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67) 황당무계

[우리 말에 마음쓰기 670] '황당무계'와 '터무니없는-어이없는'

등록 2009.06.15 15:06수정 2009.06.15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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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당무계하게 여겨지던

.. 이렇게 생각하면 황당무계하게 여겨지던 마법 이야기도 인간의 내면세계와 관계 있는 이야기로 느껴진다 ..  《가와이 하야오/햇살과나무꾼 옮김-판타지 책을 읽는다》(비룡소,2006) 285쪽


"인간(人間)의 내면세계(內面世界)와"는 "사람들 마음밭과"나 "사람들 마음자리와"로 다듬어 봅니다. "관계(關係) 있는"은 "이어진"이나 "얽힌"으로 손질해 줍니다.

 ┌ 황당무계(荒唐無稽) : 말이나 행동 따위가 참되지 않고 터무니없다
 │   - 황당무계한 주장 / 황당무계한 이야기 / 황당무계한 소문이 떠돈다 /
 │     영화가 황당무계하게 끝났다
 │
 ├ 황당무계하게 여겨지던
 │→ 터무니없게 여겨지던
 │→ 어이없게 여겨지던
 │→ 어처구니없게 여겨지던
 └ …

우리 말은 '터무니없다'입니다. 한자라는 옷을 입힌 말은 '荒唐無稽'입니다. 우리 스스로 늘 말하고 글쓰고는 있어도, 우리는 우리가 우리 말을 하는지, 우리 말 아닌 말을 하는지를 제대로 살피지 못합니다. 한국사람으로서 한국말을 하는 일이란 무엇인지, 한국사람으로서 쓰는 한국말이란 무엇인지,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이 배우고 가르치며 널리 나누는 한국말이란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돌아보지 못합니다.

우리 말 가운데에는 토박이말이 있고, 한자로 이루어진 말이 있으며, 나라밖에서 들어온 영어와 일본말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한테 가장 알맞으며 우리 삶과 넋을 가장 알뜰히 담아낸다 여기게 되는 낱말을 받아들이고 골라내어 씁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우리들 말씀씀이는 가장 알맞는 낱말을 찾지 않습니다. 가장 알뜰히 담아내는 낱말을 헤아리지 않습니다. 알맞지 않는 낱말이어도 멋을 부리려고 쓰고, 겉치레를 하려고 씁니다. 장사를 하려고 쓰고, 이름값을 높이려고 씁니다. 남 앞에서 내세우려고 쓰며, 내 껍데기를 대단한 듯 덮어씌우려고 씁니다.


 ┌ 황당무계한 주장 → 터무니없는 말
 ├ 황당무계한 이야기 →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 황당무계한 소문 → 말이 안 되는 소문
 └ 영화가 황당무계하게 끝났다 → 영화가 어이없게 끝났다

가까이 옆지기가 쓰는 말, 옆지기 식구가 쓰는 말, 이웃이 쓰는 말, 책마을 선후배가 쓰는 말, 책에 적히는 말, 신문과 방송에 넘치는 말, 동네에서 듣는 말, 학교나 기관에서 쓰는 말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나날이 '터무니없다' 같은 낱말은 들어 보지 못합니다. 읽어 보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황당무계'라는 낱말은 곧잘 듣고 읽게 됩니다.


'어이없다'나 '어처구니없다' 같은 낱말 또한 '황당무계'만큼은 쓰이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얼토당토않다' 같은 말을 제 입으로 말할라치면, 참 오랜만에 이런 말을 듣는다고 말씀하는 분이 있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중고등학교 아이들 가운데에는 이런 말을 못 들어 본 동무가 있을지 모릅니다. 초등학교 아이들한테는 너무 어려운 낱말일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초중고등학교에서는 '황당무계'라는 네 글자 한자말을 가르칩니다. 지식으로 가르치고 상식으로 가르칩니다. 이런 네 글자 한자말을 가르치면서, 이 한자말을 모르면 어리석거나 못난 사람인 듯 여깁니다. 이런 말도 모르냐고 퉁을 놓고 꾸지람을 합니다. 우리가 너나없이 주고받을 말을 옳게 가르치지 못하면서, 우리가 스스럼없이 나눌 말을 알뜰살뜰 가르치지 못하면서, 우리 두 손으로 우리 말을 허물어뜨립니다. 우리가 우리 말을 내칩니다.

말 그대로 터무니없는 일이라 할 터이나, 이 나라에서는 터무니없는 일이 흔히 벌어집니다. 국가보안법이 사라지지 않는 일도 터무니없지만, 껍데기 말이 판치는 일 또한 터무니없습니다. 유전자를 건드린 곡식을 화학조합물을 섞어 공장에서 척척 찍어내어도 값이 싸다면서 맛나게 사다 먹는 일도 터무니없습니다만, 겉발림 말이 나도는 일 또한 터무니없습니다. 학교가 참살길을 보여주면서 이끌지 못하는 시험공장이 되어 가는 일도 터무니없으나, 우리가 집이나 마을에서 우리 아이들한테 참다운 말이 무엇인가를 슬기롭게 가르치거나 물려주지 못하는 일 또한 터무니없습니다.

 ┌ 얼토당토않다고 여겨지던 이야기
 ├ 거짓처럼 여겨지던 이야기
 ├ 참이 아니라고 여겨지던 이야기
 ├ 말이 안 된다고 여겨지던 이야기
 ├ 헛소리로 여겨지던 이야기
 ├ 믿기지 않는다고 여겨지던 이야기
 ├ 믿을 수 없다고 여겨지던 이야기
 └ …

무엇보다도 우리들이 참다이 살아가는 길을 놓아 버리면서, 말이고 글이고 참다이 가꾸는 길을 놓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우리가 바르게 살아가는 길을 붙잡아야, 말이며 글이며 바른 길로 접어들면서 아름다움이 꽃피우지 않겠느냐 생각합니다. 먼저 우리 삶을 다독여야 하고, 이제라도 우리 넋을 다스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말도 말이지만, 말에 앞서 말을 쓰는 우리들이 싱그럽고 튼튼해지면 즐거우니까요.

그래서, 먹고살아야 하는 일은 틀림없는 일이지만, 돈만 벌어대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고 느낍니다. 좀더 잘살고 싶다는 꿈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나 혼자만 잘살려 하는 꿈은 이웃을 모두 짓밟을 뿐 아니라 정작 우리 삶까지 짓누르게 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 한 마디 작은 대목 고이 쓰다듬으면서 우리 삶자락 고이 쓰다듬으면 얼마나 기쁠까 꿈꾸어 봅니다. 글 한 줄 조그마한 자리 사랑스레 북돋우면서 우리 마음자락 사랑스레 북돋우면 얼마나 뿌듯할까 꿈꾸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인터넷방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hbooks.cyworld.com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작은자전거 : 인천+부천+수원 자전거 사랑이] http://cafe.naver.com/inbu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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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 #상말 #우리말 #국어순화 #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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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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