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마디 한자말 털기 (61) 겸하다兼

[우리 말에 마음쓰기 568] ‘집들이를 겸해서’, ‘선발을 겸해’, ‘작업실을 겸한’

등록 2009.03.03 09:50수정 2009.03.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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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 집들이를 겸해서

 

.. 글품을 파는 글쟁이들이 모악산에서 지리산 악양으로 거처를 옮긴 박남준 시인의 집으로 집들이를 겸해서 꾸역꾸역 모여들었지요 ..  《김수열-섯마파람 부는 날이면》(삶이보이는창,2005) 12쪽

 

 "거처(居處)를 옮긴"은 "사는 곳을 옮긴"이나 "집을 옮긴"이나 "보금자리를 옮긴"으로 다듬어 줍니다. '작가(作家)'라 안 하고 '글쟁이'라 적은 대목은 반갑습니다.

 

 ┌ 겸하다(兼-)

 │  (1) 한 사람이 본무(本務) 외에 다른 직무를 더 맡아 하다

 │   - 코치가 선수를 겸하다 / 무술에도 능해서 경호원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  (2)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함께 지니다

 │   - 책방을 겸한 음반 가게 / 예방과 치료를 겸하는 의술 /

 │     농가에서 쓰는 그릇들은 대개 농기구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

 ├ 집들이를 겸해서

 │→ 집들이로도 삼아서

 │→ 집들이도 함께 하자며

 │→ 집들이도 함께 할 생각으로

 │→ 집들이도 하는 셈으로

 └ …

 

 한 가지로 그치지 않고 다른 여러 가지를 함께 한다고 해서 '더할 兼'이라는 한자를 빌어서 우리 생각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한테는 '함께하다'와 '같이하다'라는 낱말과 함께 '더하다'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붙이다'와 '덧달다'와 '덧붙이다'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 코치가 선수를 겸하다 → 코치가 선수로도 뛴다

 ├ 경호원의 역할까지 겸하고 → 경호원 노릇까지 함께 하고

 ├ 책방을 겸한 → 책방도 하는 / 책도 파는

 ├ 예방과 치료를 겸하는 → 예방과 치료를 함께 살피는

 └ 농기구를 겸하는 → 농기구로 함께 쓰는 / 농기구로도 쓰이는

 

 보기글에서는 아마 "집들이도 하고 술도 마시고"나 "집들이도 하고 얼굴도 보고" 할 생각으로 꾸역꾸역 모여들었다는 이야기를 펼치지 않으랴 싶습니다. "집들이도 하고 모처럼 만나기도" 할 생각이었는지 모르고, "집들이도 하고 소식을 나누기도" 할 생각이었을 수 있고요.

 

 

ㄴ. 올림픽 선발을 겸한 대회

 

.. 아무리 올림픽 선발을 겸한 대회라도 그 정도의 기사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  《하야세 준(그림),야지마 마사오(글)/문미영 옮김-제 3의 눈 (1)》(닉스미디어,2001) 103쪽

 

 "그 정도(程度)의"는 '그만한'으로 다듬습니다. '그런'으로 다듬어도 됩니다. "올림픽 선발(選拔)"은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으나 "올림픽 대표를 뽑는"이나 "올림픽에 나갈 선수를 뽑는"으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 올림픽 선발을 겸한 대회라도

 │

 │→ 올림픽 선발까지 하는 대회라도

 │→ 올림픽 선수까지 뽑는 대회라도

 │→ 올림픽 선수를 함께 뽑는 대회라도

 │→ 올림픽에 뛸 선수를 함께 뽑는 대회라도

 └ …

 

 여러 대회에 대표로 뛸 선수를 뽑는 자리라 한다면 "함께 뽑는"이나 "같이 뽑는" 같은 글월을 넣어 풀어내어도 잘 어울립니다. 또는, "올림픽에 뛸 선수도 뽑는 대회"라고만 풀어내어도 됩니다. 어떻게 치르는 대회인가를 차근차근 헤아리면서 가장 알맞을 낱말과 글월을 헤아려 봅니다. 두루뭉술하거나 흐리멍덩하지 않을 낱말을 살피고, 알맞춤하거나 빈틈없을 말투를 골라 씁니다.

 

 

ㄷ. 작업실을 겸한 곳

 

.. 뉴욕 9번가의 3층짜리 작은 건물의 지붕 밑의 내 방은 작업실을 겸한 곳으로서, 천정은 거의가 유리로 되어 있고 그 한쪽 구석에 ..  《로버트 카파/민영식 옮김-카파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해뜸,1987) 11쪽

 

 "뉴욕 9번가의 3층짜리 작은 건물의 지붕 밑의 내 방"을 살피면 '나의 방'이라 않고 '내 방'이라 한 대목은 반갑습니다. 그러나 토씨 '-의'를 세 차례나 쓰는 대목은 털어내야겠습니다. "뉴욕 9번가 3층짜기 작은 건물 지붕 밑에 있는 내 방"쯤으로. '작업실(作業室)'은 그대로 둘 수 있으나 '일터'나 '일하는 곳'으로 고치면 한결 낫습니다.

 

 ┌ 작업실을 겸한 곳으로서

 │

 │→ 작업실로 함께 쓰는 곳으로

 │→ 작업실이기도 했는데

 │→ 일하는 곳이기도 했는데

 │→ 사진일을 하는 곳이기도 했는데

 └ …

 

 제가 사는 집은 "보금자리이면서 일터"입니다. 먹고 자고 빨래하고 아기 키우는 살림집이면서, 제 생각과 뜻을 글로 여미고 책을 읽고 필름을 긁어 파일로 만드는 일터입니다. 살림이 넉넉하지 않아 보금자리와 일터가 같은 사람이 있을 테지만, 살림이 넉넉해도 한 집에서 살림 꾸리기와 일하기를 함께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 집이자 일터인 곳

 ├ 먹고사는 집이자 일하는 곳

 ├ 보금자리이면서 일터인 곳

 └ …

 

 일은 놀이이고, 일은 삶이며, 삶은 놀이라는 생각에 따라서 일터와 보금자리를 같은 곳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집과 일터를 오가는 시간과 품이 아까워 한 곳에서 일하며 살 수 있습니다. 집 한켠에 가게를 내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일터 한 구석에 방을 마련하며 지낼 수 있습니다. 누구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흐름에 따를 노릇이며, 자기 마음과 몸이 가장 느긋한 얼거리를 찾으며 가꾸면 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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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03 09:50ⓒ 2009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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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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