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묘한 냄새
.. 이윽고 오븐에서 빵과 생선이 함께 구워지는 묘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습니다 .. 《모이치 구미코/김나은 옮김-장미마을의 초승달 빵집》(한림출판사,2006) 81쪽
"냄새가 풍기기 시작(始作)했습니다"는 "냄새가 풍겨 옵니다"나 "냄새가 풍깁니다"로 고쳐 줍니다.
┌ 묘한 냄새
│
│→ 야릇한 냄새
│→ 알쏭달쏭한
│→ 재미난 냄새
│→ 놀라운 냄새
│→ 이도 저도 아닌 냄새
└ …
잘 어울리지 않을 듯 보이는 두 가지가 섞인 냄새라면 '야릇'하거나 '알쏭달쏭'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냄새가 처음 맡는 냄새이면서 그럭저럭 괜찮다고 하면 '재미난' 냄새일 수 있어요. 뜻밖으로 괜찮은 냄새라면 '놀라운' 냄새이거나 '대단한' 냄새이겠지요. 그냥 뒤죽박죽인 냄새라면 '뒤죽박죽' 냄새나 '이도 저도 아닌' 냄새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냄새인지 모른다고 하면 '알 수 없는' 냄새라 해도 돼요. 잘 모르겠지만 괜찮다면 '알 수 없지만 괜찮은' 냄새라 하고요.
ㄴ. 묘한 행복감
.. 단지 그것뿐인데, 왠지 이제서야 나도 지역민의 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묘한 행복감마저 들었다 .. 《후쿠오카 켄세이/김경인 옮김-즐거운 불편》(달팽이,2004) 86쪽
'단지(但只)'는 '다만'이나 '그저'로 다듬습니다. "지역민(地域民)의 한 사람이"는 "지역민 가운데 한 사람이"나 "지역사람이"로 손질합니다. "행복감(幸福感)마저 들었다"보다는 "행복했다"나 "즐거웠다"로 손봅니다.
┌ 묘한 행복감마저 들었다
│
│→ 야릇하게 즐겁기까지 했다
│→ 즐거움을 슬그머니 느꼈다
│→ 알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다
│→ 어렴풋이 기쁨을 느꼈다
│→ 기쁨을 뿌듯하게 느꼈다
└ …
'무엇인지 알 수 없는'을 넣어 주어도 괜찮습니다. '시나브로'나 '슬그머니'나 '살며시'를 넣어도 어울립니다. 또는, "즐거움을 소담스레 느꼈다"나 "즐거움을 살포시 느꼈다"나 "즐거움을 가만히 느꼈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즐거움이나 기쁨은 '야릇하게' 느끼기도 하며, '짜릿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어쩌면 '뿌듯하게' 느낀 즐거움이었는지 모릅니다. '마음 따뜻하게' 느낀 기쁨이었는지 모릅니다. '가슴 벅차게' 느낀 기쁨이었을 수 있고요.
보기글을 통째로 손질해서, "그저 그것뿐이었는데, 왠지 이제서야 나도 이 동네 사람이 된 듯하면서 알 수 없는 즐거움을 느꼈다"처럼 적어 보아도 괜찮습니다.
ㄷ. 묘한 행동을 할 것 같으면
.. 아돌프를 감시하도록. 묘한 행동을 할 것 같으면 죽여도 상관없어 .. 《우라사와 나오키/윤영의 옮김-플루토 (3)》(서울문화사,2007) 116쪽
'감시(監視)하도록'은 그대로 두어도 나쁘지 않으나, "잘 지켜보도록"이나 "잘 살피도록"으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죽여도 상관(相關)없어"는 "죽여도 돼"나 "죽여도 좋아"로 손질합니다.
┌ 묘한 행동을 할 것 같으면
│
│→ 수상한 짓을 할 것 같으면
│→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 엉뚱한 짓을 하면
│→ 말썽을 일으키면
│→ 말썽을 부리면
└ …
일본 만화를 한국말로 옮기며 드러난 말투입니다. 만화를 보다가 그냥 넘어갈 수 있고, 만화를 볼 때에는 줄거리나 그림결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러거나 저러거나, 이런 번역말 한 가지 두 가지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이 만화책을 즐길 이 나라 아이들 말투는 적잖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대충 옮기고 만다면,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가까이하는 만화 말투에 시나브로 물들거나 길들어 버립니다. 만화가 우리 넋과 생각을 얼마나 확 빨아들이는데요. 저도 어릴 적에 만화를 많이 보며 느꼈습니다만, 만화에 나오는 말마디는 알게 모르게 제 입으로 튀어나오기도 하거든요. 그리고, 좀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살피고 가누고 가다듬고 손질하는 만화 말투라 한다면,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살갑고 싱그럽고 넉넉하고 따뜻한 말마디에 익숙하도록 이끌 수 있습니다.
이 보기글에 쓰인 "묘한 행동"은 어떠할까 생각해 봅니다. 이와 같은 말투는 아이들한테 어떻게 다가갈까요. 이처럼 옮겨적은 말투는 이 만화를 즐길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한테 어떻게 스며들까요. 슬기롭게? 기쁘게? 즐겁게? 싱그럽게? 얄딱구리하게? 짓궂게? 안타깝게? 슬프게?
┌ 엉뚱한 짓을 할라치면 죽여도 돼
├ 말썽을 일으킬 듯하면 죽여 없애 버려
├ 허튼 짓을 하겠다 싶으면 죽여도 괜찮아
├ 쓸데없는 짓을 할 듯하면 죽여 버리라고
├ 바보스런 짓을 한다 싶으면 죽여
└ …
낱말 하나 말투 하나 곰곰이 되씹어 줍니다. 가장 알맞춤하다 싶은 낱말과 말투는 무엇인가 차근차근 돌아보면서 꼭 한 마디로 마무리해서 넣어 줍니다. 내 모든 슬기를 담아낸 한 마디를 찾고, 내 모든 사랑을 싣는 두 마디를 살피며, 내 모든 믿음을 풀어낸 세 마디를 보듬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2009.06.03 11:11 | ⓒ 2009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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