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39) 특징적

― '깃털들이 모두 특징적', '물결 모양을 그리는 것이 특징적' 다듬기

등록 2008.12.13 19:48수정 2008.12.13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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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깃털들이 모두 특징적이다

 

.. 자신들이 날 때는 전혀 소리를 내지 않는 부드러운 깃털들이 모두 특징적이다 ..  《김수일-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지영사,2005)

 

‘전(全)혀’는 ‘조금도’로 손봅니다.

 

 ┌ 특징적(特徵的) : 다른 것에 비하여 특별히 눈에 뜨이는

 │   - 특징적 요소 / 특징적 차이 / 특징적 사항들을 정리해 주시오 /

 │     우리의 정서를 특징적으로 보여 주는 시 형식

 ├ 특징(特徵) : 다른 것에 비하여 특별히 눈에 뜨이는 점

 │   - 특징을 보이다 / 특징을 찾다 / 특징이 드러나다

 │

 ├ 깃털들이 모두 특징적이다

 │→ 깃털들이 모두 특징이 있다

 │→ 깃털들이 특징이다

 │→ 깃털들이 눈에 띈다

 │→ 깃털들이 남다르다

 └ …

 

‘특징’이라는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이 한자말을 써야 합니다. “부드러운 깃털이 특징이다”처럼 말하고자 한다면 괜찮습니다. 잘 어울립니다. 그런데 ‘-적’을 붙여서 “부드러운 깃털이 특징적이다”처럼 적으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어떤 느낌을 더한다고 생각하는가요.

 

 ┌ 특징적 요소 → 특징 / 남다른 대목 / 도드라진 대목

 ├ 특징적 차이 → 눈에 띄는 다름 / 도드라지게 다른 대목

 └ 특징적 사항들 → 눈에 띄는 이야기들 / 남다른 대목들

 

이렇게 얄궂게 쓰이는, 아니 얄궂게 가지를 치는 ‘특징’이라 한다면, 이 한자말을 아예 덜어내면 어떨까 싶습니다. “특징을 보이다”를 “남달라 보이다”로 손질하고, “특징을 찾다”는 “눈에 띄는 모습을 찾다”로 손질하며, “특징이 드러나다”는 “남다른 모습이 드러나다”로 손질해 봅니다.

 

 ┌ 우리의 정서를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

 │→ 우리 마음을 잘 보여주는

 │→ 우리 마음을 남달리 보여주는

 │→ 우리 느낌을 제대로 보여주는

 │→ 우리 느낌을 환하게 보여주는

 └ …

 

조금만 생각해 보면 됩니다. 조금만 더 말뜻을 살짝 곱씹어 보면 됩니다. 조금만 마음을 기울여 주고, 조금만 고개를 돌려 바라보아 주면 됩니다. 참으로 알맞게 쓸 말이 무엇인지, 참으로 뜻을 또렷하게 밝히는 말이 무엇인지, 참으로 우리 삶을 빛내며 북돋우는 말이 무엇인지, 우리 말과 글에 조금만 사랑을 나누어 주고 베풀어 주면 됩니다.

 

ㄴ. 물결 모양을 그리는 것이 특징적

 

.. 수평으로 난 골목길은 수평이더라도 길이 파도치듯 물결 모양을 그리는 것이 특정적이다 ..  《김대홍-그 골목이 말을 걸다》(넥서스BOOKS,2008) 136쪽

 

‘수평(水平)으로’는 ‘반듯하게’나 ‘고르게’로 다듬습니다. “파도(波濤)치듯 물결 모양을 그리는 것이”는 “물결을 그리는 모양이”로 손보는데, 앞말과 묶어서 “물결 모양 같은 길이”로 손보아도 됩니다.

 

 ┌ 특징적이다

 │

 │→ 남다르다

 │→ 돋보인다

 │→ 도드라진다

 │→ 눈에 띈다

 │→ 새롭게 보인다

 │→ 확 눈에 들어온다

 └ …

 

“우리 말은 무엇이 특징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묻는다고 할 때에, 이 ‘특징’이란, 다른 나라 말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목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려 달라고 하는 소리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 달라는 소리입니다. 그러니까, 우리 말과 나라밖 말이 ‘어떻게 다른가’를 말하는 일, ‘무엇이 다른가’를 이야기하는 일, ‘어떤 모습인가’를 들려주는 일이 바로 ‘특징’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 반듯하게 난 골목길은 반듯하게 났더라도 길이 물결 모양을 그리곤 한다

 ├ 반듯하게 난 골목길이더라도 길은 물결 모양을 보여주곤 한다

 ├ 반듯하게 난 골목길이더라도 물결 모양을 그리고 있어 남다르다

 ├ 반듯하게 난 골목길이더라도 물결 모양을 그리니 눈에 띈다

 ├ 반듯하게 난 골목길이더라도 물결 모양이라 남다르다

 └ …

 

아직 우리 말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던 예전에는 “우리 말은 이러저러한 모습이 특징입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그다지 우리 말을 잘 익히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이제는 “우리 말은 이러저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고 말하거나 “우리 말은 이러저러해서 남다릅니다” 하고 말합니다. 또는, “우리 말은 이러저러합니다” 하고 이야기를 해요.

 

꾸며야 할 말은 꾸며서 쓰고, 덧달아야 할 말은 덧달아서 써야 할 텐데, 여느 자리뿐 아니라 남다르게 생각하거나 살펴야 하는 자리에서도, 되도록 수수하게 글을 쓰고 말을 할 때가 한결 낫다고 느낍니다.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그대로 느끼며, 있는 그대로 쓰고 있는 그대로 읽습니다. 그러나 말 따로 삶 따로가 아닌 만큼, 꾸밈없도록 또는 수수하도록 또는 있는 그대로 말하거나 글을 쓰자면, 제 삶부터 꾸밈이 없어야 하고 수수해야 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지 싶어요.

 

꾸밈이 아닌 알참이 되는 삶으로 가꾸면서 알찰 수 있는 말을 바랍니다. 수수하면서 싱그러운 삶으로 돌보면서 수수하면서 싱그러운 말을 꿈꿉니다. 있는 그대로 껴안는 삶으로 나아가면서 있는 그대로 주고받을 말을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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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13 19:48ⓒ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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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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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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