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명한 병역의무, 정부 요직 곤란하다

대통령은 인재발탁의 혜안이 있어야 한다

등록 2009.02.12 14:07수정 2009.02.1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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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에 어쩌다가 필자가 아마추어 광고 모델로 출연하기 시작한 지도 벌써 10수년이 지났다. 어림잡아 일 년에 한두 편 정도는 나간 것 같다. 몇 십 초짜리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 촬영진과 스텝들 보조요원들 그리고 모델들이 제작에 쏟는 정성과 노력은 눈물겹도록 진지하다. 때로는 철저함이 지나쳐 너무 가혹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소요되는 예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애써 만들어 놓고도 좋은 시간대에 방영하려면 다시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한다.

 

작년 말에는 게임기를 제작하는 일본회사의 TV광고를 찍었다. 모델의 선정 과정부터 전례 없이 까다로워 그만둘까도 생각했었다. 네 번에 걸친 면접 심사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결과를 본사에 보고하여 승인 받는다 했다. 의상도 각자 완전 맞춤으로 채촌하여 준비했다. 촬영장에서의 보안 유지를 위해서라는 철통 경호 조치 등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한 주도면밀함과 엄격함이 있었다.

 

세계적인 유명 게임기 회사이기 때문이라고들 말했지만, 게임에 관심 없는 필자로서는 퍽 생소한 이름이었고 사실 회사 이름 같은 것은 별로 중요치 않았다. 그날은 각 연령층대의 모델이 한 줄로 서서 요구한대로 포즈를 취해주면 그만인 단순한 그림이었다.

 

연말연시를 기해 여기저기 모임에 참석했을 때는 광고 출연을 핑계 삼아 한 방 쏘는 영광이 필자에게 자주 주어졌다. 그럴 때마다 회사이름을 물어보는데 가물가물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최근까지도 명확히 몰라 '인턴 뭐라 하던데…' 우물우물 했었는데 이명박 대통령님 덕분에 이제는 '닌텐도'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생산해 냈다 하더라도 팔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원활한 유통을 위한 광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할 것이다. 광고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닌텐도'에 필적할만한 게임기 생산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님께서 직접 나서서 워낙 큰 위력의 핵폭탄급 '닌텐도' 광고를 확실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잘 모르긴 해도 진짜 이유는 삽질에만 정신 팔려 있는 정책이 문제여서 곤란하다지만….)

 

광고료로 따져보더라도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액수의 효과를 그들은 이미 얻은 것이다. 나 같은 문외한도 회사명을 알 정도가 되었으니 이제 '닌텐도'가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의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철수를 결행할까봐 걱정된다. 모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축소됨은 물론 연관된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와 수입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이런 이름 없는 모델에게도 걱정을 만들 수 있으니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함을 실감했다. '말'은 '생각'의 표현이다. 그 사람이 살아오는 동안 세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며 어디에 가치의 비중을 두어 어떻게 살아왔는지의 과거 경험이 그의 생각의 틀을 결정하고 습관을 만들어 자연스레 말과 행동으로 나타난다 할 수 있다. 말만 번지르르 사기와 거짓으로 재미 봐 온 사람은 그 버릇의 틀을 끝까지 벗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중요 직위의 사람을 발탁 등용할 때는 그가 해온 말과 쓴 글 그리고 걸어온 발자취의 궤적을 추적하여 판단의 기준으로 삼기 마련이다.

 

인사가 만사라 했다. 대통령 자신이 꼭 성인군자이거나 제갈량처럼 지혜가 뛰어나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임명하는 국가 요직의 수장들은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능력있는 분이어야 한다. 그래서 최고통수권자는 사심 없는 명경지수의 마음으로 인재를 발탁하는 능력의 혜안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는 누구에게도 전가할 수 없는, 그만이 갖는 막중한 책임이요 권한이다.

 

그가 어떤 류의 사람을 고위직에 임명하느냐가 바로 현재와 나중에 대통령 자신에 대한 평가와 성패를 결정함은 물론이거니와 나라의 장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최소한 아래와 같은 범주에 속하지 않는 사람은 그가 아무리 공직에서 성공했고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었다하더라도 최고의 요직은 곤란하다.

 

첫째 사적이익 계산에 민감하기보다 나를 버리고 헌신적으로 정직 신실하게 살아온 멸사봉공의 정신을 가진 분이냐이다. 그 최소한의 기준이 바로 병역의무를 정상적으로 마쳤느냐이다. 현 정부의 고위직에 병역 면제자가 많아서인지 제2롯데월드 등 안보 경시의 풍조를 읽을 수 있다.

 

둘째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리는 뜨겁고 의로운 가슴을 지닌 분이냐이다. 이는 그가 관심가지고 활동해왔던 과거를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셋째 자신이 관장할 업무에 관하여 확고한 철학과 신념 그리고 역사적 사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분 이어야한다. 어떤 자세를 가지고 그 업무를 수행해왔느냐가 중요하다. 오로지 윗사람 마음에 잘 들기 위해 재주를 부려온 사람은 기피해야한다.

 

넷째 부끄러움과 염치를 아는 당당하고 열린 사람이어야 한다. 부정을 밥 먹듯 저질러 온 사람은 자기의 행적에 대해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사람은 누구나 과오를 저지를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과오를 겸허히 인정할 줄 아는 도덕적 용기가 있느냐 없느냐 이다. 역사 앞에 국민 앞에 자신의 양심 앞에 떳떳한, 반성할 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위와 같은 분들이 곳곳 각 분야에 아주 많다. 이런 분들 중에서 발탁할 때 실수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의 실패는 인사의 실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실패의 길을 걷고 있었다면 그것은 인재등용의 실패다. 정보화의 열린 시대의 국민들은 청와대나 국회에서 그리고 언론에서 별별 변명과 억지우격다짐을 늘어 논다 해도 쭉정이와 알곡을 구별할 줄 안다. 그들의 사람 됨됨이를 적나라하게 파악한다.

 

그럼에도 '시키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식의 아집과 독선으로 밀어붙여 개인적 인연의 자기사람 챙기기에만 급급한 인재등용은 출세와 재물에 집착해온 기회주의적 탐욕 자들만 주위에 우굴 거리게 만들어 국정을 그르치게 할 수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최고 지도층은 최고 봉사자로서의 정직 진실함을 생명으로 하여 그의 말에는 늘 신중함과 책임성이 있고 또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할 수 있는 겸손의 도덕적 용기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인재를 발탁할 수 있는 혜안을 지녀야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장관급의 면면을 들여려다 볼 때, 총체적 위기를 우려케 할 정도로 극도의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나라의 주인인 우리 국민들은 과연 어찌해야할지? 그냥 역사의 비겁한 방관자가 되고 있어야만 하는지? 심히 갈등 고민하며 대통령의 도덕적 용기의 개과천선을 기다린다.

덧붙이는 글 | 표명렬 기자는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입니다.

2009.02.12 14:07ⓒ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표명렬 기자는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입니다.
#인재발탁 #도덕적 용기 #정의 진실 #업무관련 역사의식 #군복무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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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을 부하인권존중의 ‘민주군대’, 평화통일을 뒷받침 하는 ‘통일군대’로 개혁할 할 것을 평생 주장하며 그 구체적 대안들을 제시해왔음. 만84세에 귀촌하여 자연인으로 살면서 인생을 마무리 해 가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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