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27)

― ‘아이들은 어른의 선생님이다’ 다듬기

등록 2008.11.19 20:55수정 2008.11.19 20:55
0
원고료로 응원

-의 → 한테 : 어른의 선생님

 

.. 아이들은 어른의 선생님이다 ..  《박영숙-내 아이가 책을 읽는다》(알마,2006) 45쪽

 

아이를 낳으면 아이를 낳지 않을 때하고 사뭇 달라집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세상을 좀더 너그러이, 그러면서 깊이 살피게 됩니다. 그러나 꼭 아이를 낳아야만 아이들 삶이나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삶이나 우리 어른들 삶을 더 깊이 헤아릴 수 있지는 않아요. 아이를 낳고도 조금도 못 배우는 사람이 많고, 아이를 낳아서 기르고 있음에도 엉터리로 살아가는 사람 또한 많습니다.

 

아이는 어버이 된 사람한테, 이제까지 꾸려온 자기 삶을 새롭게 바라보고 다르게 느끼도록 이끕니다. 이제부터 바라보고 느낄 세상은 예전과 같지 않음을, 더 넓게, 더 깊에 살피고 껴안도록 손을 내밉니다. 머리로만 알던 삶을 몸으로도 알도록, 머리로만 헤아리던 삶을 가슴으로도 헤아리도록 눈을 찡긋 합니다.

 

 ┌ 아이들은 어른의 선생님이다

 │

 │→ 아이들은 어른한테 선생님이다

 │→ 아이들은 어른한테 선생님이 된다

 └ …

 

아이와 함께 살아갈 때에는 어른들이 먹는 밥을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합니다. 아이한테 아무 밥이나 먹일 수 없으니까요. 아이한테 아무 밥이나 함부로 먹일 수 없다고 한다면, 미국에서 우리 나라에 내다 팔려고 하는 미친 소고기뿐 아니라 유전자를 건드린 곡식 또한 마땅히 내치게 됩니다. 내칠밖에 없지요. 어찌 이 나라 아이들한테 이런 먹을거리를 내어주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미친 소고기와 유전자 건드린 곡식뿐 아니라, 비료와 농약을 친 곡식과 열매도 손사래를 치게 됩니다. 항생제와 촉진제를 맞춘 닭이며 온갖 뭍고기도 꺼리게 됩니다. 아이 앞에서 대놓고 담배를 태울 수 있을까요? 제아무리 담배를 좋아하는 어른이라 할지라도, 아이 둘레에, 또 아이 엄마한테, 또 아이 식구들 가까이에 담배 연기가 가지 않도록, 그러는 가운데 자기 스스로도 담배가 제 몸뿐 아니라 식구들한테 끼치게 되는 나쁨을 헤아리도록 합니다.

 

책 한 권을 아이한테 읽힌다고 할 때, 누구보다 어버이 스스로 더 먼저 펼치게 됩니다. 아이한테 아무 책이나 대충 쥐어 줄 수 없습니다. 어버이가 먼저 읽고서 어버이부터 좋다고 느껴지는 책이어야 아이한테 쥐어 줄 수 있습니다. 어버이 스스로 뭔가 얄궂다거나 아니다 싶은 줄거리라면, 아이한테 못 쥐어 줍니다. 이러는 사이, 어버이 된 사람은 책을 보는 눈이 깊어지거나 넓어집니다. 출판사와 작가를 남다르게 들여다보는 눈을 얻습니다.

 

옷 한 벌을 아이한테 입히게 되는 때, 왜 이웃마다 동무마다 헌옷을 서로서로 물려입거나 물려주는지 깨닫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어른들이 입는 옷도 꼭 새옷을 사서 입어야 하지 않고, 서로서로 돌려입을 수 있고 나누어 입을 수 있음을 느낍니다. 우리가 돈을 들여야 할 곳이 어디이고, 마음을 쏟아야 할 자리가 어디인가를 시나브로 깨닫는 길입니다.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은 우리 삶을 되돌아보는 길입니다. 겉치레를 하고 겉발림을 하는 돈쓰기를 하면서 껍데기만 번드레레 보이도록 하는 옷인지, 내가 하는 일과 즐기는 놀이에 걸맞게 마련하는 옷인지를 새삼 곱씹도록 합니다.

