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33)

― ‘기자의 역할’, ‘생활양식의 변화’, ‘인간의 자유로운 교육의 회복’ 다듬기

등록 2008.12.06 12:12수정 2008.12.0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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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학교의 역할 / 기자의 역할

 

.. 아이들의 가슴속에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간직하도록 하는 것이 학교의 역할입니다 ..  《하진희-샨티니케탄》(여름언덕,2004) 8쪽

 

.. 아픔을 주면서까지 진실을 파헤치는 일, 그게 기자의 역할이다 .. 《오연호-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휴머니스트,2004) 158쪽

 

 “아이들의 가슴속”은 “아이들 가슴속”으로 다듬습니다. ‘역할(役割)’은 ‘구실’이나 ‘노릇’, 또는 ‘할일’로 다듬습니다. ‘진실(眞實)’은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으나 ‘참과 거짓’으로 다듬으면 한결 나아요.

 

 ┌ 학교의 역할입니다

 │

 │→ 학교 구실입니다

 │→ 학교가 할 일입니다

 └ …

 

 학교가 할 몫이 있으니 “학교가 할 몫”입니다. 학교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학교가 할 일”입니다. 학교가 맡은 일거리가 있기에 “학교가 맡은 몫”이고요.

 

 ┌ 기자의 역할이다

 │

 │→ 기자 노릇이다

 │→ 기자가 할 일이다

 └ …

 

 사람마다 자기 몫이 있습니다. 자기 구실이 있고 자기 노릇이 있습니다. 어버이 된 사람은 어버이 몫을, 기자 된 사람은 기자 몫을, 청소부 된 사람은 청소부 몫을, 대통령 된 사람은 대통령 몫을 해야 합니다.

 

 제자리를 지키면서 제구실을 해야 합니다. 제 길을 걸으면서 제 넋을 가꾸어야 합니다. 제 삶을 가꾸면서 제 마음을 살찌워야 합니다.

 

 일과 놀이에서 제구실을 해야 말과 글이 제자리를 찾고, 제 삶을 먼저 찾아야 제 말과 글을 시나브로 찾을 수 있습니다.

 

 

ㄴ. 생활양식의 변화

 

.. 중요한 것은 생활양식의 변화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정혜진-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녹색평론사,2007) 63쪽

 

 “중요(重要)한 것은”은 “중요한 대목은”이나 “크게 돌아볼 대목은”이나 “무엇보다도”로 손질합니다. ‘변화(變化)’는 ‘달라짐’이나 ‘바뀜’으로 손보고, ‘생활양식(生活樣式)’은 ‘삶’이나 ‘살림살이’로 손봅니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는 “있어야 한다”나 “있어야 한다는 대목이다”나 “있어야 한다는 소리이다”로 다듬어 줍니다.

 

 ┌ 생활양식의 변화가 함께 있어야

 │

 │→ 생활양식 변화가 함께 있어야

 │→ 생활양식이 함께 변화해야

 │→ 생활양식이 함께 바뀌어야

 │→ 사는 모습이 함께 바뀌어야

 │→ 살림살이가 함께 바뀌어야

 │→ 삶이 함께 바뀌어야

 └ …

 

 한자말을 살려 놓으면서 “생활양식 변화”라고 적어도 토씨 ‘-의’는 떨굴 수 있습니다. 말차례를 살짝 바꾸어 “생활양식이 함께 변화해야”처럼 적어도 토씨 ‘-의’는 사라집니다.

 

 한자말까지 덜어내면서 토씨 ‘-의’를 덜고 싶다면, ‘변화’와 ‘생활양식’이라는 낱말을 차근차근 고쳐 줍니다.

 

 이러는 동안 보기글은 통째로 다시 쓰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삶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처럼. 또는, “다른 무엇보다도 삶을 함께 바꾸어야 한다”처럼.

 

 

ㄷ. 인간의 자유로운 교육의 회복

 

.. 아들러가 굳이 명저를 통해 인간의 자유로운 교육의 회복을 부르짖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  《모티머 아들러/최영호 옮김-자유인을 위한 책읽기》(청하,1988) 머리말

 

 “명저(名著)를 통(通)해”는 “훌륭한 책을 읽어”로 풀어냅니다. “특별(特別)한 이유(理由)가 있다”는 “남다른 까닭이 있다”나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로 풀어 주고요.

 

 ┌ 회복(回復) :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

 │  - 명예 회복 / 경기 회복 / 원기 회복 / 피로 회복

 │

 ├ 인간의 자유로운 교육의 회복을 부르짖는

 │→ 사람들이 자유로이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고 부르짖는

 │→ 사람들이 가르치고 배우는 자유를 되찾아야 한다고 부르짖는

 └ …

 

 보기글에서는 “사람을 자유롭게 가르치는 일”을 말할까요, 아니면 “사람들이 자유롭게 배우는 일”을 말할까요? 아니면 “사람들이 자유롭게 가르치고 배우는 일”일을 가리킬까요?

 

 무엇을 말하는지 갈피를 잡기 어렵게 말한다면, 말하는 분이 아무리 훌륭하거나 좋은 뜻을 나누어 주고 싶다고 해도, 듣는 사람들은 고개만 갸우뚱갸우뚱할 뿐입니다. 자유로운 교육을 되찾기 앞서 자유로운 말을 되찾고, 자유로운 말을 되찾는 가운데 자유로운 우리 삶을 되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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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06 12:12ⓒ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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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의’ #-의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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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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