 위반 88명 ... 교육청이 '선거운동본부'?

 충남도교육청
충남도교육청심규상

죄질과 다른 사건과 비추어 볼때 불구속 기소와 약식기소, 비위 통보로 그친 검찰처분은 누가봐도 관대하기 이를 데 없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그동안 회자되던 '장천감오(교장 천만원, 교감 오백만원)'식 매관매직 실상을 확인해 구조적 인사비리에 대한 정화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자평했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지난 2003년 뇌물수수 혐의로 중도하차한 강복환 전 충남도교육감의 재판기록을 들여다 보자. 


재판장
"금·은·동 사무관이 뭡니까?"


증인(충남도교육청 전 사무관예비심사 위원장) "금(金)사무관은 주관식 시험 치고 된 사무관, 은(銀)사무관은 객관식 시험 치고 된 사무관, 동 사무관은 (시험 없이) 심사에 의해 사무관 자리를 얻은 것을 지칭합니다.

하지만 동사무관은 금·은·동 할 때 동(銅)이 아니고 (엄지와 검지를 붙여 들어 보이며) 동그라미 '돈'이라는 뜻입니다. 즉, 돈 주고 얻은 사무관 자리라는 말입니다. 때문에 동사무관은 (사무관이라고) 자랑스럽게 얘기도 못합니다…제가 분석해보니 교육감과 연고가 있는 사람들은 영전에 영전을 거듭했습니다." 
- 2003년 10월 13일 강복환 전 충남교육감 4차 공판/대전지법 제4형사부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검사는 강 교육감에게 징역 3년을 구형하며 이렇게 밝혔다.

"수사를 벌이는 동안 피고인의 교육감직 수행과 증거인멸 노력 등으로 죄상을 드러내는데 한계를 느꼈다. 드러난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도덕성이 추락하고 혼탁한 교육계의 모습에 마음이 무겁다. 지역 교육계를 온갖 비리의 온상으로 만들어 놓고 어떻게 아이들에게 정의가 통하는 사회를 만들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로 부터 5년이 흘렸다. 도교육감의 32개의 차명계좌와 교육계 인사 100여 명의 인사청탁 또는 줄서기 선거운동… 이제 누가 아이들에게 정의가 통하는 사회를 만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충남도교육청 #오제직 #강복환 #선거법위반 #매관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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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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