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 손권 연합군은 어떻게 조조를 이겼나

[신간] 영화 <적벽대전>의 원작, 스제펑 <적벽대전>

등록 2009.02.12 08:20수정 2009.02.1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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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큰형님이 박망파에서 하후돈에게 화공법을 쓸 때, 군사는 산에서 장작이나 패고 있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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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벽대전> 겉표지 ⓒ 북스토리

▲ <적벽대전> 겉표지 ⓒ 북스토리

스제펑의 소설 <적벽대전>에서 적벽에서의 대결을 앞둔 유비 진영, 화공을 생각하는 제갈공명에게 장비가 던지는 말이다.

 

소설 <삼국지>를 여러차례 읽어본 독자라면 위 대사에서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국내의 여러작가들이 편역한 <삼국지>에 의하면, 박망파 전투는 삼고초려 끝에 유비 진영에 합류한 제갈공명의 데뷔전이기 때문이다.

 

소설 <적벽대전>에서는 다르게 묘사된다. 박망파 전투가 있던 시기에 유비는 제갈공명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화공은 하후돈에게 쫓기던 유비가 즉석에서 창안해낸 전술이다.

 

물론 그 전투에서 유비가 대승을 거두는 것은 동일하다. <적벽대전>에서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는 것은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이후다.

 

다른 부분은 박망파 전투뿐이 아니다. 장비는 거침없이 호탕하고 부하들을 구타하기 일쑤지만, 형제들 사이에서는 재치있는 말로 분위기를 띄우고 유비에게 쓸만한 조언도 자주 한다. 반면에 관우는 항상 책을 읽는 척하며 무게를 잡고, 유비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도 무례하게 대한다.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아갈 때도 장비는 적극적으로 따라나서지만, 관우는 늘 투덜거린다. 그리고 '별로 아는 것도 없는 작자가 웃음거리가 될까봐 숨어 산다'라고 말한다. 제갈공명이 유비의 군사가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장비는 '쿨'하게 제갈공명을 군사로 대접하지만, 관우는 그렇지 않다.

 

적벽대전을 앞두고 제갈공명이 지략으로 10만개의 화살을 거두어 왔을 때조차, '눈먼 고양이 쥐 잡은 격'이라고 냉소한다. 유비가 관우에게 '운장아, 무례한 소리 그만두지 못하겠느냐!'라고 호통을 칠 정도다. 기존에 읽었던 <삼국지>와는 여러 부분에서 다른 점이 발견된다.

 

인물과 사건을 색다르게 묘사한 소설 <적벽대전>

 

'그게 뭐 대단한 거냐?' 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적벽대전>을 읽으면서 가장 주목했던 것이 세밀한 부분이었다. 적벽대전만을 가지고 6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만들어 냈다면, 당연히 기존의 <삼국지>에서 묘사하는 적벽대전에 비해 정밀묘사가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후한 말기, 조조에게 쫓기던 유비가 형주목 유표를 찾아와서 몸을 의탁한다. 중국대륙 곳곳에서 내로라하며 일어났던 군웅들은 하나 둘씩 조조에 의해서 정리가 되고 있었다. 공손찬, 원술, 원소, 여포 등이 모두 죽고 남은 것은 조조, 유비, 유표, 강남의 손권 정도였다.

 

조조는 유표를 가리켜서 '무덤 속의 해골'이라고 비아냥거리며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신에 유비와 손권은 다르다. 유비는 강적들과의 전투에서 매번 패하며 모든 근거지를 잃고 떠도는 신세지만, 제왕의 기개를 잃지 않고 있다. 손권은 3대에 걸쳐서 강남 6주를 안정적으로 다스리고 있다.

 

조조가 중원을 통일하려면 무엇보다도 유비와 손권을 제압해야만 한다. 그래서 조조는 북방이 조금 불안한 상태지만 군사력을 동원해서 남쪽으로 향한다. 유비는 이때 이미 50줄의 나이에 접어들었다. 수십년 동안 온갖 전투를 치러온 백전노장이지만 아직까지 근거지가 없다.

 

형주의 참모들이 대놓고 비웃을 정도다. 유비도 그것을 알고 있다. 기반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쩌다 그것을 잃어버렸다. 수십 년간 이리저리 날뛰어봤지만 가슴속의 멍울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유비가 이런 처지가 된 것은 장군들은 많아도 유능한 모사꾼이 없기 때문이다.

 

강남의 상황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버지와 형의 뒤를 이어서 강남을 다스리는 손권은 너무 젊기 때문에 우유부단하며 냉철한 결단력이 없다. 그리고 맨손으로 대업을 이루어낸 아버지, 형과 종종 비교된다. 수하의 장군과 모사들도 자신을 진정으로 따르는 것 같지 않다.

 

유비, 손권은 어떻게 조조에게 맞설까

 

이런 상황에서 조조의 대군이 강남을 노리고 남진해오고 있는 것이다. 조조는 손권에게 투항하라고 요구하고 유약한 손권은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얼마 전 유비의 군사가 된 제갈공명은 단신으로 강남을 찾아가서 손권의 부하들과 담판을 짓는다. 그리고 마침내 장강의 한복판 적벽에서 건곤일척의 한판승부를 펼치게 된다.

 

<삼국지>의 3대 전투로 흔히 관도대전, 적벽대전, 이릉대전을 꼽는다. 이 세 전투는 모두 불리한 군사력으로 그 배가 넘는 군대를 격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중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는 역시 적벽대전일 것이다.

 

이 전투에서 <삼국지>의 실제 주인공인 조조, 유비, 손권이 활약하는 데다가, 전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정황이 상세하게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전투의 결과로 제갈공명이 주장했던 '천하삼분의 계'가 성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적벽에서 일어나는 각종 음모와 계략, 설전, 권모술수 등도 <삼국지>의 백미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스제펑의 <적벽대전>을 한번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 기존 <삼국지>에서 보아왔던 장면 또는 인물과는 어딘가 다른 면을 많이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인 스제펑은 베이징 사범대학 고서적 연구소의 교수다. 그러니 그가 묘사하는 인물들의 분위기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더라도 완전히 허튼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덧붙이는 글 <적벽대전> 1, 2. 스제펑 지음 / 차혜정 옮김. 북스토리 펴냄.

적벽대전 1

스제펑 지음, 차혜정 옮김,
북스토리, 2009


#적벽대전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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