 

 ┌ 아이들은 어른을 가르쳐 준다

 └ 아이들은 어른을 깨우쳐 준다

 

우리 사는 집이며, 우리 사는 동네며, 우리 어울리는 나라가 어떤 집이고 어떤 동네이며 어떤 나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도,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 곰곰이 되짚게 됩니다. 볕도 안 들고 바람도 안 들며 시멘트로만 발라진 집에서 어찌 아이하고 지낼 수 있겠습니까. 땅을 밟지 않고 높직한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인 아파트에서 지내게 될 때, 아이 몸이 어떻게 되는가를 돌아보게 됩니다. 동네 문화를, 동네 골목길을, 동네 또래 동무를 굽어살핍니다. 아이가 씩씩하게 자라나서 튼튼하게 살아갈 이 땅 이 나라가 참된 평화와 평등과 통일과 민주와 독립이 우뚝 서 있도록 해야 함을, 아이들이 평화와 평등을 누리고 살도록 우리 어른들이 힘써서 정치가 올바르게 뿌리내리고 경제가 아름답게 꽃을 피우며 사회문화가 슬기롭게 거듭나도록 해야 함을 알게 됩니다.

 

 ┌ 아이들은 어른들한테 길을 밝혀 준다

 ├ 아이들은 어른들이 함께 걸어갈 길을 보여준다

 │

 ├ 아이들은 어른 앞길을 밝히는 등불이다

 └ 아이들은 어른 앞날을 이끌어 주는 길잡이이다

 

아이들한테 통일과 민주를 누리게 하는 일은 어른들인 우리한테도 통일과 민주를 누리게 하는 일입니다. 아이들이 말 한 마디 알뜰히 여미면서 살아가도록 하는 일은 어른들인 우리한테도 말 한 마디 두 마디 살뜰히 여미도록 하는 일입니다. 말에 담는 삶과 삶을 담는 말을 고이 어루만지면서, 우리 넋과 얼이 어떤 길을 가야 할는지,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어떻게 매만지거나 추슬러야 하는지, 아이와 손을 잡고 걷는 길에서 환하게 보고 곰삭이고 펼칩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어른들한테 스승입니다. 아이를 낳는 사람은 어른이지만, 어른을 기르는 사람은 아이입니다.

덧붙이는 글 | 토씨 '-의'를 함부로 붙이는 일은, 이러한 말투를 쓰는 우리 어른들 일로 그치지 않고, 우리 뒤를 이어서 이 땅에서 살아갈 아이들한테 고스란히 이어지는 말썽거리로 커짐을 느끼기를 바라면서 우리 말 이야기 하나 적어 봅니다.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2008.11.19 20:55ⓒ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토씨 '-의'를 함부로 붙이는 일은, 이러한 말투를 쓰는 우리 어른들 일로 그치지 않고, 우리 뒤를 이어서 이 땅에서 살아갈 아이들한테 고스란히 이어지는 말썽거리로 커짐을 느끼기를 바라면서 우리 말 이야기 하나 적어 봅니다.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아버지 금목걸이 실수로 버렸는데..." 청소업체 직원들이 한 일
  2. 2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깜짝 등장한 김성태 측근, '대북송금' 위증 논란
  3. 3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부영, 통 큰 기부로 이미지 마케팅... 뒤에선 서민 등쳐먹나"
  4. 4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오빠가 죽었다니... 장례 치를 돈조차 없던 여동생의 선택
  5. 5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바지락·굴' 하면 여기였는데... "엄청 많았어유, 천지였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