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이 어렵다고? 텐트 하나면 뚝딱!

[책으로 읽는 여행 38] 성연재 외 <잇츠 캠핑( It's Camping!)>

등록 2009.07.01 15:09수정 2009.07.0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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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 캠핑>의 겉그림 ⓒ 그리고책

삼십대 중반인 나에게 있어 유년의 여름은 캠핑으로 가득 찬 나날이었다. 학교에서 하는 하계수련회를 비롯해 봉고차를 빌려 떠나는 가족 여행까지, 텐트를 싣고 떠나는 여행이 여름의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바다나 계곡에 텐트를 치는 여행 방식보다 콘도나 펜션을 빌려 떠나는 여행이 더 유행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나의 여름 여행에 대한 추억도 이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듯하다. 바닷가 모래밭에 텐트를 치고 모기를 쫓던 그 즐거운 경험을 이제 내 아이에게 물려 주긴 힘든 걸까?

<잇츠 캠핑>은 한물간 듯한 캠핑을 새로운 여가 문화로 소개하는 책이다. 나처럼 어린 시절 즐거운 캠핑의 추억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으며 '아, 나도 이번 여름에는 텐트 하나 차에 싣고 캠핑을 떠나야지'하는 생각이 떠오를 법하다.


전문 캠퍼들은 눈 위에 텐트 치는 것도 불사하지만 초보자들에겐 쉽지 않다. 하지만 초보자들도 쉽게 야영을 즐길 수 있는 캠핑장들이 곳곳에 있다. 무선 랜을 이용한 인터넷이 가능한 캠핑장을 비롯하여 온수 샤워실까지 있는 곳도 있으니, 이만하면 초보도 쉽게 캠핑에 도전할 만하다.

거칠어서 더 매력적인 수도권 속의 오지 탐험

책의 저자는 새벽에 캠핑장을 찾다가 고라니를 만나기도 하고 낚시를 하며 희귀어종을 만나는 귀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한다. 새벽 물안개 속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거나 모닥불을 피워 맛있는 감자를 구워내는 것은 캠핑의 최대 묘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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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용대자연휴양림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 성연재


"텐트 바로 앞에서 적벽강을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겪어보지 않은 이는 아마 모를 것이다. 이 때문에 물가가 바람이 거센데도 불구하고 굳이 물가에 텐트치기를 고집했는지도 모른다. 적벽강 캠핑에서는 이쯤은 견뎌내야 고즈넉함을 즐길 자격이 주어진다."

이처럼 야생을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캠핑이다. 계곡 물소리를 듣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 보면 도시의 일상에서 묻은 때는 절로 씻겨나가기 마련. 그래도 캠핑은 너무 불편하다고 투덜거리는 이가 있다면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최첨단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책의 맨 마지막에 부록으로 담긴 전국의 캠핑장 소개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여 그 캠핑장에 무엇이 편리하고 뭐가 불편한지를 낱낱이 소개해 놓았다. 저자의 자세한 설명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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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 오븐에 요리하는 캠퍼. 더치 오븐은 무쇠로 된 서양 가마솥으로 재료의 맛을 살려주는 마법의 요리 기구이다. ⓒ 성연재

"전반적으로 야영장은 관리가 매우 잘 되어 있어 깨끗하며, 가을에 가면 멋진 단풍을 볼 수 있다. 넓은 규모에 알맞게 취사장, 화장실, 샤워장이 잘 분배되어 있으나, 온수 샤워를 못한다. 휴양림에 비해 아기자기한 멋은 좀 떨어진다. 입구로 들어간 뒤 야영장의 거의 중간쯤 되는 곳에 아주 큰 나무가 있다. 그 아래에 텐트를 치면 하루종일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아주 시원하다. 여기선 텐트도 대여해 준다. 단, 화장실은 좀 멀다."
동네 텐트 가게 아저씨와 같은 친절한 설명에 누구나 쉽게 캠핑을 떠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수많은 캠핑장 소개 중 가장 매혹적인 곳은 가평 경반분교라는 곳이다. '거칠어서 더 매력적인 수도권 속의 오지 탐험'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가평이면 그리 멀지도 않은데 왜 오지라고 소개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책의 설명을 보니 이곳은 도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일반차량으로는 접근할 수 없는 캠핑장이다. 산정상으로 난 코스를 휘휘 돌아 현장에 도착해 보면 어찌 학교가 이런 곳에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 예전 화전민들을 위해 지어진 학교다 보니 첩첩산중에 있을 수밖에 없다.

이곳은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다. 강원도 산골도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곳이 없는 요즘 같은 세상에 서울 근교인 경기도에 이런 곳이 있으니 얼마나 놀라운가. 한참을 올라가다 보면 아래로 마을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이고 비수기에 가면 학교 하나를 독채처럼 세를 낸 듯 이용할 수가 있다.

'오감만족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텐트를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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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용대자연휴양림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 성연재


저자는 진정한 캠퍼와 한철을 즐기기 위한 행락객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고 말한다. 일 년 내내 자연을 벗삼아 다니는 캠퍼들은 될 수 있으면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대로 보존된 자연을 다시 찾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러나 행락객들은 한 번 놀고 가면 다시 그곳에 안 가게 될 것이란 생각이 강하여 자연을 함부로 대하기 쉽다.

저자는 이런 행락객들의 모습을 아쉽게 생각한다. 자연을 찾는 사람들 모두가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더 나은 캠핑 문화가 정착할 수 있다. 신문사 사진 기자가 사진을 찍어서인지 책의 사진들은 참 생동감이 있고 아름답다. 캠핑을 가서 나도 이 아름다운 자연에 몸을 담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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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망봉 자연휴양림에서 캠핑하는 사람들. ⓒ 성연재


"캠핑은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는 멋진 취미이다. 우선 펜션에 머무르는 것과 비교하면 오감이 모두 만족스럽다. 비가 오면 빗소리가 타프나 텐트의 천정을 두드리고, 지저귀는 새소리로 자연을 느낄 수 있으며, 펜션이나 민박집에 머무르는 것보다 해안에서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기 또한 밀폐된 공간에서 머무르는 것보다 훨씬 신선한 공기를 더 잘 느끼며 즐길 수밖에 없다."

올여름 '오감만족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텐트를 싣고 떠나는 캠핑은 어떨까?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주하거나, 계곡 물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세상은 그야말로 평화 그 자체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나도 아이들을 데리고 캠핑을 떠나고 싶어졌다. 산이든 바다든 자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멋진 곳으로 말이다.

잇츠 캠핑 it's camping - 초보 캠퍼를 위한 캠핑 가이드&캠핑지 100선

성연재 외 지음,
이밥차(그리고책), 2010


#여행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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