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개선은 4대강사업 아닌 유기농업으로...참 쉽죠 잉!"

[4대강 정비 '生生뉴스' 미래세대가 간다] 팔당 친환경 농민들의 분노

등록 2009.06.30 18:00수정 2009.07.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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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연합 시민기자가 전하는 삶의 터전 4대강의 살아있는 목소리

한강·금강·영산강·낙동강, 우리나라를 가로지르며 굽이치는 4대강은 글자로 존재하는 미지의 공간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고, 살아있는 생명이 흐르는 삶의 터전입니다. 새벽이면 강물 소리에 잠을 깨고,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물 사이로 물고기가 뛰어오르고, 우리의 먹을 물이 되어주는 생명의 강. 그곳의 생명들은  정비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강을 토막 내려는 거대한 음모는 모른 채 오늘도 삶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환경연합 대학생 기자단이 진행하는 '4대강 정비 生生뉴스 미래세대가 간다!'는 미래세대가 바라보는 4대강 정비 사업의 실상을 연재하는 기획 시리즈로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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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동호 주변. 마을 사람들이 가꾼 유기농 공동체. 이곳이 무너지면 결국 수도권으로 피해가 돌아온다 ⓒ 환경운동연합

팔동호 주변. 마을 사람들이 가꾼 유기농 공동체. 이곳이 무너지면 결국 수도권으로 피해가 돌아온다 ⓒ 환경운동연합

 

'유기농 올림픽' 유치해 놓고 친환경농업 올 스톱! 

 

정부의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건 바로 강변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일 것이다. 팔당호 부근 유기농업 단지 또한 그 영향권 안에 있다. 1973년 8개의 당집이 있어 팔당(八堂)으로 불리는 지역에 다목적댐이 완공되고 호수가 형성되면서 인근 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1975년)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1990년)으로 지정되면서 팔당호 지역은 농민의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상수원 수질을 보전하는 방안이 절실하게 되었다. 결국 비료,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업, 즉 유기농업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안으로 추진되었다.

 

지난 20 여 년 동안 유기농업으로 전환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었다. 젊은 사람들은 아예 귀농을 유기농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경기도 양평·남양주·광주·가평 일대에서 아예 유기농 단지가 형성되었고 농민들 간의 공동체도 이뤄졌다. 양평군 자료에 의하면 친환경농업 실천농가는 97년 418호에서 10년 만에 12배가 넘는 5131호가 되었다고 한다. 그에따라 농약 및 화학비료 사용량도 크게 줄어 농약사용량은 97년에 비해 75%, 화학비료는 60% 격감했다.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웰빙 바람은 이 지역 친환경농산물을 유기농업계에서도 꾀 인지도 높은 농산물로 만들었다.

 

팔당호 지역의 자치단체도 친환경농업을 사활을 건 전략적 수단으로 삼았다. 양평군은 세계 최초로 2000년에 ISO 14001 환경농업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았고, 2006년에는 정부로부터 친환경농업특구로 인정받는 등 친환경농업의 메카를 자부했다.

 

남양주시는 2011년'유기농 올림픽'으로 통하는 2011년 제17회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하였다. 이탈리아 모데나시에서 열린 16회 때는 전 세계 108개국 570 여 관련 단체가 참여하는 등 세계유기농대회는 대규모 국제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남양주시는 세계유기농대회를 통해 친환경생태도시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유기농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최근 팔당 유기농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정비 사업으로 와해 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껏 경작한 강변의 농지는 조만간 수용될 예정이며, 설상가상으로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변으로는 전에 없던 제방이 들어서면서 아예 농사는 꿈도 못 꿀 판이다.

 

팔당호 유기농업 사라지면 안전한 먹거리 공급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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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비 사업이 시행되면 두물머리에서는 애써 일 군 유기농업을 할 수 없게 된다. ⓒ 환경운동연합

4대강 정비 사업이 시행되면 두물머리에서는 애써 일 군 유기농업을 할 수 없게 된다. ⓒ 환경운동연합

 

햇살이 뜨거운 지난 23일,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농민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팔당호를 찾았다. 처음 방문한 곳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 취재팀은 이곳에서 두물머리 농장을 운영하며 지난 20 여 년간 유기농업 확산에 앞장선 정상묵 팔당친환경생산자연합회 회장을 만났다.

 

정 회장은 4대강 사업에 따른 지역 유기농민들이 받는 피해에 대해 "팔당친환경생산자연합회 회원 80% 농지가 사라질 위기"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의 하나로 하천부지에서의 경작을 금지하고 전체 강변농지를 2조8천억 원을 들여 전량 수용할 것을 밝히고 있다. 팔당호 유기농 단지는 직격탄을 맞은 샘이다. 정 회장은 "일부 비닐하우스 등이 너무 많은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서울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탓에 소량 다품목의 유기농 농산물을 제공한 팔당 유기농업단지가 와해된다면, 시민들의 안전하고 깨끗한 먹거리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화도읍 북한강변의 45번 도로를 가다 만난 팔당생명살림 회원들의 시름과 분노는 더욱 크다. 남양주시와 함께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 유치에 앞장섰던 이들은 대회에 참석하는 전 세계 유기농민들을 어떻게 만날지 한 숨만 나오고 있다. 4대강 정비 사업만으로 유기농민이 죽어나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난데없이 북한강변 제방 계획까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술이 덜 깬 공무원, 만취한 북한강 정비 계획

