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47) 전방위적

― ‘전방위적인 업적’, ‘전방위적으로 봉쇄’ 다듬기

등록 2009.01.05 20:09수정 2009.01.0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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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전방위적인 업적

.. 그가 남긴 전방위적인 업적은 후인들의 경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  《강세황/박동욱,서신혜 옮김-표암 강세황 산문전집》(소명출판,2008) 3쪽


‘업적(業績)’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보람’이나 ‘열매’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후인(後人)’은 ‘뒷사람’이나 ‘우리’로 손봅니다. ‘경탄(驚歎)’은 ‘놀라움’으로 손질해 주고, ‘충분(充分)하다’는 ‘넉넉하다’로 손질합니다.

 ┌ 전방위적 : x
 ├ 전방위 : x
 ├ 방위(方位)
 │  (1) 공간의 어떤 점이나 방향이 한 기준의 방향에 대하여 나타내는 어떠한 쪽의 위치
 │   - 방위를 보다 / 방위를 맞추다
 │
 ├ 전방위적인 업적
 │→ 수많은 업적
 │→ 숱한 업적
 │→ 어마어마한 열매
 │→ 모든 곳에 두루 걸친 열매
 └ …

때때로 듣는 ‘전방위’요 ‘전방위적’인데, 두 가지 모두 국어사전에 실리지 않습니다. 왜 이 같은 낱말이 안 실리는가 하며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다가는, 아무리 한자말이라고 해도 모두 실을 수는 없을 테지 싶습니다.

‘방위’ 앞에 ‘全’을 붙이는 ‘全方位’입니다. 우리 말로 하자면 “모든 곳”이나 “모두”입니다. “온갖 곳”이나 “곳곳”이기도 하고요.

 ┌ 그가 남긴 전방위적인 업적은
 │
 │→ 이분이 곳곳에 남긴 수많은 열매는
 │→ 이분이 온갖 곳에 두루 남긴 발자취는
 │→ 이분이 예술과 문학에 두루 남긴 글과 그림과 글씨는
 └ …


학문을 하던 선비가 “온갖 곳에 열매를 남긴” 모습은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선비가 남긴 열매라 한다면, 먼저 글을 써서 남겼을 테지요. 다음으로 그림을 그렸을 테며, 이와 함께 붓글씨도 남겼으리라 봅니다. 노래도 지어서 남겼을까 싶지만, 이 대목은 잘 모르겠습니다.

 ┌(1) 글과 그림과 글씨를 남기다
 └(2) 갖가지 글을 남기다


온갖 곳에 자기 발자취를 남겼다고 하니, 첫째로, 글과 그림과 글씨를 골고루 남겼겠구나 생각해 봅니다. 다음으로, 글을 많이 남겼는데 시도 짓고 비석글도 쓰고 편지도 쓰고 이야기도 지으며 여행글도 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글이란 글은 모조리 썼는데, 이 글이 하나같이 아름답고 훌륭했으리라 헤아려 봅니다.

 ┌ 이분이 세상 곳곳에 남긴 발자취는
 ├ 이분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남긴 발자취는
 ├ 이분이 우리 문학과 예술에 골고루 남긴 발자취는
 └ …

한자말 ‘전방위’를 그대로 살리고 싶다면, “전방위에 걸친”으로 적어 줍니다. 이렇게 적는 분도 제법 됩니다. ‘全’은 덜어도 되겠다 싶으면, “모든 방위에 걸친”으로 적어 주고, ‘方位’도 덜어낼 수 있으면, “모든 곳에 걸친”으로 적을 수 있습니다. “곳곳에 걸친”, “여러 곳에 걸친”, “이곳저곳에 걸친”, “걸치지 않은 곳이 없는”으로 적어도 퍽 괜찮습니다.

ㄴ. 전방위적으로 봉쇄

.. 집회ㆍ시위의 자유를 결박하고 언론을 장악하고 시민들의 저항권을 전방위적으로 봉쇄함으로써 ‘부자들의 전성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다 ..  《심상정-당당한 아름다움》(레디앙,2008) 266쪽

“집회ㆍ시위의 자유 결박(結縛)하고”는 “집회와 시위를 할 자유를 묶어 놓고”로 다듬고, ‘장악(掌握)하고’는 ‘움켜쥐고’나 ‘틀어쥐고’로 다듬으며, “시민들의 저항권”은 “시민들이 저항할 권리”로 다듬어 봅니다. ‘봉쇄(封鎖)함으로써’는 ‘가로막으면서’로 손본 다음, “부자들의 전성시대(全盛時代)”는 “부자들이 살판난 세상”으로 손봅니다.

 ┌ 전방위적으로 봉쇄함으로써
 │
 │→ 죄다 막으면서
 │→ 숨도 못 쉬게 막으면서
 │→ 남김없이 가로막으면서
 │→ 그지없이 가로막으면서
 │→ 송두리째 틀어막으면서
 │→ 꽁꽁 틀어막으면서
 └ …

손쉽게 쓸 수 있다면 손쉽게 쓸 때가 가장 좋습니다. 손쉽게 쓸 수 없다고 해도 되도록 쉽게 쓰려고 마음을 기울여 주면 됩니다. 처음부터 쉽게 풀리는 일은 없으니, 하나하나 마음을 쏟아서 풀어 나가다 보면 어느 사이엔가 솔솔 풀리게 되곤 합니다. 꽁꽁 틀어막힌 사슬이라 해도, 숨도 못 쉬게 막혀 있는 높은 울타리라 해도, 죄다 가로막혀 빛 한 줄기 들어오지 못하는 어두운 방이라 해도, 차근차근 길을 찾아나서면서 풀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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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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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적的 #우리말 #우리 말 #국어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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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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