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함이 남긴 책력을 활용하여 기우제의 기적을 연출하는 소녀 미실.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MBC
드라마 <선덕여왕> 제13부에서 '사다함의 매화'라는 의문의 존재가 제기되면서 이것의 정체를 놓고 시청자와 네티즌들의 관심이 한껏 증폭되었다. 하루만인 제14부에서 그것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틀간의 미스터리 극장은 막을 내렸다.
드라마 속의 '사다함의 매화'란 이런 것이었다. 신비한 권력자 미실(고현정 분)의 '연인 중의 연인' 사다함은 자신이 전쟁터에 나간 사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세종(독고영재 분)에게 시집간 미실을 원망하기는커녕 도리어 미실의 권력을 강화시켜줄 선물을 남기고 죽는다.
사다함이 보낸 선물 보자기를 열어보니, 상자 하나가 나오고 그 위에 매화 송이가 놓여 있었다. 선물 상자 위에 매화가 놓여 있었다 하여 이 선물을 '사다함의 매화'라고 불렀지만, 실제로 이 선물의 핵심은 매화가 아니라 상자 속의 물건이었다.
상자 속에 담긴 것은 러브레터 1장과 가야 책력이었다. 여기서 책력이란 1년 동안의 날짜와 함께, 해와 달의 운행 혹은 월식과 일식 또는 특별한 기상변동 따위를 날짜순으로 적은 책으로서, 농업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고대국가에서 농민지배 즉 백성지배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이는 시간 및 공간 속에서 생활하는 인간에 대한 정치권력의 지배를 시간의 측면에서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미실 절대권력의 비결은 '책력'그런데 미실은 사다함이 남긴 가야 책력을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남편인 세종에게마저도 비밀로 한 채 책력을 혼자서만 탐독하고 통달한 미실은 그 지식을 바탕으로 신비한 기적들을 연출했다.
나라에서 아무리 기우제를 올려도 비가 내리지 않다가도 미실이 기우제에 나서기만 하면 빗줄기가 시원하게 쏟아졌다. 또 미실은 언제 월식이 이루어질지도 잘 맞추곤 했다. 이러한 기적의 연출을 통해 미실은 신라 정계에서 권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기적을 연출하기는 했지만, 실상 그것은 기적이라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책력 속에 나오는 기상 지식을 바탕으로 대충 언제쯤 비가 내리고 언제쯤 월식이 이루어질지를 예측한 상태에서 행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미실은 정보의 독점을 통해 권력을 극대화했던 것이다.
가야 책력 덕분에 '재미'를 두둑이 본 미실은 기상 지식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중국 상인을 통해 최신 중국제 책력을 입수했고, 기존의 지식을 바탕으로 그 중국 책력을 신라의 실정에 맞게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농업경제에 꼭 필요하지만 후진국 신라에는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력을 혼자서만 읽었기 때문에, 미실이 비도 내리게 하고 월식도 맞추고 하는 등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고 또 그런 기적을 바탕으로 권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 바로 그 점 때문에 진흥왕이나 진평왕 같은 사람들이 미실 권력의 원천에 대해 호기심을 가졌다는 것이 드라마 <선덕여왕>의 이야기다.
실제 '사다함의 매화'는 유언이었다?