 

팔당생명살림 양수일 사무국장은 지난 23일에 있었던 서울지방국토청장과의 면담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양 국장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의 급한 요청을 받아 지역 인사들과 참석했다. 최근 북한강 정비 기본계획 사전환경성 검토 주민설명회를 지역 주민조차 모르게 진행한 것을 항의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그 자리에 술이 덜 깬 서울지방국토관리 청장이 나온 것은 불쾌하지만 그나마 양반이란다. 청장과 4대강 팀장이 설명하는 북한강 정비 기본계획은 앞뒤가 맞지 않고 황당했기 때문이다.

 

북한강 정비 기본계획의 주요 내용은 200년 빈도의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2~3m 높이의 제방을 8Km 가량 만드는 것이다. 면담 자리에 참석한 팔당올가닉 푸드 김병수 대표는 "사업 시행을 위한 도면이라는 것이, 인공위성 사진 위에 강변 20m 지점을 따라 일률적으로 선을 그려 놓은 것인데, 그곳에는 농지와 습지뿐만 아니라 고가의 석조 미술관 및 박물관 등이 있는 곳으로 기초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계획"이라며 북한강 정비계획의 졸속 추진을 꼬집었다. 그리고 제방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정확한 답변이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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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개선은 졸속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이 아니라 유기농업으로 가능하다 ⓒ 환경운동연합

수질 개선은 졸속추진하는 4대강 정비사업이 아니라 유기농업으로 가능하다 ⓒ 환경운동연합

제방이 예정된 남양주시 조안면 화도읍 강 건너편은 양평군 양서면 일대로 이곳에는 제방 계획이 없다. 홍수 방지 제방을 만들면서 한쪽만 쌓고 다른 쪽은 내버려 둔다는 것으로 상식적이지 않다. 서울환경연합 염형철 운영위원장은 "북한강 등의 국가하천은 이미 200 년 빈도로 치수 사업이 마무리 된 곳에 또 다시 200년 빈도를 들어 제방을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지적하고 있다. 염 위원장은 "이 지역은 팔당댐 바로 인근 지역이라, 댐으로 수위 조절이 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양수리에서 유기농 채소를 키우고 있는  최요왕씨는 "큰 비가 오기 전 미리 팔당댐의 수위를 평상시보다 낮게 운영하기 때문에 팔당호는 비가 올 때 수위가 오히려 더 낮아진다"라고 말하고 있다. 취재에 동행한 시민환경연구소 김정수 박사는 "북한강 정비 계획은 타당성이 부족한 4대강 정비 사업과 같은 사업으로 제대로 된 검증이나 평가 없이 밀어붙이기만 있을 뿐"이라 지적했다.

 

팔당상수원을 지키는 농민 공대위, 유기농 습지 공원 추진

 

취재팀은 저녁시간 맞춰 양평·광주·남양주 일대의 유기 농민들의 대책회의가 진행되는 양수리 한 식당으로 향했다. 30여 명 남짓 모인 자리에서 4대강 정비 사업의 문제점과 지역의 미래에 대해 두 시간여 동안 열띤 논의가 있었다.

 

마무리 발언에 나선 조병근 팔당생명살림 회장은 "4대강 정비 사업은 농민들의 생존권과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의 맑은 물 권리를 박탈하는 사업"이라며 이를 막기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제안했다.

 

참석한 농민들은 힘찬 박수로 '농지보전,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상수원 공동대책위'구성을 결의하였으며 지역주민의 동참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의 연대를 통해 4대강 정비 사업 저지에 일조하겠음을 밝혔다. 또한 공대위는 팔당호 인근 지역이 유기농 습지 공원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릴 계획도 밝히고 있다.

 

팔당 유기농 공동체 무너지면 결국 수도권 사람들에게 피해

 

하천 주변 부지에서의 비료 및 농약에 의한 수질오염을 막기 위한 지역 주민들의 오랜 노력으로 이제 자리 잡기 시작한 팔당 유기농 농업 단지. 현장의 주민들과 함께 하며, 이와 같은 친환경적 유기농업 공동체가 4대강 정비 정책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현재 4대강 정비에는 22조 원의 예산이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4대강 정비 정책은 강물 흐름 정체로 인한 수질 악화, 하천 공사로 인한 생태계 파괴 등으로 환경적이나 경제적 측면의 타당성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타당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대규모 사업을 벌이기보다, 차라리 '팔당 유기농 농업 단지'같은 선진사례를 더욱 환경 보전적으로 발전시키는 편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나아가 이러한 사례를 바탕으로 4대강 유역의 다른 농지까지 환경 친화적으로 유기농화시킨다면 더욱 나은 강물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4대강 정비사업 #4대강 #팔당호 #유기농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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