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의 집에서알리와 그의 어머니
김준희
"형님, 괜찮아요?"방문 앞에서 알리가 묻는다. 아침 7시. 미안하다. 사실은 안 괜찮다. 1박 2일동안 그렇게 술을 퍼마셨는데 어떻게 괜찮겠나. 편안한 침대 이불속에서 나오기가 싫다. 하지만 오늘도 갈 길이 멀다. 사마르칸드까지 60km라고 했으니까 오늘 최대한 많이 걸어가야 한다. 그러면 내일 오전 중으로 사마르칸드에 입성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씻고 아침 밥 먹고 가요."알리는 나를 마당 한쪽으로 이끌었다. 이 집에도 상수도 시설은 없다. 커다란 주전자에 담은 물로 알리와 나는 함께 대충 얼굴과 손을 씻었다. 그리고 집 안으로 들어가니까 알리의 어머니가 음식을 가져온다. 커다란 사발 3개에 흰 우유가 가득 담겨있다. 순간적으로 난처해진다. 이걸 어쩌나. 나는 흰 우유를 먹으면 한시간도 못돼서 설사를 하는 체질인데.
그렇다고 주는 음식을 거절할 수도 없다. 우유 안에는 하얀 쌀밥이 함께 담겨 있다. 해장국이라고 생각하면서 우유를 마시고 밥을 떠 먹었다. 별다른 반찬은 없다. 밥이 담긴 우유와 빵을 먹고 녹차를 마시면서 배를 채웠다.
"형님, 저랑 같이 한국에 가면 안되요?"알리는 다시 한국에 오고 싶어한다. 하지만 비자를 정식으로 받는 것이 어려워서 나한테 부탁하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초청장을 발급해주면 그것을 가지고 타쉬켄트에 있는 한국대사관에 가서 비자를 받으려고 한다.
비자가 있다고 해서 입국이 쉽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인천공항 입국심사장에서는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에게 무척 까다롭게 대한다고 한다. 누가 초청했는지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등을 물어보고, 아니다 싶으면 입국을 거부한다. 정식으로 받은 비자가 있어도 입국을 못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알리는 나한테 부탁하고 있다. 입국심사장에서도 내가 알리의 신원을 보증해주면 입국이 쉽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한테 그 역할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만일 내가 그렇게 해준다면 나한테는 엄청난 책임이 생긴다. 알리가 한국에 입국해서 불법행동을 하게되면, 만일 불법취업이라도 하게 되면 내가 그 연대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알리는 분명히 한국에서 취업해서 돈을 벌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